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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떠난 한국 의사들이 '쪽박'차고 돌아온 이유

가장 안정적인 전문직, 의사

한국 시스템에 불만 갖고 미국 진출하기도

미국에서 의사로 활동하기 위해

꼭 알아둬야 하는 사항들은?

고려대 의과대학

한국의 성적 최상위권 학생들은 의대로 진학합니다. 서울대와 지방 의대에 동시에 합격한다면 지방 의대를 선택하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죠. 의대를 선호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의사가 되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안정적 수입, 한국에서 의사가 갖는 사회적 지위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는데요.

미국 진출을 꿈꾸는 의대생들도 있다. / medigate news

조금 더 야심찬 의대생들은 미국 진출을 꿈꾸기도 합니다. 미국도 의사가 대우받기는 마찬가지이며, 미국 의사들의 급여 수준이 더 높은 데다 평균 근무시간도 한국보다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막연한 환상만 품고 미국으로 떠났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입니다. 미국에서 의사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알아둬야 할 주의점은 없는지 지금부터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미국에서 의사하기' 컨퍼런스에 몰린 학생들

청년의사

연세의대와 신문 <청년의사>는 지난 1월 '미국에서 의사하기'라는 주제의 컨퍼런스 겸 워크숍을 개최했습니다. 연사로는 미국에서 의사로 살고 있는 한국인 의사 4 명이 나섰죠. 강현석 캘리포니아대 샌프란 시스코 의대 혈액종양내과 부교수, 박찬왕 에네스티지아 컨설턴트 오브 인디애나폴리스 (Anesthesia Consultants of Indianapolis, LLC) 최고 정보 관리 책임자(마취과 전문의), 전혜영 뉴욕의대 응급의학과 조교수, 조도연 앨라배마 대학병원 이비인후과 조교수가 그들입니다.

청년의사

미국에서 의사로 자리 잡은 노하우를 전해 들으려는 학생들의 관심은 뜨거웠는데요. 강당을 채운 130여 명의 학생들은 미국의 의사면허 취득 절차부터 수련 시스템, 취득 가능한 비자 종류에 대한 이야기를 경청하고 평소 궁금했던 질문을 쉴 새 없이 쏟아부었습니다. 한국의 의대생들이 더 이상 국내 병원만을 미래의 직장으로 여기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 순간이었죠.

미국의 의사 면허 시험, USMLE

한국인 의사가 미국에서 정식 의사로 활동하려면 가장 먼저 거쳐야 하는 단계는 무엇일까요? 당연히 미국의 의사 면허를 취득하는 것인데요. 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했다면 미국에서 다시 의대를 다니며 공부할 필요는 없지만, 미국 의사 면허시험인 USMLE(United States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를 치러 통과해야 합니다.

그레이 아나토미

이 시험에서는 기초의학, 임상지식, 임상 기술을 평가하는 총 3 단계의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시험은 4 번을 치르게 됩니다. 한 과정 당 최대 응시 가능 횟수는 6 번이고 2번째 과정까지 통과하면 의대 졸업 자격인증을 받아 수련 병원에 지원할 수 있죠.

마지막 단계인 3번째 과정은 전문의 수련과정 중에 치른다. 이 과정까지 마쳐야 제한 없는 의사 면허 (full license)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기간의 제한도 있는데요. 첫 응시 이후 전체 시험을 7년 내에 모두 통과해야 하며, 만약 이 기간이 지나면 첫 단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환상은 금물, 한계도 알고 있어야

인도주의 실천 의사 협의회, 데일리 메디

성공적으로 미국에 안착한 의사도 물론 여럿 있지만, 막연한 환상과 야심만 가지고 미국으로 떠났다가는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힐 수도 있습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최근 '거꾸로 보는 USMLE 설명회'를 열어 미국 진출을 고려하는 의대생들에게 주의사항을 전달했죠.

영화 Sicko

정 사무처장은 우선 '미국에서는 인도적인 치료가 쉽지 않다'라고 밝혔는데요. 개인별·지역별로 민간 보험이 커버할 수 있는 범위가 천차만별인데다 만약 보험의 보상 범위가 좁을 경우 의사가 진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죠.

medicare health insurance / cnn

정 처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의사 20,329 명 중 19%는 '보상 범위가 좁을 경우 진료를 거부한다'라고 답했습니다. 이 같은 분위기와 환경이 한국의 의료보험 체계에 익숙한 한국인 의사를 낙담케 할 가능성이 있죠. 또한 치료비 흥정과 보험 관련 서류에 쏟는 시간, 노력도 만만치 않게 들어갑니다.

또 한국 의사로서 진출할 수 있는 과에도 제한이 있습니다. 외국인을 뽑지 않는 법이나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높은 임금을 보장하는 성형외과, 정형외과, 순환기 내과, 소화기 내과, 피부과 등에서는 미국 의대 출신에 현지인 만큼 영어가 유창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외국인을 뽑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2019 미국 전문의 연봉 / 치과 in

한국인이 주로 가는 과는 비인기 과인 내분비내과, 가정의학과 등인데 의사들의 급여가 외과 계열의 절반 수준입니다. 정형준 사무처장은 "이 외에도 인종차별이나 언어, 문화 차이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라고 강조했는데요. 국내 환경에 불만족을 느껴 떠난 의사들은 대부분 돌아온다고 덧붙였죠.

각별한 의지,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영역

Anesthesia Consultants of Indianapolis, Stanford University

'미국에서 의사하기'에 연사로 나선 박찬왕 마취과 전문의는 이런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조금 더 긍정적인 시각을 전달했습니다. 그는 인턴 시절 언어나 출신학교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의대 시절 보다 훨씬 열심히 공부했고, 그 결과 약점이었던 생리학에 자신감도 붙었다고 밝혔는데요.

힘든 현실이 오히려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정 사무처장과 박찬왕 전문의의 이야기는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의 시스템에 불만을 가지고 미국에 진출하더라도 한국보다 쉬울 순 없습니다.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기회로 만들 의지가 있는 의사만이 미국 진출에도 성공할 것으로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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