‘오징어게임 처럼…’ 트렌드 전문가가 분석한 2022년의 키워드 3개
코끝에 시린 바람이 느껴질 때면 ‘시간 참 빠르다’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데요. 2021년도 80일도 채 안 남은 현재, 다가오는 2022년을 위해 다이어리를 벌써 장만하신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위드 코로나’라는 화두가 대두되며 다가올 내년은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으려나는 기대가 점점 번져가는 가운데, 새로운 얼굴을 하고 찾아올 향후 1년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우리는 이에 대한 힌트를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있는 ‘트렌드 코리아’시리즈를 통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 학과 교수는 매해 소비 트렌드를 예측해 놀라울 만큼의 적중률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트렌드 분석가로 통하는 김 교수가 꼽은 오는 2022년의 키워드들을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사진출처_넷플릭스 ‘오징어게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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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밀리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로 유명한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매해 200여 명의 연구진들과 함께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 해의 소비 트렌드를 10개의 키워드로 제시하는데요. 연구 내용을 책으로 만든 ‘트렌드 코리아’시리즈는 가을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다가오는 시기만 되면 서점 베스트셀러 상위 목록을 차지하는 단골 인사입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2’역시 지난 2일 온라인 예약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예스 24의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부문 1위를 차지했는데요. ‘뉴트로’, ‘가성비’, ‘가심비’, ‘워라벨’ 등 언론매체에서 자주 등장했던 사회 용어 대다수가 바로 김 교수가 만들어 내거나, 기존에 있던 용어이나 책에서 언급해 유행어로 번진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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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지난 6일 ‘트렌드 코리아 2022’ 출간 기념회를 열었는데요. 코로나19 상황임을 감안해 이번 기념회는 온라인 비대면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번 기자 간담회에서 김 교수가 제시한 2022년의 주요 키워드는 바로 ‘나노 사회’인데요. 나노 사회는 한 사회에서 공동체의 의미가 옅어져 구성원이 서로 이름조차 모르는, 마치 각 개인이 고립된 섬처럼 여겨지는 사회를 뜻합니다.
사진출처_넷플릭스 ‘오징어게임’ |
김 교수는 “우리 사회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서 보듯 어떻게든 스스로 살아남으려는 경향, 이기적인 모습이 심화될 것”이라며 “기술 만능주의, 스마트폰, 알고리즘 때문에 개인은 더욱 고립되는 경향이 있다”라고 진단했는데요. 특히 알고리즘 기술 발달의 경우 다수의 학자들도 개인의 확증편향을 심화시켜 공동체 의식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수차례 지적해온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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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각종 선거를 앞두고 서로 의견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것도 나노 사회로 가고 있다는 증거로 봤는데요. 사회 구성원 간의 교류가 단절될수록, 즉 나노 사회가 심화될수록 믿을 건 돈뿐이라 주식, 아트테크, 음악저작권 투자 등 수입을 다변화·극대화하려는 개인들의 노력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게 그의 의견입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기술 만능 주의에서 벗어나 공감 능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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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가장 주목해야 할 세대로는 1960년대와 1970년대 베이비붐 세대 이후에 태어난 ‘X세대’가 선정됐는데요. 삐삐와 스마트폰 모두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즉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를 모두 경험한 X 세대는 사회에서 중간 관리자 역할을 도맡고 있습니다.
이때 40대의 경우 개인주의적 성향을 띠고 있으면서도 10대 자녀와 소통한다는 점에서 그는 ‘엑스틴(X-teen)이라는 단어를 제시하기도 했는데요. 김 교수는 “최근 MZ 세대가 주목받고 있지만 시장 전체를 보면 여전히 X세대가 주요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라며 “규모도 크고, 소비 여력도 크며, 사회적 영향력 역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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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러티브 자본‘도 눈여겨볼 만한 내년 트렌드 키워드로 꼽혔는데요. 그는 “스토리가 에피소드라면 서사는 세계관”이라며 기업이 소비자에게 어떤 서사를 들려줄 수 있으냐에 따라 기업의 가치가 달라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즉 서사가 돈이 된 것이죠. 김난도 교수는 “기업이 가진 가치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중요한데 내러티브는 스토리텔링보다 훨씬 큰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라며 이에 대한 예시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원대한 꿈을 주가수익비율에 빗댄 ‘PDR(Price Dream Ratio)’이라는 신조어를 들기도 했습니다.
사진출처_중앙일보 |
이외 시골 생활을 즐기는 ‘러스틱라이프’, 건강을 챙기되 저칼로리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식으로 고통은 최대한 배제하려는 ‘헬시플레져’, 스스로 루틴을 만들어 자기관리에 열심인 ‘바른생활 루틴이’, 비대면 환경에서 더욱 중요해진 ‘실재감테크’ 등이 내년 소비 트렌드의 주요 키워드로 꼽혔습니다.
사진출처_서울대학교 |
사진출처_매드타임스 |
매해 돌아오는 유행으로 소개돼도 무방한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키워드는 과연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 걸까요? 연말이 다가올수록 언론의 관심이 집중 조명되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2004년 서울대가 트렌드분석센터를 세움으로써 그 첫발을 내딛게 되는데요.
소비트렌드분석센터장인 김 교수는 지난 2007년 소비 트렌드로 꼽힌 10개의 키워드의 앞 글자를 딴 ‘golden pigs’라는 제목으로 자료를 만들어 신문에 실었더니 독자, 언론의 반응이 뜨거워 2009년부터 ‘트렌드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매해 10월 해당 시리즈 단행본을 펴내고 있습니다.
사진출처_대한민국정책브리핑 |
다음 해의 소비 트렌드를 예측하기 위해 200여 명의 연구진과 함께 노력하고 있는데요. 일명 ‘트렌드 헌터’라고 불리는 이들이 매년 봄부터 여름까지 한 달에 한 번씩 트렌드 다이어리를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 보내면 이를 연구, 분석해 책의 큰 틀을 잡아 나가게 됩니다.
사진출처_매일신문 |
사진출처_연합뉴스 |
이외에도 신문 기사, 신용카드 회사의 카드 사용 명세서, 빅데이터 분석, 통계청 발표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는데요.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 분석을 위해 변하는 것과 변치 않는 것을 구분하려 노력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많은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 그 원인에 대한 답을 찾으려 노력한다”라며 “이를 위해선 소비자의 욕망을 꿰뚫어 볼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죠.
김난도 교수가 매해 내년의 소비 트렌드를 예측한 책을 펴내는 것은 그가 ‘소비’라는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며 사는 것과 무관치 않은데요. 그는 소비의 변화가 곧 트렌드라는 지론을 갖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소비라는 현상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념, 기후, 기술 등 여러 복합 요소가 복합돼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소비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거의 다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사진출처_티스토리 ‘먹GO_보GO_읽GO_쓰GO’ |
지금까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분석한 내년도 소비 키워드를 비롯해 독자와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의 뒷배경에 대해서도 알아봤는데요. 올해 그가 내놓은 내년도 소비 트렌드 키워드 가운데 어떤 키워드가 ‘가심비’, ‘소확행’, ‘욜로’처럼 유행어로 자리 잡을지 예측해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