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서울대 출신...다 부러워하던 치과의사 포기하고 선택한 직업
100만 원, 소규모 자본으로 시작해
아이디어 하나로 정상에서 우뚝 선
스타트업 CEO들은 누구일까?
유니콘 기업들의 성장세가 무섭습니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뜻하는데요. 쿠팡, 우아한 형제들(배달의 민족) 등이 대표적인 국내 유니콘 기업입니다. 소규모 자본으로 시작해 빠른 속도로 매출을 끌어올린 국내 스타트업 대표들의 스토리는 많은 이들에게 좋은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대표가 전단지를 하나하나 모아 창업에 도전한 일화가 대표적이죠.
전 세계 11,160개의 스타트업의 급여. 실리콘 밸리의 75% CEO들이 75,000$ 이하의 연봉을 받는다. |
스타트업 업계의 전설로 불리는 페이팔 창업주 피터 틸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벤처 캐피털의 자금 지원을 받는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라면 그 어떤 경우에도 CEO가 15만 달러(약 1억 7천만 원) 이상의 연봉을 받아서는 안 된다. CEO가 30만 달러(약 3억 3천만 원)의 연봉을 받는다면, 그는 창업자보다는 정치가가 될 위험이 있다" 실제로 CEO의 급여가 낮을수록 회사가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수십, 수백억 대 연 매출을 돌파한 스타트업 대표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치과의사가 시작한 비바리퍼블리카, 토스
치과의사 출신의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는 토스라는 어플로 더 유명합니다. 서울대 치의학과를 졸업한 후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던 이 대표는 '많은 사람을 돕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핀테크에 뛰어들었습니다. 실제로 창업 이후 비바리퍼블리카는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죠. 창업 직후 SNS 서비스 울라불라, 모바일 투표용 앱 다보트 등 8번의 사업 실패를 겪게 되었는데요. 이후 9번째로 출시한 어플이 바로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입니다. 물론 출시 초기에는 법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비스가 중단되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서비스 합법화를 이끌었죠.
덕분에 토스는 출범 1년 만에 앱 누적 다운로드 수 100만 건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는데요. 덕분에 매출액은 2018년 기준 548억을 돌파했죠. 하지만 수익 모델, 마케팅 비용 등의 문제로 444억 원대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인터넷 전문은행, 신용카드업, 증권사 설립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할 채비를 마쳤다고 밝힌 바 있죠. 토스는 작년 초 직원 연봉을 150% 인상하고 당시 기업가치 기준으로 1억 원 규모의 스톡옵션을 지원해 주목받았는데요. 토스의 적자, 수익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전까진 이 대표에게 돌아가는 수입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1000억 투자 받은 마켓 컬리
배송 업계의 잠재력이 대두되고 있는 요즘 마켓 컬리 역시 높은 관심을 받고 있죠. 정치학을 전공한 마켓 컬리 김슬아 대표는 과거 미국의 골드만삭스 은행에서 일한 경력이 있습니다. 당시 연봉이 억대에 달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큰 변화가 없는 업무 루틴에 회의감을 느껴 사표를 내게 됐죠. 이후 건강한 음식에 대한 관심을 살려 마켓 컬리 창업을 시작했습니다.
마켓 컬리 유통센터 |
마켓 컬리는 서비스 사용자 중 하나였던 전지현을 모델로 기용한 이후 동시 접속자 가 10배 이상 증가하며 엄청난 속도로 몸집을 키웠는데요. 작년 4월 1,0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D 투자 유치에 성공해 매각설을 잠재웠습니다. 실제로 첫해 29억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약 5,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죠. 특히 마켓 컬리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주문량이 급증해 월 거래액이 1,000억 원에 육박한다고 알려졌습니다. 내달 초까지 중국계 벤처캐피털(VC)로부터 2천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 유니콘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첫 연봉 3천만 원? 채용 플랫폼 원티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MIS를 전공한 이복기 원티드랩 대표는 과거 컨설팅 그룹에 근무했습니다. 이후 여행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서비스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자본금 1억 원을 날리게 됐죠. 그러다 창업 멤버들을 찾는 과정에서 동시에 원티드의 사업 모델까지 이어지게 됐는데요. 한국, 일본 11개 기관으로부터 총 100억 원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고 수많은 고객사를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지난해 매출액은 90여억 원. 그동안 해마다 월 매출액은 전년 대비 3배씩 성장하고 있죠.
이 대표는 한 인터뷰 영상에 등장해 창업 후 첫 연봉이 3천만 원이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는데요. 컨설팅 회사 재직 당시와 비교했을 때 3~4분의 1 정도인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지만 온전히 스스로 벌었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해요. 그는 창업자는 연봉보단 기업 가치를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죠. 현재의 연봉에 대해선 컨설팅 회사 재직 당시보단 높은 수준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회사원이 만든 크라우드 펀딩,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 업체 와디즈는 스타트업을 돕는 스타트업으로 유명합니다. 현대자동차, 동부증권 등 제조업과 금융업을 거친 신혜성 대표는 미래 금융에 눈을 뜨게 됐고 국내 첫 크라우드 펀딩을 탄생시켰죠. 국내 스타트업의 수가 증가하면서 와디즈의 펀딩 금액은 해마다 갑절로 불어나고 있습니다. 재작년 매출 601억 원을 기록했죠. 하지만 최근 펀딩금 환불 규정의 공정성과 관련해 불공정 논란에 휩싸여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길거리 좌판서 팔던 공예품? 아이디어스
백패커 김동환 대표는 국내 1위 핸드메이드 쇼핑앱 아이디어스를 출시했는데요. 다음 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에서 근무하던 그는 도예를 전공한 사촌동생의 작품을 지하철역, 공터 등에서 좌판을 열어 함께 판매하다 아이디어를 떠올렸는데요. 신도림의 한 단칸방 오피스텔에서 공동 창업자와 함께 자본금 백만 원으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소확행이라는 트렌드, 틈새시장을 잘 공략한 덕분에 출시된 지 5년이 채 안 된 작년, 아이디어스의 누적 거래액은 1,500억 원을 넘어섰죠. 누적 투자액 역시 700억 원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텔 청소부가 만든 숙박 플랫폼, 야놀자
작년 국내 8번째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린 야놀자. 야놀자의 이수진 대표는 과거 모텔 청소부, 샐러드 사업 등 다양한 일에 도전하며 숙박업 종사자 커뮤니티를 함께 병행했는데요. 가입자 수가 1만 명이 된 시점부터 숙박업 구인구직, 관련 용품 거래 중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초기 사업은 실적이 좋지 않았고 이후 숙박업소 이용후기 카페 운영 경험을 살려 야놀자 사업 모델로 구축하는데 성공했죠.
야놀자는 최근 5년간 연평균 70%의 매출 증가율을 유지하며 매출 3,0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4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죠. 지난해 세계적 국부펀드 싱가포르 투자청과 글로벌 여행 플랫폼 부킹 홀딩스에서 1.8억 달러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유니콘 대열에 합류한, 혹은 합류를 위해 몸집을 키워가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 대표들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은 과감한 결단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글 이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