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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 박은빈 "연기 재능 있나 고민하기도…크레센도 같은 삶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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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엑터스 제공

배우 박은빈이 이제는 흥행을 보증하는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만 해도 ‘스토브리그’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까지, 흥행 2연타에 성공한 것. 박은빈의 작품 보는 선구안은 물론, 연기력과 비주얼이 환상의 궁합을 이뤘다. 화제성까지 잡은 박은빈은 ‘대세 배우’로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2020년은 ‘박은빈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초 많은 시청자들을 열광시키고, 팬들을 만든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극본 이신화, 연출 정동윤)를 시작으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극본 류보리, 연출 조영민, 김장한)까지, 올해에만 2연타 흥행 홈런을 터뜨린 것. 20대를 대표하는 배우이자 대중에게 신뢰를 주는 ‘믿보배’가 된 건 당연한 결과다.


장르도, 특징도 다른 ‘스토브리그’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박은빈은 단단한 내공과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완벽한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줬다. 새로운 변신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혔고, 흥행 연타에도 성공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아냈다. 특히 박은빈은 9월 4주차 TV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부문 전체 2위, 여자 출연자 중에서는 3주 연속 1위(굿데이터 코퍼레이션)를 차지하며 인기를 증명했다.


이처럼 2020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한계 없는 활약으로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한 박은빈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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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냐고요? 잘 몰랐어요.”

드라마 제목처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고 물었다. 박은빈은 “좋아하게 됐다. 클래식을 라이트하게 좋아하긴 했지만 브람스라는 사람은 잘 몰랐다. ‘헝가리 무곡’ 정도만 알고 있었다. 드라마를 하게 되면서, 브람스 곡을 하게 되면서 브람스라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됐다. 결혼도 아니고, 평생을 클라라라는 사람을 짝사랑하면서 살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순애보 가득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훌륭한 곡을 많이 남기기도 했지만 한결 같이 순수한 열정을 간직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내가 좋아하는 이상향 같은 사람이었다. 평생을 바쳐서 무엇을 열망하고, 충분히 마음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느낌이었다. 브람스와 같은 세대를 살지 않아 세세한 건 모르지만, 드라마를 통해 순애보적인 사람이란 걸 알게 됐고, 나도 순수하게 열망을 갖고 무엇을 지속할 수 있을까, 좋아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서 브람스를 존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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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빈과 채송아, 페이지 터너로서의 의미가 있죠.”

무엇보다 감정 연기가 많아 에너지 소모가 컸던 박은빈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는 “경험이 쌓이다보니까 스스로 어떤 방향이 앞으로 연기를 할 때 내게 좋은 방향인지 설정한 게 있는데, 캐리터의 삶과 나의 삶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게 개인의 안녕에도 도움이 되고 오래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 같았다. 그래야 다음을 더 힘있게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나 그 캐릭터의 감정과 나를 동일시해서 스스로 서있지 못하면 안되지 않느냐. 그런 면에서 채송아처럼 흔들림 없는 자신을 응원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박은빈은 “채송아가 가지고 있는 기운, 성격이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있다. 나도 남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하고, 친구들도 내게 상담 많이 한다. 누군가에게 청자가 되어주는 것이 살면서 중요한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나 채송아나 들어주는 걸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채송아가 페이지 터너로서 페이지를 넘겨주는 것에 되게 의미가 있다라고 생각이 든다”며 “처음 작가, 감독님 만났을 때 뒤로 갈수록 인물들의 페이지 넘겨주는 게 채송아고, 채송아가 주인공으로 유의미한 존재라고 말씀을 하셨다. 페이지 터닝을 하는 게 그런 의미가 있겠다 싶었고, 페이지 터너로서 역할을 시시때때로 상기시키면서 연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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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재능은 비극이라는데, 저도 재능에 대해 고민했던 적 있죠.”

박은빈이 연기한 채송아는 바이올린을 사랑하지만 재능이 없다. 반면 박준영(김민재)은 월드클래스 피아니스트지만 재능이 고달프다. 이러한 ‘재능’에 대해 박은빈은 “객관적으로 봐도 양쪽 입장이 다 이해가 된다. 채송아 입장에서 보면 송아는 누구보다 재능이 있기를 바라고, 너무 절실한 입장이다. ‘재능이 없는 게 축복’이라는 말을 들으면 ‘배 부른 소리다’라고 욱할 수 있다.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그게 또 채송아의 본심은 아닐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미안해 하는 게 박준영과 채송아인 것 같다”며 “‘애매한 재능은 비극’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쪽에 마음이 가더라. 애매한 건 내세울 만큼 잘하는 것도 포기할 만큼 못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스스로 확신을 얻기에 어렵게 선택지를 주는 게 애매한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지점에 있어서는 사람을 시험에 들게 하는 부분이다. 결론은 박준영과 채송아 입장 모두에 공감을 했다”고 덧붙였다.


박은빈은 “‘애매한 재능은 비극’이라고 말해준 건 음악을 하는 친오빠다. 나로 대입해서 본다면 ‘재능이 있나’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나보다 재능이 넘치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기질적으로 보면 그렇게 나서는 성격이 아니었고, 누군가의 눈에 확 띄게끔 표현하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내 적성이 이 일에 맞나 싶기도 했다. 그런 면에 있어서 재능은 무엇일까 생각을 많이 했다. 일단은 지금까지 지치지 않고 버티면서 연기를 했던 걸 보면 내게는 인내심이라는 재능이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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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 지휘자에게 쫓겨나던 장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박은빈이 생각하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무엇일까. 박은빈은 “스스로 되게 중요한 신이라 생각하고 공을 들였던 건 1부에서 지휘자에게 쫓겨날 때였다. 대본을 읽을 때부터 내 스스로 이 작품의 진입장벽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채송아라는 인물을 알고서 그 장면을 보면 바이올린을 그만큼 사랑하는 열망으로 나가지 않고 버티는 거였는데, 다르게 보면 민폐처럼 보일 수 있기 떄문이다. 채송아의 감정을 이해시켜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대사 없이 복잡한 감정을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다행히 그 장면에 대해 다같이 마음 아파 하시고 공감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박은빈은 “모든 드라마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룬다고 생각하고, 캐릭터로는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생각한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20대 후반을 다루지만, 청춘 뿐만 아니라 청춘을 지난 사람을, 청춘을 앞둔 사람들도 보면서 사람 사는 이야기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박은빈은 “채송아의 시점으로 많은 것이 표현되어야만 하는 작품이라서, 채송아를 응원하는 힘으로 쭉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송아야 행복해’, ‘송아야 잘 되어야만 해’라는 응원이 시청자들이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라 생각했다”며 “그런데 중반 부분에 ‘채송아 답답해’라는 반응이 나왔다. 변명을 해보자면, 그동안 해왔던 게 있고 온 몸으로 헌신했던 세월이 있기에 그걸 한 번에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진심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채송아는 이럴 수밖에 없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으니 마음의 여유를 갖고 다시 한번 봐주신다면 다른 의미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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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외강내유한 역할도 해보고 싶네요.”

‘스토브리그’부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까지. 박은빈은 강단 있는, ‘외유내강’ 캐릭터를 주로 소화했다. 박은빈은 “외강내유한 역할을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다. 굳이 캐릭터들, 다른 느낌이 있지만 어찌됐든 가지고 있는 알맹이는 정의로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코 범법을 저지르지 않고, 옳고 그름을 판별해내는 사람인데, 어쩌다 보니 그런 역할들을 쭉 하게 됐다. 그 점이 내 안에 있는 모습이기도 한 것 같아서 설득하기가 쉬운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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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후면 서른, 앞자리 바뀌는 점에 대한 압박감은 없어요.”

1998년 SBS 드라마 ‘백야 3.98’로 데뷔한 박은빈은 올해로 데뷔 25년차다. 다섯 살에 데뷔해 인생의 대부분을 배우라는 이름으로 산 박은빈. 그는 이제 2달 후면 서른살이 된다. 박은빈은 “‘언제 서른?’이라는 느낌이긴 하다. 어쩌다 보니 나이를 크게 연연해하지 않으며 살긴 했는데, 특별하게도 29살의 캐릭터를 이야기하다보니 곧 서른이라고 동네방네 이야기하고 다닌 것 같다. 하지만 앞자리 바뀌는 것에 대한 압박감은 없다. 서른살이 되고, 30대 되면 어떤 목표를 이뤄야겠다고 설정한 건 없다. 작품 하나씩 잘 끝내는 게 내 목표다”고 말했다.


이처럼 작품 하나씩 하나씩 잘 끝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는 박은빈은 2011년부터 쉼 없이 달려오고 있다. 박은빈은 “일을 할 때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하지만, 일을 하지 않을 때는 특별한 취미를 하는 게 없다. 온전히 이불 속에서 아무 것도 안하는 게 내 생활 패턴이다. 열심히 일했으니 휴식을 취해야 한다라는 강박은 없다”며 “물론 신나게 놀 때도 있지만, 에너지를 잘 비축하면서 사는 쪽이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 MBTI가 INFP였던 것 같은데, 내 성향 자체가 ‘파워인싸’가 아니니까 스트레스 받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수정예로 있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성공적으로 마친 박은빈은 이제 차기작을 검토하고 있다. 박은빈은 “아직은 정해지지 않았다. 작품 하는 동안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종영과 함께 채송아를 놓아주고, 쉰 다음에 차기작을 검토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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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박은빈은 자신의 인생이 ‘크레센도’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크레센도는 ‘점점 세게’라는 음악 용어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최종해 부제이기도 하다. 특히 류보리 작가가 채송아를 빗대어 한 말이기도 한다.


박은빈은 “작품 회차에 소제목이 붙는다는 게 세련됐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작가님이 ‘크레센도’를 이야기해주시면서 ‘지금이 가장 작은 상태인데 커질 일만 남아있다’면서 마지막회 부제가 ‘크레센도’가 될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작가님이 스포일러를 해주신 셈인데, 그 마음을 갖고 ‘채송아는 행복해질거야’라며 나를 북돋았다. 크레센도라는 말이 뭔들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라는 뜻 같은데, 채송아 뿐만 아니라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 내 인생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모두를 응원했다.


​[OSEN=장우영 기자]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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