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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고시 포기때 이미 33살, 다른 전문직 선택했더니 이런 반전이?

대한민국 국민의 90% 이상은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임금체불, 해고 등의 노사 문제가 불거졌을 때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죠. 사용자 역시 노동법을 알지 못해 법을 위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법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커플이 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노동법을 전파하고 있는 권태혁, 임청아 노무사를 만나보았습니다.

관심 없던 노무사 자격시험에 도전하게 된 이유

임청아 노무사의 대학 시절 모습 (우)

법학과를 전공한 권태혁 노무사는 원래 사법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졸업 후 33세까지 시험에 전념했지만, 아쉽게도 낙방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와서 취업을 준비하기에는 늦은 나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자격증 시험에 응시하고자 결심했죠.”


임청아 노무사 역시 처음부터 노무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진 건 아닙니다. 오히려 노무사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고 하는데요. 대학 시절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 그녀의 아버지께서 노무사라는 직업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활동적인 성격이 노무사와 잘 맞을 거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집체교육 당시 권태혁·임청아 노무사의 모습 / 본인 제공

이렇게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이유로 노무사 시험에 도전하게 되었는데요. 수험 생활이 그리 쉬웠던 건 아니었다고 합니다. 권태혁 노무사는 이미 사법 시험을 통해 낙방의 쓴맛을 경험했습니다. 임청아 노무사의 경우, 첫 번째 노무사 시험에서 한 번 떨어진 상태였죠. 그래서 더 불합격에 대한 불안감과 압박감이 컸다고 합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권태혁, 임청아 노무사는 제24회 공인노무사 시험에 당당히 합격할 수 있었는데요. 이후 이뤄진 집체 교육에서 처음 만나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수습 교육이 끝난 뒤에는 같은 노무 법인에서 제안을 받아 함께 근무하고 있죠. 노무사 동기이자 커플인 셈입니다.

노무사가 말하는 노무사의 현실

(좌) 부당 해고 구제심판 심문회의가 열리던 날, (우)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방문한 모습

노무사는 채용이 이뤄지는 곳에서 발생하는 모든 법적 이슈를 다루는 직업입니다. 노사관계에 돈까지 얽혀 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죠. 임청아 노무사는 이 점에 대해 “처음에는 많이 흔들렸다.”고 답했는데요. 의뢰인이 감정적으로 약해지는 경우도 있어, 자문이나 사건을 멈춰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녀는 경험이 많아질수록 의뢰인이 법률적으로, 감정적으로 기대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노무사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뀌니, 스트레스 때문에 힘든 부분도 사라질 수 있었죠. 권태혁 노무사도 초반에 감정적인 문제에 어려움을 느끼곤 했는데요. 그는 “감정적인 문제로 한쪽에 치우치면 사건을 그르칠 수 있다.”는 점을 마음속으로 되새기면서 이 점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수임료가 주 수입이다 보니 영업도 어느 정도 필요한데요. 권태혁 노무사는 이런 영업에 있어서 “새로운 고객 유치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기존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는 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오히려 기존 고객분들이 새로운 고객을 소개해주면서 밑바탕이 될 수 있는 것이죠. 두 사람은 고객 유치에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내실을 탄탄히 다지는 데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합니다.

20대부터 50대까지 도전 가능한 직업

공인노무사 시험에 응시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권태혁, 임청아 노무사에게 노무사라는 직무에 대해 질문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죠. 다소 늦은 나이에 시험을 준비한 권태혁 노무사는 2030세대와 4050세대 모두 노무사 시험을 추천한다고 합니다.


“2030세대의 목적은 대부분 취업입니다. 이때 노무사 자격증이 그 목적의 치트키가 될 수 있습니다. 기업에서 인력을 채용할 때 자격증이 있으면 가점을 부여하거나, 대놓고 노무사를 채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다가 노무사는 정년도 따로 없는 직종이기 때문에 더 좋습니다." 권태혁 노무사는 4050세대도 늦지 않은 나이라고 밝혔는데요. 오히려 현장에서는 40세도 어린 나이로 보는 편이라고 합니다. 자격증 취득 후 바로 개업도 할 수 있어 정년이 다가오는 4050세대에게도 딱 맞죠.

노무사 직업을 알리는 강사로도 활동했던 두 사람의 모습 / 한국직업방송

노무사는 8대 전문직 중 하나다 보니 일반 직장인에 비해 초봉도 꽤 높은 편입니다. 두 사람이 처음 노무사로서 일하게 되었을 때 받았던 월급은 약 250만 원 선이죠. 연차가 어느 정도 생긴 지금, 수입은 성과에 따라 편차가 발생하는데요. 사건의 난이도, 임금 체불 금액의 정도 등에 따라 수임료가 달라져 월급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고 합니다. 권태혁, 임청아 노무사는 들쑥날쑥한 수입이라도 "투입 대비 수익이 괜찮은 편이다."라며 재치 있게 답했습니다.

지식인과 메신저 상담, 그리고 유튜브까지

지식인 상담에 대한 답변은 포털 사이트 메인에 노출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유튜브를 통해 노동법을 전파하고도 있는데요. 첫 시작은 지식인이었다고 합니다. 일을 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노동 관련 질문에 답을 하곤 했죠. 그러나 질문자가 문제를 파악하기 위한 사실관계를 적지 않아, 정확한 판단에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답변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에 대한 의문도 생겼죠.


그래서 SNS를 활용했습니다. 직접 대화를 주고받아 전보다 더 구체적인 답변이 가능했는데요. 물론 SNS 상담에도 문제는 있었습니다. “대체로 질문이나 궁금해하는 포인트가 유사했습니다. 매일 똑같은 답변을 하기보다는 공통적으로 궁금해하는 부분을 교육 영상으로 푸는 게 나을 거라 생각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운영 초반에는 노동법 지식을 풀어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잘 알게 되는 것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사업주도 법을 몰라서 위반하는 경우가 있기에, 이 부분을 영상을 통해 개선하고자 결심했죠. 그러나 두 사람은 “채널을 운영할수록 저희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라고 말했는데요.


권태혁 노무사는 “사람들이 노동법에 기본적으로 관심이 있을 거라는 전제를 깔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관심 자체가 없으니 두 사람이 목표로 삼았던 ‘노동법 의식 수준 향상’은 불가능했던 것이죠. 이 점을 깨달은 후에는 노동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데 더 주력하는 중입니다. 노사 모두 기본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유튜브 운영의 최종 목표이죠.

누구보다 노동법을 알리는 데 앞장서는 권태혁, 임청아 노무사. 이들은 꾸준한 스터디를 통해 노동법에 대한 지식을 쌓고, 정책 참여단으로도 활동하며 본업을 충실히 이행하고도 있습니다. 아직 노동법에 대한 관심은 미비한 편이지만, 두 사람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모두가 노동법의 기본을 알게 되는 건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글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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