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한 비매너' 권순태, "팀 위해 필요...이겨서 좋았다"
"해선 안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팀을 위해서라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권순태(34)의 비매너 행동은 수원 삼성에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추태였지만 소속팀 가시마 앤틀러스에는 긍정적인 자극으로 비쳐졌다.
한국인 골키퍼 권순태는 지난 3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 1차 원정경기에서 팀의 3-2 역전승에 힘을 보탰다.
권순태는 전반 빠른 시간 2골을 내줬다. 하지만 이후 권순태는 가시마 수비진을 이끈 것은 물론 놀라운 반사신경을 보여주며 추가점을 내주지 않아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아쉬움도 남았다. 권순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전반 43분 가시마 골문 앞에서 수원의 공세가 이어질 때 권순태는 몸싸움을 펼친 수원 임상협의 허벅지를 강하게 걷어찼다.
권순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버젓이 심판이 지켜보는 앞에서 욕설까지 내뱉으며 임상협을 향해 박치기를 시도했다.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권순태는 결국 옐로카드를 받았다.
4일 일본 축구 매체 '게키사카'는 극적인 역전 결승골 주인공인 우치다 아쓰토(30)의 말을 인용, 권순태의 이런 행동이 다분히 계산됐던 것이라며 권순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치다는 경기 후 "권순태 덕분에 스위치가 켜졌다. 역시 그런 행동으로 팀이 '그래 해보자'하는 분위기가 됐다"고 밝혔다.
게키사카는 주심이 옐로카드를 꺼냈지만 레드카드가 나왔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행위였다고 강조, 권순태의 이런 행위가 가시마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됐다는 것을 설명했다.
권순태도 이를 인정했다. 경기 후 권순태는 "상대가 한국팀이었기 때문에 절대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다"면서 "해선 안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팀을 위해서라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길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권순태는 "수원 서포터들이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저런 말이 나왔다. 오늘은 조금 나왔지만 한국에서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2차전에서는 내가 이만큼 알려져 있으니 선수들이 노력해줬으면 한다"고 농담을 섞어 이야기했다.
[OSEN=강필주 기자] /letmeout@osen.co.kr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