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때마다 가슴벅차다"...전문가들도 예상치 못한 회사 먹어살린 음료는?
러시아 입맛 사로잡은
특별한 한국 제품이 있다
레쓰비, 밀키스, 초코파이, 라면까지
러시아 국민 식품이 된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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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우리나라 식품 수출에서 9번째로 비중이 큰 국가입니다. 지난해 코트라(KOTRA) 해외시장 뉴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연간 2억 달러 규모의 한국 식품 수출 시장인데요. 주요 수출된 식품 품목을 살펴보면 라면, 스낵 제빵류, 음료, 마요네즈, 커피 등의 비중이 컸습니다.
그런데 러시아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많은 한국 제품들 사이, 한국보다 월등히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제품들이 있습니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판매하는 것들 중 오로지 러시아만을 겨냥한 특별한 제품들도 화제입니다. 러시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제품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러시아 대표 캔 커피는 ‘레쓰비’
레쓰비는 올해로 러시아 시장에 진출한지 15년째이며 현지 RTD(ready to drink) 시장 점유율 90%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파란 커피 주세요.”라고 할 정도로 러시아에서는 ‘캔 커피는 레쓰비’라는 인식이 크게 자리 잡고 있는데요. 특히 지난해에는 러시아에서만 108만 상자를 판매하여 러시아 진출 이후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캔 수량으로 따지면 3240만 캔에 달하는 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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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쓰비는 해외 30여 개 국으로 수출되고 있으나 전체 해외 매출에서 80%가 러시아일 만큼 그 비중이 큽니다. 러시아 수출 초기에는 마일드 제품 1개뿐이었지만, 계속되는 인기로 카푸치노 초코라떼 등 총 14개 종류까지 확대되었습니다.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카푸치노, 마일드 아라비카, 아메리카노 순으로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랭건조한 러시아의 날씨에 걸맞은 온장고 마케팅이 상당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롯데칠성음료는 2007년부터 러시아에 온장고를 지원하여 현재 3만대가 넘는 온장고가 러시아 전역에 설치돼 있으며, 이는 레쓰비 현지 판매량 급증의 발판이 되었습니다.
롯데칠성, 과일향 밀키스까지 선보여
레쓰비를 비롯해 동일 브랜드 롯데의 제품인 ‘밀키스’ 또한 현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롯데칠성은 1990년대 초 러시아에 처음 진출했을 때만 해도 오리지널 버전의 밀키스만 판매하였습니다. 그러나 이후 러시아 사람들은 기후 및 지리적 조건에 따라 다양한 과일을 접하기 힘들다는 점에 착안하여, 딸기·바나나·레몬 등 12가지 과일향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한국에서 파는 밀키스에는 과일향이 없다는 것인데요. 밀키스는 러시아 시장에서 매출 120억 원을 달성하며 전년보다 50%가량 늘어, 과일향 제품을 꾸준히 확대 중에 있습니다.
초코파이 프리미엄 전략, 러시아에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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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러시아의 ‘국민 파이’로 자리 잡은 오리온 초코파이는 현지 성공 요인 중 첫 번째로 프리미엄 전략을 꼽았습니다. 초코파이가 한국에서는 대중적인 제품이지만, 러시아에서는 고급 파이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리온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라즈베리 맛·체리 맛 초코파이를 출시했고, 올해는 산딸기류의 일종인 블랙커런트 맛도 내놓았습니다. 이 영향 때문인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23%가량 증가했습니다.
한국에는 없는 베리 맛 초코파이는 러시아 사람들의 ‘다차’라고 불리는 텃밭이 딸린 시골집 문화에서 착안한 것입니다. 러시아 사람들이 다차에서 수확한 산딸기류를 잼으로 만들어 먹는 점을 고려하여 현지화 전략을 내세운 것이죠. 러시아에서 베리맛 초코파이는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국민 라면, ‘팔도 도시락’
한국 식품 중 러시아에서 국민 브랜드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대표적인 사례는 ‘팔도 도시락’입니다. 현지 대형마트를 가 보면, 팔도 도시락 전용 매대가 기존 라면 매대보다 더 큼지막한 곳에 따로 놓여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코트라 블라디보스토크 무역관은 “도시락 라면은 러시아의 국민 라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소개했을 정도인데요. 도시락 라면은 91년 러시아에 진출한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량 54억 개를 기록했습니다.
도시락 라면의 성공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에 있습니다. 러시아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닭 육수가 들어간 하얀 국물로 덜 맵고 부드러운 ‘치킨 맛’을 개발한 것입니다. 현재는 닭고기뿐만 아니라 돼지고기·버섯·해물 등을 추가해 총 여덟 가지 제품군을 선보였으며 도시락 파스타까지 판매 중에 있습니다. 젓가락 사용에 익숙지 않은 러시아인들을 위해 용기 안에 포크를 동봉한 것 또한 팔도의 현지화 노력 중 하나입니다. 연말 선물세트로 내놓은 도시락 세트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라면에 마요네즈 뿌려먹는 괴식 발명
또한 러시아는 마요네즈를 사랑하는 나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예로부터 추운 날씨를 이겨내기 위해 기름진 음식을 즐겨 먹은 러시아인들에게 마요네즈는 맛도 좋고 값도 저렴하여 필수품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에 팔도에서는 마요네즈를 수프에 풀어먹는 러시아 현지인들의 식습관에 착안하여 마요네즈 소스를 넣은 ‘도시락 플러스’를 출시했습니다.
오뚜기 마요네즈 러시아 시장점유율 '1위'
뿐만 아니라 ‘오뚜기 마요네즈’는 러시아에서도 사랑받는 국민 식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1996년 러시아에 처음 진출한 오뚜기는 현재 러시아 극동지방 마요네즈 시장의 70%를 차지하며 극동지방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러시아 현지에서는 오뚜기 마요네즈의 상징인 노란 뚜껑을 모방한 제품까지 나왔는데요. 하지만 오뚜기 제품 특유의 고소한 맛까지는 따라 하지 못해, 오뚜기는 원조의 명성를 잃지 않고 현지 소비자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주로 업소에서만 쓰이는 대용량 마요네즈 제품도 러시아에서는 가정 내에서 일주일에 한 개꼴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맛이 우수하고 품질도 월등하다고 알려진 한국 식품들은 러시아 소비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브랜드의 세계화와 현지화를 결합한 글로컬 전략을 내세운 것이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는데요. 앞으로도 계속될 러시아 시장에 대한 한국 브랜드의 진취적인 도전들이 기대가 됩니다.
글 이소윤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