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조민기 사망 1주기, '미투' 피해자 여전...끝나지 않은 참상
고(故) 조민기가 세상을 떠난지 1년이 됐다.
조민기는 지난해 3월 9일 서울시 광진구 모처의 오피스텔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내가 고인을 최초로 발견해 119에 신고했고,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유족의 뜻에 따라 부검은 진행되지 않았고 장례는 모두 비공개로 치러졌다.
지난 1993년 MBC 22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조민기다. 마지막 작품으로 2016년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 출연하기까지, 고인은 선 굵은 연기의 소유자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말로는 비참했다.
당시 조민기는 교수로 재직 중이던 청주대학교 연극학과에서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던 터다.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는 의미의 성폭력 고발 캠페인)' 운동이 급물살을 타던 가운데, 폭로가 잇따르며 고인의 혐의는 점차 가중되고 있었다.
이에 사건을 담당하던 청주경찰서는 고인을 소환해 경찰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찰 조사를 사흘 앞두고 조민기가 사망하며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끝내 종결됐다.
폭로 초기만 해도 고인은 "사실 무근"이라며 전 소속사 윌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이은 폭로 가운데 뒤늦게 혐의를 인정하며 사과의 입장과 경찰 조사 의지를 밝혔다. 뒤이어 갑작스러운 고인의 죽음은 대중에게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다.
고인은 이와 관련 A4용지 6장 분량의 유서를 통해 심경을 털어놨다. 당시 한 언론이 공개한 유서에 따르면 조민기는 "너무 당황스럽게 일이 번지고 감당하기에 버거운 시간들이 지나다 보니 회피하고 부정하기에 급급한 비겁한 사람이 됐다"며 입장 번복의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모멸감 혹은 수치심을 느낀 후배들에게 깊이 사죄의 말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조민기 생전 절친했던 후배 연기자들은 SNS를 통해 추모를 표하기도 했다. 프로복서 출신 배우 조성규는 지난해 3월 12일 새벽 개인 SNS에 "어제 오늘, 조민기 빈소에 다녀왔다. 하지만 그가 28년 동안 쌓아온 연기자 인생의 인연은 어느 자리에도 없었다. 뭐가 그리 두려운가. 조민기의 죄는 죄고 그와의 인연은 인연인데. 아니 경조사 때마다 카메라만 쫓던 그 많은 연기자는 다 어디로 갔는가. 연예계의 분 바른 모습을 보는 듯 했다"며 통탄했다.
당시 군 대체 복무 중이던 배우 정일우 또한 지난해 3월 10일 개인 SNS에 "Pray for you(당신을 위해 기도한다)"는 짤막한 글을 올렸다. 과거 정일우와 고인이 드라마 '황금 무지개'에서 부자 관계로 출연했던 만큼 조민기를 추모하는 글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정일우는 해당 게시글을 삭제했다.
누리꾼 일각에서는 조민기의 추모와 관련 빈소를 찾는 등 개인적인 인연은 존중했으나 SNS와 같은 공개적인 공간에서의 추모는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민기의 사망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정당한 수사를 받지 못하고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
지난해 11월 5일에는 고인의 아내가 SNS를 통해 조민기의 생일을 기리는 게시물을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조민기 아내는 금세 게시물을 삭제했으나 이미 온라인에 게시물이 퍼진 뒤였다. 결국 그는 SNS를 비공개했다.
지난 1월 29일 '미투'에 불씨를 지핀 서지현 검사의 최초 폭로 이후 1년을 기념하며 조민기의 혐의는 해결되지 못한 사건으로 다시금 회자되기도 했다. 피해자는 넘쳐나지만 가해자는 없고 더 이상의 수사는 불가능한 모순적인 상황. 조민기 사망 1년 뒤에도 촌극은 계속되고 있다.
[OSEN=연휘선 기자] monamie@osen.co.kr
[사진] OSEN DB, 공동취재단, 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