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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야 너무 괜찮은데?" 10년차 삼성맨들이 만든 획기적인 작품

"머야 너무 괜찮은데?" 10년차 삼

출처: 니들스핀타투

불과 10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문신은 조폭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습니다. '목욕탕에서 온몸이 문신으로 뒤덮인 사람을 만나 무서웠다'는 경험담이 일종의 유머처럼 떠돌기도 했죠.

"머야 너무 괜찮은데?" 10년차 삼

출처: 레이지 스튜디오 / Are.na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천편일률적인 용 무늬 대신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그림이나 문구를 발목, 팔목, 목덜미 등의 신체 부위에 다양한 크기로 새기는 일반인들이 많이 늘어났는데요. 이에 따라 타투 아티스트라는 직업도 등장했습니다. 예술적 감각은 물론 철저한 위생관념과 틀림없는 기술력을 고루 갖춰야 하는 직업이죠. 그래서인지 '타투 아티스트'라고 하면 힙하고 세련된, 젊은 남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머야 너무 괜찮은데?" 10년차 삼

출처: instagram @臺灣網頁版

최근에는 특별한 기술 없이도 누구나 쉽게 타투를 새겼다 지울 수 있는 타투 프린팅 기계도 나왔습니다. 이런 사업은 왠지 타투 아티스트의 감성에 사업가 DNA까지 갖춘 밀레니얼들이 벌일 것만 같은 느낌인데요. 그런데 이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힙하지도 젊지도 않은, 삼성전자 출신의 평범한 아재들이라고 합니다.

타투도 헤나도 아닌

"머야 너무 괜찮은데?" 10년차 삼

말씀드린 것처럼 타투는 이제 일반인들도 많이 하는 개성 표현의 수단이 되었지만, 한번 새기면 없애기 어렵다는 이유로 아직 꺼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바늘로 피부에 상처를 내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통증이 두려운 분들도 타투 시술을 망설이죠. 그래서 이런 단점 없이 누구나 재미로 몸에 무늬를 새길 수 있는 '헤나 타투'가 한동안 인기를 끌었습니다. 모발 염색에도 자주 사용하는 헤나는 피부 자극이 덜하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사라지기 때문이죠.

"머야 너무 괜찮은데?" 10년차 삼

출처: MBC 아카데미 뷰티스쿨

물론 헤나에도 단점은 있었습니다. 아티스트가 제공하는 도안이 생각만큼 다양하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긴 하지만 그 시기를 마음대로 정할 수 없죠. 내일 격식 있는 자리에 참석해야 한다면, 오늘 저녁 파티에서 돋보이고 싶어도 헤나 타투 시술을 받을 수는 없는 겁니다.

"머야 너무 괜찮은데?" 10년차 삼

출처: B'ZUP

오늘 소개할 타투 프린터 '프링커'를 사용하면 그런 고민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플에 올라와 있는 다양한 도안 중 하나를 고르고 블루투스로 프링커에 연결하면 원하는 모양이 피부 위로 프린트되죠. 잉크젯 프린터 방식을 차용한 이 기계는 잉크 대신 화장품 원료를 사용합니다. 피부에 자극도 없고, 물과 비누로 간단히 제거할 수 있죠. 무게는 400g, 도안 고르기부터 프린팅까지 걸리는 시간은 1분 정도로, 시공간적 제약을 최소화한 것도 프링커의 장점입니다.

"머야 너무 괜찮은데?" 10년차 삼

출처: 네이버 포스트 jobsN

프링커(prinker)라는 제품 이름도 재밌습니다. 프링커는 사전에 '모양내는 사람, 깃털을 다듬는 새'라고 풀이되어 있는데요. 뜻과 발음 모두 제품의 성격에 꼭 맞아떨어집니다. 프린터(printer)와 모음이 같아 제품의 기능이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죠.

삼성전자 출신의 창립자들

"머야 너무 괜찮은데?" 10년차 삼

출처: 더 팀스

프링커를 개발한 회사 '스케치온'의 공동 창립자인 이종인 대표, 윤태식 이사 그리고 이규석 이사는 모두 삼성전자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을 투자한 잉크젯 프린터 개발 계획이 무산되자 그들은 분사(分社)를 결정하고 스케치온을 설립하죠. 프링커 개발은 피부에 일회성으로 타투를 프린트해보자는 윤태식 이사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는데요. 이종인 대표는 이런 윤 이사의 제안이 허무맹랑하게 들리기도 했지만, 허무맹랑한 것 이상으로 가슴이 설레서 개발에 뛰어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리우 올림픽의 인기스타

"머야 너무 괜찮은데?" 10년차 삼

출처: aving

2016년 7월에 1차 제품개발을 마친 스케치온은, 프링커를 들고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향해 떠납니다. 스케치온은 리우에서 프링커를 선보일 최적의 자리를 잡기 위해 삼성전자 담당자를 끈질기게 설득합니다. 스케치온의 모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제품 시연관에서 프링커도 함께 소개하려는 생각이었죠. 세 번이나 거절을 당한 끝에 어렵게 승낙을 얻어냈다고 합니다.

"머야 너무 괜찮은데?" 10년차 삼

출처: 네이버 포스트 jobsN

삼성전자 담당자는 이런 최종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리우에서 프링커는 그야말로 대성공을 거뒀으니까요. 순식간에 멋진 타투를 만들어내는 프링커에 브라질 사람들은환호했습니다. 프링커를 체험할 수 있는 삼성전자 부스는 늘 문전성시였죠. 이종인 대표는 브라질에서 속속 날아오는 현장 사진들 속 환하게 웃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형언하기 힘든 뭉클함을 느꼈다네요.

기업 고객 먼저 공략

"머야 너무 괜찮은데?" 10년차 삼

출처: instagram @臺灣網頁版

프링커는 아직까지 세계에서 유일한 타투 프린터입니다. 이는 전 세계의 고객을 독점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이 제품군 자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높지 않다는 뜻이기도 한데요. 개인 고객을 직접 공략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판단한 스케치온은 먼저 기업의 문을 두드립니다. B2B(기업 대 기업) 거래를 통해 우선 제품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전략이죠. 프링커는 기업, 브랜드의 행사에서 스타일과 재미를 더해주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머야 너무 괜찮은데?" 10년차 삼

출처: lifestyleasia

2017년 9월, 홍콩에서는 이브생로랑의 타투 틴트 론칭 행사가 열렸습니다. 타투 틴트는 매트한 피니시로 타투처럼 오랜 지속력을 자랑하는 립 제품인데요. 이렇게 제품 콘셉트가 딱 맞아떨어지는데, 프링커가 출동하지 않을 수 없었겠죠. 전 세계에서 모여든 뷰티 인플루언서들의 등과 팔에 이브생로랑 로고를 남겨주며 파티 분위기를 한층 즐겁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머야 너무 괜찮은데?" 10년차 삼

출처: 대림 미술관

지난여름 대림 미술관에서 진행된 <나는 코코 카피탄, 오늘을 살아가는 너에게>의 전시 오프닝 역시 프링커 덕분에 활기를 띠었습니다. 작가 코코 카피탄의 친필로 제작된 메시지 및 전시 제목을 피부 위에 프린트해 볼 수 있어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하네요.

"머야 너무 괜찮은데?" 10년차 삼

출처: 더 팀스

기업 행사 외에도 타투 프린팅 기술이 적용될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놀이공원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서 어린이 팔목에 부모님의 연락처를 프린트할 수 있다면 미아방지에 도움이 되겠죠. 온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원료를 사용해 체온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게 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하니, 곧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스케치온의 이름을 들어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재미와 실용성을 고루 갖춘, 더 발전된 모습의 프링커를 세계 방방곡곡에서 만나보게 될 날을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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