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은 이렇게” 신발덕후에서 매출 3000억원 넘는 회사 세운 비결
‘무신사’의 창립자 조만호 대표는 어릴 적부터 신발 사랑이 남달랐습니다. 조만호 대표는 그가 고3 시절이었던 2001년,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온라인 동호회 사이트인 프리첼에 ‘무진장 신발 사진 많은 곳’이란 커뮤니티 사이트를 만듭니다. 줄여서 ‘무신사’라고 불린 이 커뮤니티에서는 주로 한정판 신발의 후기와 신발 발매일 정보 등 신발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가 오갔는데요. 바로 이 커뮤니티가 오늘날 국내 대표적인 패션 이커머스 ‘무신사’의 첫 시작이었습니다.
당시 ‘무진장 신발 사진 많은 곳’은 신발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수집가라면 필수적으로 가입해야만 하는 커뮤니티로 통했는데요. 2006년 조 대표는 동호회 수준이었던 커뮤니티를 한 단계 성장시키기 위해 큰 결단을 내립니다. 바로 ‘무신사 매거진’이라는 웹진을 창간해 본격적으로 자체 콘텐츠를 강화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죠.
결과적으로 조 대표의 선택은 무신사를 동호회에서 기업으로 변모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무신사 매거진’은 월평균 7700여 건에 달하는 패션 전반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녹여내는데요. 매거진 발행 초기에는 다양한 패션 아이템의 온라인 쇼케이스를 비롯해 일반인 길거리 패셔니스타들을 발굴해 매거진에 소개하면서 10대~20대 독자층을 모아나갔습니다.
단순 패션 이커머스가 아닌, 자체 콘텐츠를 발행하고 있다는 데 무신사는 상당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조만호 대표는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소 패션 브랜드를 위한 콘텐츠 및 커머스 플랫폼은 무신사가 최초”라며 “국내의 역량이 뛰어난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들이 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무신사의 역할”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무신사가 발행한 자체 콘텐츠는 2009년 무신사가 본격적인 커머스 형태를 갖춘 이후, 고객을 계속해서 유입시키는 든든한 주춧돌의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기업분석 전문가들도 무신사가 오늘의 빛나는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이유도 콘텐츠의 힘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실제로 설문조사기관 오픈서베이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새로운 트렌드를 보기 위해 무신사를 방문하는 회원이 65%, 특별한 이유 없이 습관적으로 접속하는 회원이 48%를 차지했습니다. 즉, 사람들은 딱히 옷을 살 마음이 없어도 일단 무신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감상하기 위해 무신사 홈페이지를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처럼 무신사가 커 오기까지 조만호대표가 우여곡절을 겪지 않았던 것은 아닌데요. 커머스 오픈 초기, 조 대표가 본래 구상했던 무신사는 지금의 모습과는 다소 다르다고 합니다. 조 대표는 무신사를 전 세계 한정판 제품 위주로 판매하는 프리미엄숍으로 만들고자 했는데요.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고객 진입 장벽이 높아져 실적을 내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자체 콘텐츠 발행을 제외하고도 무신사는 패션 커머스로서 최초 타이틀을 또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국내 패선 커머스로서는 최초로 공중파 TV 광고를 진행한 것인데요. 해당 광고는 ‘다 여기서 사’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당시 이 광고가 공개된 이후 무신사는 일주일간 200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간 대비 거래액 증가율 200%를 갱신하는 큰 성과를 거둬들이는데요. 이는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마케팅 창구를 탐구해온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발을 사랑하는 마음에 시작했던 인터넷 커뮤니티는 어느새 1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 기업’반열에 올랐습니다. 쿠팡, 우아한형제들 등에 이어 국내 기업 가운데 10번째로 유니콘 기업에 선정된 것인데요.
무신사의 지난해 거래액은 1조 2000억 원, 매출액은 전년 대비 51% 증가한 3319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밖에 지금껏 무신사에 입점한 패션 브랜드만 5천700여 개에 달하는데요. 조만호 대표는 “그저 좋아하는 패션 아이템들을 올리고 발매 이슈를 공유하는 것에서 시작했을 뿐”이라며 “이 정도 규모는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밝히기도 했죠.
이처럼 창업자 본인조차 예상치 못했을 정도로 무신사는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한 상태인데요. 이 시기, 조만호 대표는 잠시 ‘일시 정지 버튼’을 눌렀습니다. 바로 대표직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인데요.
조 대표는 지난 4일 이메일을 통해 임직원에게 자신의 뜻을 전했습니다. 그는 “특정 고객 대상 쿠폰 발행과 최근에 있었던 이벤트 이미지 논란으로 무신사에 실망한 고객분들과 피해를 입은 입점 브랜드에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통감하며 20년 전 처음 무신사를 만든 이후 지금까지 유지해 온 운영자와 대표의 자리를 내려놓는다”고 밝혔습니다.
그가 언급한 논란은 올해 3월 무신사가 여성 회원에게만 할인 쿠폰을 지급해 ‘남성 고객을 차별한다’는 지적을 받은 것과, 최근 이벤트 홍포 포스터 이미지에 들어간 일러스트 때문에 ‘남성 혐오’ 논란이 일어난 것을 지칭한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