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인 줄 알았는데…0순위 촬영지 '한국민속촌'의 진짜 소유주
74년 문 연 한국 민속촌
박근혜 전 대통령 이종사촌 형부가 인수
본래 운영 맡았던 김정웅 씨 "계획적으로 빼앗아 갔다" 주장
꿀 알바의 성지이자 각종 사극 드라마 촬영지로, 또 외국인들의 필수 관광코스로 사랑받는 한국민속촌. 경기도 용인의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전통 생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내부 환경 때문에 많은 분들이 민속촌을 국가 소유로 생각하고 계셨을 겁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한국 민속촌은 사실 개인이 운영하는 사업체인데요. 그렇다면 과연 한국민속촌을 소유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한국 민속촌, 국립이 아니라고?
아나운서 장성규 씨는 유튜브 채널 '워크맨'에 출연 중입니다. 술집 아르바이트, 음악방송 조연출, 건설 현장직 등 다양한 직업을 체험하고 리뷰하는 이 채널에는 지난 10월 11일 한국민속촌 아르바이트 리뷰가 올라왔는데요. 거지 분장을 한 채 관람객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던 장성규 씨는 동료들과 함께 점식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바로 한국민속촌이 공기업이 아닌 개인사업이라는 이야기였는데요. 이 말을 들은 장성규 씨는 눈이 휘둥그레지면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당초 운영자는 김정웅 전 기흥 관광개발 사장
민속촌 건립 현장을 시찰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 맨 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이 김정웅 전 기흥 관광개발 사장이다. ㅣ 출처 saramilbo |
'워크맨'에 나온 대로, 한국민속촌은 개인 소유 사업입니다. 다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요. 70년대 한국고미술협회 회장을 맡고 있던 기흥 관광개발 김정웅 사장은 국책사업이었던 민속촌 건립에 자신의 자본 약 7억 원을 투자하는 대가로 민속촌의 운영권을 받습니다.
하지만 완공 직후인 75년, 김정웅 씨는 도굴품 수출의 혐의가 적용되어 문화재보호법 위반죄로 구속됩니다. 결과는 무죄였지만 확정판결이 나기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렸고, 그동안 자금난을 겪자 세진 레이온의 사장이었던 정영삼 씨가 기흥 관광개발 지분 50%를 1억 원에 넘겨받고 한국민속촌 운영을 맡았죠. 이듬해에는 기흥 관광개발의 사명을 '조흥 관광진흥'으로 변경했습니다.
본래 박정희 전 대통령 주도의 국책사업이었던 한국민속촌은 79년 박 전 대통령 별세 이후 사유재산화합니다. 현재 민속촌의 소유주는 정영삼 씨의 장남이자 조원 관광진흥의 대표이사인 정원석 씨죠.
현 소유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5촌 조카
민속촌을 인수한 정영삼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종사촌 형부이다 ㅣ 출처 mc plus |
그렇다면 김정웅 사장으로부터 민속촌을 넘겨받은 정영삼 씨는 어떤 인물일까요?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의 조카사위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이종사촌 형부가 되는 사람이죠. 그런데 이들 정 씨 일가가 민속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는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는데요. 김정웅 사장을 잘 아는 인사동의 고미술품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결국에는 민속촌을 뺏긴 것"이라고 입을 모았죠.
국내 한 언론과 김정웅 씨의 인터뷰에 따르면, 자재 대금으로 발행한 수표는 부도가 나고 임금마저 체불된 아찔한 상황에서 보석으로 풀려난 김정웅 씨에게 당시 세진 레이온 사장인 정영삼 씨가 찾아옵니다. 김 전 사장은 자력으로 민속촌을 완성하고 싶었지만, 정영삼 씨가 계류 중인 형사사건도 검찰에 얘기해 공소 취하해주고 없던 일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해 동업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는데요.
김정웅 씨는 동업계약을 맺고 나자 정영삼 사장이 태도를 바꾸어 '주식을 전부 양도하라는 요구에 불응하면 보석 중인 김 전 사장을 재구속 시키고 은행으로 하여금 민속촌을 공매처분토록 할 것'이라며 김 전 사장을 압박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일련의 일이 모두 계획적으로 일어난 것이라며 구속 중 무조건 밀수출 혐의를 인정하라며 고문을 당했고, 수사관들이 억울해도 민속촌을 포기하라고 강압했다고 덧붙였죠.
정 씨 일가 재산은 4천500억 수준
박정희 전 대통령 사후 민속촌은 사유재산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국책 사업으로서 민속촌이 받아오던 건축물, 토지, 경내 임야에 대한 취득세 면제 혜택은 전두환 정권 때부터 중단되었으며, 김정웅 전 사장이 아시아 민속촌 건립을 위해 마련해 두었던 민속촌 부지의 일부에는 골프장이 들어섰죠.
2012년 10월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당시 진보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민속촌이 사영화되었는데도 정부 자금을 회수한 자료를 찾기 어렵다"며 건립 당시 정부가 지원했던 6억 8천만 원의 행방이 불명확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또한 정씨 일가가 승계하는 과정에서 편법이나 불법은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죠. 당시 대선을 앞두고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종사촌도 잘 모르는데 이종사촌 형부까지 알지 못한다. 전형적인 흠집 내기"라며 관련이 없음을 주장했습니다.
정영삼 씨 아들 정원석, 정우석 씨가 각각 대표를 맡고 있는 남부 CC와 나우테크 |
정영삼 일가는 민속촌을 기반으로 부를 증식합니다. '금보 개발'을 세워 남부컨트리클럽(골프장)과 고급 레지던스를 운영하고, 기계 제조업(나우테크)과 부동산 임대업(서우수력), 농산물 생산 판매(동주물산)에도 손을 뻗치죠. 이후 해당 사업체들은 거의 다 자녀를 비롯한 가족에게 승계되었는데요. 오라카이 호텔, 인사동 스위츠 등도 모두 정씨 일가 소유로서 현재 이들의 자산은 4천5백억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