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더 잔혹”..드라마에 담긴 ‘경단녀’ 애환
기혼 여성들의 경력단절은 이미 사회적 문제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톱스타들마저도 결혼 및 출산 후 경력단절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야구선수 황재균과 지난해 12월 결혼식을 올린 티아라 지연은 이달 3일 유튜브 영상을 통해 "솔직히 말해 결혼을 하면 우리 직업상 당연히 어느 정도일거라고 생각은 했다. 일적인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했더라도 막상 내가 이걸 겪으니까 힘들다. 처음엔 더 힘들었다"며 "오빠(황재균)한테 솔직히 나 너무 당황스럽기도 하다고 했다. 이 정도라고 생각도 못했고, 너무 허무하다. 내가 그동안 활동해왔던 모든 것들이 결혼이라는 걸로 다 덮이는 느낌"이라고 결혼 후 경력 단절에 대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밖에도 배우 송윤아는 "아이를 낳고 백 일이 지나면 일을 할 줄 알았다. 아기 낳기 전에는. '돌 때까지만 아이 옆에 있어볼까'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까 5년 동안 공백이 있었다"며 육아로 인해 커리어를 포기해야했던 현실을 전했고, 박하선은 영화 '고백' 개봉 인터뷰에서 "열애설 나고 2년 쉬고, 결혼하고 출산을 하면서 총 4년을 쉬게 됐다. 그러면서 고픔이 커졌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처럼 스타들의 경험담까지 더해져 여성들의 경력단절 문제가 꾸준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브라운관에서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경력단절'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들이 연이어 전파를 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6월 종영한 tvN 드라마 '닥터 차정숙'은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엄정화 분)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렸다. 작중 주인공 차정숙은 의대에서 학점 4.0 이하로 떨어진 적 없는 수재였지만, 어린 나이에 출산을 하면서 의사의 꿈을 접고 20년 넘게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아온 인물로 등장한다. 친정 엄마에게 아이를 맡기고 공부를 이어가려 했지만, 녹록지 못한 현실에 결국 주저앉고 만 것.
하지만 차정숙은 20년 전 포기했던 레지던트 과정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우여곡절 끝에 결국 불륜을 저지른 남편 서인호(김병철 분)에게서 벗어나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완전히 독립하는 엔딩을 맞는다. '닥터 차정숙'은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경력단절을 겪는 여성들의 현실 공감 요소와 더불어, 끝내 포기했던 자신의 꿈을 이루고 커리어를 되찾는다는 희망적인 스토리로 많은 호응을 이끌었다. 그 결과 '닥터 차정숙'은 마지막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인 18.5%(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기준)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처럼 '경단녀' 스토리로 공감과 재미를 모두 사로잡은 '닥터 차정숙'의 뒤를 이어 오는 11일부터는 TVING 오리지널 '잔혹한 인턴'이 또 다른 경력단절 여성의 고군분투기를 그릴 예정이다.
'잔혹한 인턴'은 7년 공백을 깨고 인턴으로 컴백한 고해라(라미란 분)가 성공한 동기 최지원(엄지원 분)에게 은밀하고 잔혹한 제안을 받으면서 겪는 내면의 갈등을 사회생활 만렙 경력의 경험치로 불태우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극중 라미란이 맡은 고해라는 직장인 시절 '독종 워커홀릭'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최고의 MD로 승승장구했지만, 육아에 몰두하기 위해 과감히 사표를 던진 인물. 하지만 육아에 전념한 7년의 시간동안 자신의 '본캐' 고해라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재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한 끝에, 전 회사 동기의 제안으로 다시 인턴부터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
7년 전만 해도 업계를 주름잡았던 고해라는 경력 단절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이전 경력을 인정해 주는 회사는 없었고, 결국 자존심까지 구겨가며 인턴으로 복귀해야 했다. '잔혹한 인턴' 제작발표회에서 한상재 감독은 "작가님과 저도 초등학교 학부모다. 주변 경단녀들의 애환을 지켜보면서 현실적으로 느낀 점들을 기획했다"며 "무거운 주제로 시작해 유쾌하게 풀어내려고 한 사이다 오피스 드라마"라고 짚었다.
또 라미란은 "캐릭터마다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 출산을 앞둔 엄마, 아이가 학교에 다니는 엄마, MZ세대 직원들 등 나잇대 별로 다 있다"며 "어디에 대입해도 될 만큼 공감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잔혹한 인턴' 역시 '닥터 차정숙'의 뒤를 이어 경단녀 현실에 공감을 유발하며 흥행에 성공할지 기대를 모은다.
[OSEN=김나연 기자] /delight_me@osen.co.kr
[사진] JTBC, tvN,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