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리 클럽서 이름날리던 소년 가장, 지금 이렇게 됐습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소년 가장이 되어버린 김종민은 학창 시절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 방송에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님이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가장이 돼버렸다.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됐다”라면서 어린 나이에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시간을 전했는데요. 어머니와 대학생인 누나, 중학생인 여동생 모두 김종민만 바라보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는 시계 공장, 달력 공장, 전단지 알바 등 안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로 생계를 책임졌습니다. 하지만 이내 ‘하나만 파자’는 생각에 좋아하던 춤 쪽으로 진로를 결정했죠. 그는 당시 서울 수유동의 한 클럽에서 본인의 색깔을 담은 댄스를 선보이다 댄스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댄서 생활은 녹록치 않았는데요. 그의 첫 달 월급은 단 돈 4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댄서로 활동하던 김종민은 남자 아이돌을 꿈꾸며 SM 엔터테인먼트 오디션을 보기도 했습니다. 당시 SM은 김종민에게 가수 유영진의 백댄서를 제안했는데요. 김종민은 사실상 불합격이라 생각하며 아이돌을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사실 이것이 합격 통보였다는 것이 밝혀졌는데요. 비슷한 시기에 SM 오디션을 봤던 문희준이 백댄서 제의를 받아 무대에 선 이후 데뷔에 성공했던 것입니다. 만약 김종민이 댄서 제의를 수락했으면 H.O.T나 신화의 멤버 내지 선배가 될 수 있었던 것이죠.
이후 김종민은 백댄서 전문 안무팀 <프렌즈>에 정식 입단하게 되었습니다. 1996년부터 R.ef, 구피 등 인기 그룹의 무대에서 백댄서로 활동을 시작했죠. 그러던 중 가수 엄정화와 만나 아직도 명곡으로 꼽히는 ‘포이즌’, ‘초대’, ‘몰라’ 등의 무대를 함께하며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는데요.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했던 엄정화 덕분에 빠르게 김종민은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가 백댄서로 선 곡들은 대부분이 1위 혹은 1위 후보곡이었습니다.
수려한 외모와 댄스 실력 덕분에 방송에 자주 노출된 그는 ‘포이즌’ 무대에서 브이맨이라는 별명을 얻게 됩니다. 실제로 당시 그는 수많은 팬이 집 앞에 찾아올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는데요. 김종민의 인기가 알려지며 가수 휘성 역시 김종민을 보며 백댄서의 꿈을 키울 정도였습니다. 휘성은 데뷔 후 “요즘 김종민의 모습을 보면 사람이 너무 달라져 영혼이 바뀐 건 아닌지 생각될 정도로 신기하다”라며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가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죠.
엄정화가 휴식기에 들어간 2000년대 초반에도 그는 이정현, 채정안 등의 스타들과 함께 무대에 섰는데요. 그러다 2000년 10월, 코요태에 객원 멤버로 합류하게 됩니다. 코요태의 원년 멤버 차승민이 탈퇴하면서 공석이 생겼고 그 자리에 김종민이 들어가게 된 것이죠.
물론 댄스에 집중했던 김종민이 하루아침에 보컬을 맡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가 합류했던 시점인 코요태의 3집 앨범에 그의 목소리는 찾을 수 없었죠. 그 역시 금방 그룹에서 탈퇴할 생각으로 활동에 임했다고 해요. 화려한 댄스 실력과 달리 순박한 매력을 갖고 있어 활동 초반 그는 소속사에서 “종민이는 말하지 마라”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백댄서 시절 팬덤과 함께 김종민은 코요태의 인기에 큰 보탬이 되었습니다. 가창력 역시 전보다 나아지며 서브 보컬로 확실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면서 2001년 10월부터 정규 멤버가 되었죠. 이후 2002년 리더였던 김구가 마약 사건으로 탈퇴했고 김종민은 리더 자리까지 맡게 됩니다. 덕분에 음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던 2000년 상반기에도 코요태는 독보적인 혼성그룹으로 활약하며 각종 가요대상, 가수상 등을 휩쓸었습니다.
2003년 <천하제일 외인 구단>을 시작으로 김종민은 예능계에 입문합니다. 어설픈 매력은 그 자체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었고 덕분에 <X 맨>, <연애편지>, <여걸 식스> 등에서 고정 멤버로 활약할 수 있었죠. 이후 2007년 <1박 2일>에 섭외되며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는데요. 공익근무요원으로 잠시 하차했다 2009년 소집해제 후 복귀했습니다.
이후에도 김종민은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선사했죠. 오랜 시간 시청자들과 호흡하며 엉성함만으로 사랑받은 것은 아닙니다. 전문가에 가까운 역사 지식, 의외의 상황에서 발휘하는 능력으로 반전 매력을 보이기도 했죠.
그 결과 2016년 KBS 연예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게 됩니다. 유일하게 원년 멤버로 시작해 현재까지도 <1박 2일>을 지키고 있는 멤버로 새삼 그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죠. 당시 시청자들은 물론 함께 후보에 오른 유재석 역시 “김종민이 꼭 받았으면 좋겠다”라며 응원을 보냈습니다. 김종민은 수상 소감을 밝히며 예능 입문과 성장을 도와준 유재석, 강호동 등을 언급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죠.
여전히 김종민은 최근 영입된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1박 2일> 시즌 4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놀면뭐하니>에서 유재석, 데프콘과 함께 시청자에게 많은 웃음을 선사하고 있죠. 우여곡절 끝에 본인의 길을 찾아 사랑받고 있는 김종민이 앞으로도 음악, 예능 두 가지 분야를 넘나드는 만능 엔터테이너로 대중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전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