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희 감독, 'D.P.'에 반하고 '약한영웅'에 놀라고
한준희 감독이 ‘약한영웅 클래스 1’으로 또 한 번 안방극장에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23일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집계를 보면 TV-OTT 화제성 드라마·시리즈 부문에서 웨이브 ‘약한영웅 클래스 1’이 총 34편의 작품 가운데 4위에 올랐다. 점유율은 7.6%를 보였다.
한 감독이 연출을 맡았던 넷플릭스 ‘D.P.’(디피)가 지난해 여름 센세이션을 불러모았는데 두 번째 드라마로 탄력을 받은 모양새다. ‘약한영웅’의 극본·연출은 유수민 감독이 진행했고, 한 감독은 자신의 제작사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서 작품을 총괄하는 역할을 했다. ‘약한영웅’ 프로젝트를 지휘한 것이나 다름없다.
한준희 감독은 연속 낙관세를 지속하며 흥행 타율을 상승시키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김보통 작가가 2015년부터 연재해 온 웹툰 ‘D.P. 개의 날’을 오리지널 시리즈로 선보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 감독이 연출한 6부작 시리즈 ‘D.P.’는 우리나라 국가적 위상과 맞지 않게 여전히 후진적이고 비효율적인 군 문제를 다뤘다.
가혹 행위와 그것을 알고도 묵인한 방관자들에 대한 일갈은 묵직하면서도, 창작극에 맞춘 상업적인 재미 또한 놓치지 않아 호평을 받았다. 높은 인기 덕분에 시즌2의 제작이 이어졌고 공개를 앞둔 시점에 예비 시청자들은 ‘빨리 보고 싶다’는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한편 그 사이 선보인 드라마 ‘약한영웅 클래스 1’은 서패스·김진석 작가의 웹툰 ‘약한영웅’을 원작으로 삼았다. 웹툰에서는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된 연시은(박지훈 분)의 성장기를 그렸다. 드라마에서도 원작에 있는 인물들과 함께 안수호(최현욱 분), 오범석(홍경 분)의 새로운 서사를 추가하고 일부 변경해 레이어가 겹겹이 쌓인 새로운 인물로 재탄생시켰다.
실제 남고를 상상케 하는 살아있는 캐릭터들, 대입과 우정을 세심하게 엮은 대본, 캐릭터에 빠져 ‘인생캐’를 만든 배우들, 그리고 원작과 다른 차원의 재미가 N차 시청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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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극적인 재미를 살리며 원작의 중심을 잃지 않은 탄탄한 연출까지 갖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또 하나의 역작 드라마를 완성했다. 박지훈, 최현욱, 홍경, 신승호, 이연 등 주연 배우들은 실존 인물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게 할 만큼 완벽에 가까운 연기 호흡을 자랑했다.
특히 박지훈, 최현욱, 이연은 차진 연기력을 자랑하며 한국영화계를 이끌 차세대 주연배우의 탄생을 알렸다. 배우를 보는 감독들의 선구안이 이번 작품에서도 통했다.
장편 상업영화 ‘차이나타운’으로 2015년 데뷔한 한준희 감독은 첫 작품부터 재능을 발휘하며 영화계에서 주목받았다. 이에 ‘차이나타운’으로 35회 영평상에서 10대 영화상을, 5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감독상을 차지했다. 또한 54회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 비평가주간에 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번째 작품 ‘뺑반’(2019)에서 서포모어 징크스를 보이며 전작에 비해 완성도, 흥행면에서 큰 부진을 겪었다. 손익분기점이 극장 누적 관객수로 약 400만인데, 182만 명을 동원한 데 그쳤던 것이다. 당시에는 코로나 팬데믹, 티켓값 부담이라는 상수가 없음에도 흥행에 참패하며 고배를 마셔 아쉬움을 안겼다.
심기일전한 그가 ‘주목할 만한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헛되지 않았음을 ‘D.P.’를 통해 입증했고, 이제는 ‘약한영웅 클래스 1’으로 꽃을 피웠다.
앞으로는 자신의 선택을 믿지만 주변의 소리에도 귀기울이는, 낮지만 개방된 자세로 걸어나가길 바란다. 눈과 귀가 즐거운 볼거리 가득한 작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믿보감’(믿고 보는 감독)으로 명맥을 이어가길 기대한다.
[OSEN=김보라 기자] /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드라마 포스터, 웨이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