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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로 3억 날린 정신과 의사가 주식중독 빠져나오기 위해 한 일

한때 도박, 사채와 함께 인생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 리스트에 꼽혔던 주식투자가 어느덧 일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식당가나 대중교통에서 주식 얘기를 하거나, 주식 종목을 스마트폰으로 들여다보는 이들을 주변에서 너무나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서점가마저 현명한 투자를 조언하는 주식 서적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제발 나처럼 망하지 말라’고 본인의 실패담을 여기저기 펼쳐놓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정신과 의사로서 본인의 정신건강 하나만큼은 자신 있었지만, 주식 때문에 ‘멘탈붕괴’를 맛봤다고 하는데요. 대체 어떤 사연인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정신과의사 박종석씨가 서른 살의 나이에 처음 주식투자에 발을 들일 당시만 해도 그는 주식이 자신에게 어떤 파국을 불러올지 몰랐는데요. 당시 월급을 알뜰히 모아 마련한 2000만원을 어떻게 하면 굴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대학 선배와 주변 지인들의 권유로 우량주 위주로 투자를 시작하게 됩니다.

첫 달 만에 약 9%의 수익을 낸 그는 가진 주식을 모두 매도하고 갈비를 사 먹습니다. 처음으로 노동 없이 번 돈이라는 생각에 갈비 맛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달콤했다는 박종석 씨는 같은 해 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해 총 8000만원을 주식에 넣었는데요.



당시 그는 ‘주식 중독자’의 표본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3시까지 주식 종목을 확인하느라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급등주, 레버리지 등 그간 손대지 않았던 고위험투자까지 손을 댔다고 하는데요. 이 선택으로 그의 돈 3억8000만원이 5년에 걸쳐 서서히 증발했습니다. 그는 당시 상황을 “전 재산을 거의 다 날렸다”고 명료하게 한 문장으로 정리했죠.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주식중독에 걸려 본연의 정신과의사로서의 업무를 소홀히 하다 보니 권고사직을 당한 것인데요. 그는 “온종일 주식에 몰두하느라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이게 직장에 소문이 났다”라며 “1년 만에 권고사직 비슷한 걸 권유받아서 직장도 잃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주식도 폭락하고 직장도 잃게 된 그때가 인생의 최저점이었다고 박종석 씨는 회상하는데요.



그는 정신과 전문의로서 본인이 주식중독에 빠지게 된 원인이 자만감이라고 꼽습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이라는 남들이 인정하는 좋은 학교를 나온데다가 정신과 전문의라는 직업 특성상 자신의 욕망을 컨트롤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그에게 독으로 작용한 것이죠. 박종석 씨는 “다른 사람들보다는 내가 심리에 대해 잘 아니까 이런 자만감이 오히려 주식에 더 빠져들게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주식중독으로 돈과 직장까지 모두 잃은 그가 바닥을 딛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택했던 방법은 다름 아닌 일기 쓰기와 가계부 쓰기였는데요. 그는 주식 투자를 위해 봤던 회사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보기 전 스스로 재무 상태부터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일기도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서 그가 택한 방법인데요. 그는 “주식으로 잃은 마이너스 3억2000만원 계좌를 노트북에 캡처 해놓고 계속 들여다봤다”며 자신의 실패를 직면하기 위해 애썼다고 합니다.


이밖에 그의 주변 지인들도 그에게 큰 의지가 됐다고 하는데요. 크나큰 투자 실패로 실의에 빠진 박종석 씨의 주변엔 매일 밤마다 그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지인을 비롯해 그가 운동을 통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여자친구가 곁에 있었습니다. 박종석 씨는 “주식중독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필요한 건 무엇보다 주변 사람의 관심과 본인의 의지다”라고 말하기도 했죠.



조언 중의 조언은 경험자의 조언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박종석 씨는 본인이 주식투자로 쓰디쓴 실패를 맛본 만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가 일하는 병원에 하루 평균 두세 명꼴로 비트코인 중독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찾아온다고 하는데요.
그는 주식중독으로 고생하는 이들에게 한 번에 주식을 단호히 끊으려고 하기보다는 다소 약한 중독으로 주식투자 충동을 다스리라고 조언합니다. 금전적 피해가 없는 운동, 만화책, 넷플릭스 등 일상을 파괴할 위험이 덜한 약한 중독에 자신을 노출해 주식중독을 다스리는 것이죠. 박종석 씨는 “주식으로 큰 수익을 올렸을 때 확 하고 터져버린 도파민의 분출을 잊기는 쉽지 않다”라며 “그렇기에 주식중독을 무조건 이제부터 안 하겠다, 참겠다는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고 설명합니다.
한편, 박종석 씨는 주식투자 실패 경험담과 주식중독에서 빠져나오는 조언법을 한데 담아 책 <살려주식시오>를 냈는데요. 수많은 투자자들이 주가가 요동칠 때마다 심리가 흔들리는 이유를 비롯해 주식투자를 할 때 가져야 할 바람직한 마음가짐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합니다. 한때 투자 실패로 돈과 직장 모두를 잃은 그가 모든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 본인과 같은 어려움을 현재 겪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지침서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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