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 "아빠 되는 건 일자리 잃는 것"…'워킹파파' 소동 당황스러운 이유
남배우의 결혼과 출산 이후 연예계에서 설 자리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송중기(38)의 발언에 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기혼 여배우에 비해서 남배우들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기우라는 입장과, 남배우 역시 유부남으로서 맡게 될 배역이 한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송중기의 우려를 십분 이해하나, 타인이 봤을 때 그의 현재 입지에서 할 말은 아닌 듯하다는 점이다.
송중기가 결혼과 출산 후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한 발언은 지난달 열린 제76회 칸영화제에서 중국 시나연예와 인터뷰를 하며 나왔다. 당시 시나연예는 ‘송중기가 여전히 베이비 페이스를 갖고 있다면서 연기 패턴을 바꾸거나 새롭게 시도해 볼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송중기는 “나한테 베이비 페이스를 가졌다고 말해줘서 고맙지만 나는 나이 드는 게 두렵지 않다. 그리고 나는 곧 아빠가 된다”며 “내 아이를 케어하는 게 더 중요하지, 내가 베이비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나이 드는 게 두렵지 않고 자연스럽게 늙고 싶다는 송중기는 “나는 항상 아빠가 되기를 꿈꿔왔다. 왜냐하면 내가 아버지를 정말 사랑해서 그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어릴 때부터 언제나 아버지처럼 좋은 아빠가 되기를 꿈꿔왔다”며 “(내가 아빠가 된다는 게) 굉장히 행복하고 들떠있다. 하지만 때때로, 아빠가 된다는 게 두렵기도 하다. 내가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지 아내와 매일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우리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일과 가정에 대해 그는 “남편이 되고 아빠가 되는 건 나쁜 의미로 얘기하자면 연예계에서 점점 일자리를 잃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는 것은 배우로서 갈수록 일자리를 잃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하지만 전혀 두렵지 않다. 나는 일보다 가족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난 내 일을 사랑하고 일에 대해서도, 내 자신에 대해서도, 가족에 대해서도 늘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좋은 배우, 좋은 남편, 좋은 아빠, 부모님에게는 좋은 아들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덧붙였다.
그가 인터뷰에서 밝힌 생각을 보면 사람이자, 배우로서 굉장히 가치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사람을 대하는 인간 송중기의 상호 존중 태도와 확고하게 잡힌 가치관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의 말대로 남자 배우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게 되면 미혼이었을 때 주어졌던 다양한 선택지들과 비교해 수량이나 범위에서 제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수많은 남배우들이 ‘아직은 사랑보다 일’을 외치는 이유가 미혼인 상태에서 좀 더 다양하고 새로운 작품에 출연하길 원하고, 작품의 흥행으로 이어져 연예계에서 자신의 입지를 조금 더 끌어올리고 싶어해서다.
결혼은 분명 여자 배우들뿐만 아니라, 남자 배우들에게도 부담감이 크고 자신의 큰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사회적 구속력이다. 또한 남자 배우들도 결혼과 출산 후에는 열성적인 국내외 팬들의 수가 이전에 비해 확연하게 줄어들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다음으로 미루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남편이 되고 아빠가 되는 건 안 좋은 의미로 얘기하자면 연예계에서 점점 일자리를 잃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송중기의 말을 대부분의 남자 배우들이 수긍할 수 있을 터다.
하지만 어떤 배우가, 어느 시기에 있을 때 이 같은 발언과 선택을 했느냐가 관건이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신예가 송중기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어서 앞으로 만날 작품에 관계 없이 강행했다면, 그는 분명 일보다 사랑과 가족을 더 중요한 가치로 여겼다는 게 분명하게 보일 것이다. 물론 연기를 사랑해서 시작했겠지만 부와 명예를 얻기 전에 결혼해도 관계 없다는 하나의 의지로 와 닿는다.
하지만 이미 톱스타 반열에 올라 수년 간 자리를 누려 온 송중기의 경우는 다르다. 그가 결혼하고 아이를 얻었다고 해서 갑자기 아저씨 역할만 들어올 리 만무하며, 하이지음스튜디오를 통해 원하는 작품을 제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여배우들처럼 출산 후 몸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의 말에 의심이 간다는 게 아니라, 이제는 다 가졌으니 욕심을 내려놓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얘기다.
영화 ‘쌍화점’으로 2008년 데뷔한 그는 해당 영화에서 처음에는 단역이 주어졌지만, 남다른 열정과 의지를 드러내면서 감독의 눈에 띄었고 결국 맡은 역할이 커져 조연의 자리에 올랐다.
이후 송중기는 배우로서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오감도’(2009), ‘이태원 살인사건’(2009), ‘마음이2’(2010), ‘티끌모아 로맨스’(2011),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2012), ‘늑대소년’(2012) 등 꽤나 다양한 장르에 출연하며 연기 열정을 키웠다. 만약 그가 신인이었을 때 이 같은 말을 했다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진정성 있게 들렸을 수 있겠다.
“평생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꿈이었다”는 가치관은 언제나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15년 동안 배우로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치를 이미 달성한 상태에서(후배나 동료들의 시선에서도 해당된다), 물질적시간적으로 넉넉한 상태에서 내놓은 생각이어서 전보다 는 욕심을 내려놓고 여유있게 활동하겠다는 자세로 느껴진다.
[OSEN=김보라 기자]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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