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주 5일 일할 때 이틀만 일해도 ‘월 200 ‘ 거뜬하다는 직업
코로나19가 오랜 기간 지속됨에 따라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그만큼 더 깊어지고 있는데요. 최근 중소기업중앙회는 자체 조사 결과에서 자영업자 10명 중 6명이 휴업이나 폐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벌어진 일이 누구에게나 같은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듯, 코로나19로 오히려 벌이가 더 좋아진 직업군이 있다고 하는데요. 이 직업의 경우 의사, 변호사, 검사 등 연봉이 높다고 잘 알려진 ‘고 스펙’ 직업군이 아님에도 월 500만 원에서 최대 700만 원의 소득을 올린다고 합니다. 과연 이 직업의 정체가 무엇인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유튜브 채널 ‘직업의 모든 것’에서는 골프장 캐디라는 직업에 대해 자세히 다뤘는데요. 캐디는 골프를 즐기러 온 고객이 골프장에 도착했을 때부터 게임이 끝날 때까지 보조 업무를 수행하는 역할을 합니다. 일례로 고객 점수 계산하기, 골프채 전달하기, 골프와 관련된 정보와 조언 제공하기, 카트 운전하기 등이 있는데요.
다른 팀과의 거리 유지를 통해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것도 캐디가 해야 할 일이며, 골프장 위 손상된 잔디를 흙으로 덮는 ‘베토’라는 작업을 하는 것도 캐디입니다.골프장 위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은 캐디의 손을 거친다고 해도 무방하죠.
보통 캐디는 골프장 소속 정직원이 아닌, 개인사업자로서 경기가 끝난 뒤 고객으로부터 직접 현금으로 보수를 받는데요. 업계에 따르면, 하루 두 타임 씩 라운딩을 뛰었을 때 캐디가 받는 월급은 월 500만원 안팎이라고 합니다.
6년 차 캐디 박모 씨는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안 하는 곳이 많지만, 야간 라운딩이 가능한 골프장에서 일하는 동료 캐디는 월 700만원 가까이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캐디피를 제외하고 종종 팁을 받는 경우도 있어 수입이 괜찮은 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야간 라운딩까지 돌 경우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 현실적으로 매일 밤까지 일할 수는 없다고 하죠.
실제로 캐디의 수입은 계속해서 오르는 추세인데요.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지난해 발간한 ‘레저백서 2020’에 따르면, 국내 대중 골프장 캐디피 평균 금액은 12만2900원으로 10년 새 27.5% 올랐습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두 배 이상 오른 것인데요. 해당 기관은 캐디의 연간 평균 수입 추정치로 3832만원을 제시했습니다. 이외 코로나19로 해외 골프 수요가 국내로 몰리면서 캐디의 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태인데요.
캐디는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고강도의 육체노동을 감당해야 하는데요. 휴학 신청서를 내고 현재 2년째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고 있는 김모 씨는 매일 아침 새벽 3시에 일어납니다. 출근시간이 새벽 4시 30분까지이기 때문인데요.
김 씨는 “출근하자마자 음료 수건 등을 챙겨 카트에 싣고, 5시 반부터는 본격적으로 라운딩을 함께 돈다”라며 “약 5시간 뒤엔 고객과 함께 클럽 하우스로 이동해 카트를 충전시키고, 청소를 한 뒤 30분쯤 휴식을 취하다 11시 30분이 되면 2번째 팀을 위해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라고 전했습니다.
매일 새벽 4시에 출근하고 오후 7시가 돼서야 퇴근하는 일상은 여간 힘든 게 아녔는데요. 김 씨는 한 여름에도 8시간 가까이 서 있어야 해 탈진으로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는가 하면 간혹 손님들로부터 성희롱을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장난처럼 성희롱 발언을 계속 툭툭 던지는 고객은 참다가 도저히 안되겠으면 회사에 보고해 출입 금지 시킨다”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김 씨는 주말에만 캐디 일을 하고 있는데요. 주 이틀 풀타임으로 일할 시 그녀가 받는 돈은 200만원 안팎이라고 합니다.
캐디가 되기 위해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요? 대부분의 골프장들은 추운 날씨로 인해 비교적 손님이 덜한 겨울철에 캐디를 뽑는데요. 비수기에 신입 캐디를 뽑아 2,3개월가량 신입 교육을 시키기 위함입니다. 신입을 뽑을 시엔 보통 20~30명가량을 채용하며 경력 캐디는 수시 채용이 일반화돼 있는데요. 골프장에서 자체적으로 캐디 구인공고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단 캐디를 뽑는 인터넷 카페에서 구직자가 원하는 골프장에 이력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한편, 현재 캐디는 고용보험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아 고용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직업군인데요. 현 정부는 지난 2월 학습지 방문 교사, 보험설계사 등 12개 직종을 오는 7월부터 고용보험 직종에 포함시키기로 했지만 캐디는 2022년 이후까지 검토 기간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캐디의 소득 체계를 더 잘 살피기 위함이라는 게 고용노동부의 설명인데요.
일각에서는 골프장 근무 기록표만 봐도 일정부문 소득 파악이 가능하지 않느냐는 반론도 나옵니다. 한 세법 전문가는 “캐디는 직업 특성상 불특정 다수의 손님을 매일 만나기에 택시 기사 못지않게 여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업군”이라며 “괜히 이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소득세를 물리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고소득 직업군 캐디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코로나19시국에 월 500안팎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이지만 뙤약볕에서 7시간가량을 일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뭐든 쉬운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