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3등급→1등급으로 만들어주던 1타 강사가 찾은 새로운 직업
누구나 한 번쯤 좋아하는 일과 잘 하는 일 사이 어느 것을 택하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데요. 좋아하는 일을 잘하게 만든다면 가장 좋겠지만 직업을 택할 때 처음부터 그렇게 하기란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죠. 특히 적성에 잘 맞는 일을 찾아 억대 연봉을 올리고 있을 당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겠다고 미련 없이 돌아서는 일은 웬만큼 결연한 마음을 먹지 않고서야 하기 힘든 일일 텐데요.
여기 한 달에 수천만 원이 보장된 일자리를 포기하고 오로지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살겠다는 일념 하에 불투명한 미래를 감당하기로 한 결과, 현재 많은 이들의 하루 마무리를 책임지게 된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의 정체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힘쎈 여자 도봉순’, ‘품위 있는 그녀’에 이어 최근 여성 서사 드라마로 화제성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얻는데 성공한 ‘마인’을 집필한 백미경 작가는 김은숙, 김은희 작가와 함께 믿고 보는 작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요. 작가로서 데뷔 이후 쉼 없이 거의 매해 작품을 내왔기에 지금껏 글 쓰는 일만 해왔을 거란 예상과 달리 백 작가는 본래 학원가에서 이름을 날리던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그녀는 “대구에서 영어학원을 12년 했다”라며 “그 당시 월 3000만 원에서 4000만 원 이상을 벌었다”라고 밝혀 주위의 놀라움을 자아냈는데요. 원래 영어학원을 차릴 계획은 없었으나, 10여 년 전 자신이 집필한 시나리오를 빼앗긴 경험을 한 뒤 ‘다시는 글을 쓰지 않겠다’는 요량으로 대구로 내려가 영어학원을 차렸다고 하죠.
그렇게 작가에서 본인의 전공을 살려 영어학원 선생님으로 직업을 바꾸게 된 그녀는 뜻밖에 적성을 찾았습니다. 그녀는 스스로 작가로서의 재능보다 강사로서의 재능이 더 뛰어난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3등급을 1등급으로 만드는 강사’로 소문이 난 덕에 그녀의 학원 앞으로 학생이 줄을 설 정도로 학원이 잘 됐다고 하죠. 그러나 학원 원장으로서 승승장구하던 그때도 그녀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작가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었는데요.
백 작가는 학원운영을 10년째 이어나가고 있을 시점, 마크 트웨인의 ‘시도하고 꿈꾸고 나아가라’는 명언을 읽는 순간 다시 작가의 길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학원이 잘돼 돈을 많이 벌어도 그게 인생의 전부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마크트웨인의 명언을 읽는 순간 뭔가 영향력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 생각했고 그렇게 일주일만에 쓴 대본이 ‘강구이야기’”라고 설명했습니다. 2014년 SBS공모전에서 당선된 강구이야기는 백 작가의 입봉작이기도 한데요.
백 작가는 입봉한 2014년 이후 2016년, 2020년을 제외하고는 매해 최소 한편, 심지어 2017년에는 ‘힘쎈여자 도봉순’, ‘품위있는 그녀’ 총 두편의 드라마를 대중에게 선보였습니다. 그녀가 평소 엄청난 작업량을 소화해내고 있음을 짐작하게 만드는데요.
백 작가의 컴퓨터 안에는 집필하다가 중간에 그만둔 기획물이 훨씬 많다고 합니다.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콘텐츠가 쏟아지는 데다 국내 작가들끼리 비슷한 이야기 구성의 스토리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아 한 작품을 끝까지 집필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은 것인데요.
백 작가는 “2년 전부터 기획 중이던 작품이 지금 넷플릭스에서 방영되고 있다”라며 “이런 경우에는 눈물을 머금고 버려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돈, 시간, 노력을 쏟아부었음에도 결과로 나오기까지 변수가 많은 것은 대부분의 드라마 작가들이 겪는 고충일 텐데요.
이 밖에 공들여 쓴 작품이 흥행하지 않을 때도 작가로서 마음이 상당히 무겁다고 합니다. 백 작가는 같은 글을 쓰는 일이라 하더라도 소설이 아닌 드라마는 모두가 협업하는 일이기에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그녀는 “나는 실패해도 괜찮지만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이 너무 고통스럽다”라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여러 가지 고충이 있음에도 그녀는 잘나가던 학원 일을 그만두고 다시금 작가의 길을 택한 것이 후회 없는 듯 보이는데요. 수입 사정 역시 영어강사를 하며 월 4천만 원 정도를 벌 당시보다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현재 수입이 훨씬 더 많다고 하죠. 그러나 그녀에게 수익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백 작가는 “안전 기반 위에서 1등을 하기보다 늘 도전하는 꼴찌가 되길 원한다”라며 “도전하다 실패한다면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또 다른 작품을 또다시 쓰면 된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지금까지 흥미로운 스토리와 탄탄한 전개로 많은 이들의 저녁을 책임지고 있는 드라마를 집필한 백미경 작가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그녀가 다음엔 또 어떤 재밌는 작품으로 대중을 찾아올지 앞으로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