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무등산, 그 꼭대기를 가로지르다.
모노레일, 선로가 하나인 철도 위를 달리는 교통 기관.
해외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모노레일'은 복잡한 도심 속의 편리한 교통 수단이자 관광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도심을 누비는 모노레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모노레일을 타기 위해서는 관광지 혹은 테마파크 같은 곳을 가야만 한다. 그래서인지 모노레일은 자연스럽게 설렘과 즐거움을 동시에 주는 하나의 상징적인 어트랙션이 되었다.
11년만에 철도위를 다시 오르다.
1980년에 처음 개통하여 2005년까지 25년간 광주의 대표 레저시설로 운영된 '지산유원지 관광열차' 무등산 모노레일은 운영업체 부도로 인해 2005년에 폐업한 채 무등산의 경치를 방해하는 고철덩어리로 남아있었다. 폐업 후 11년 이상 방치되어있던 모노레일은 21억원이라는 거대한 예산이 투입되면서 작년인 2016년 새로운 모습으로 재개통되었다. 과거에 디젤 엔진을 달고 714m를 질주하던 모노레일 열차는 전기차로 개선되며 더욱 안전하고 부드럽게 새단장되었다.
광주의 전경을 즐기는 방법
기존에 광주 시내 전경을 즐기기 위해서는 두가지 방법이 있었다.
첫번째는 무등산 국립공원 원효사 정류장에서 중봉으로 가는 길, 단순한 산책이라고 하기에는 가파른 경사로 등산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쉽사리 시도하기는 힘든 방법이다. 두번째는 '사직전망타워'. 사직공원 전망대라고 익히 알려진 그 곳은, 시내에 위치해 있어 접근이 쉽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기 좋은 곳이어서 데이트코스로도 널리 유명세가 있는 곳이다.
'광주 무등산 모노레일'이 재개통된 이후로 광주의 전경을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자 가장 편한 방법이 새로 추가되었다. 산 정상까지 리프트를 타고 올라간 뒤, 팔각정 전망대까지 모노레일로 이동하기 때문에 사실상 체력을 거의 소모하지 않고도 드넓은 광주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셈.
정상까지 편리하게, 무등산 리프트
광주 무등산 모노레일을 타기 위해서는 지산유원지에서 '무등산 리프트'를 타고 산 정상까지 올라가야한다. 리프트 탑승은 지산유원지 내에 있는 '호텔무등파크' 바로 옆에 위치한 리프트 탑승장에서 이용 가능하다.
탑승장 내부에는 다양한 히어로들의 피규어를 전시해 놓기도 했다. 낮은 퀄리티의 피규어들과 이탈리아스러운 벽화가 썩 조화롭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은 굉장히 좋아하는 듯 보였다.
처음 탑승장에 도착했을 땐 초가을의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어서 적잖이 당황했지만, 다행히 리프트의 특성상 줄이 빨리 줄어들어 오랜 기다림 없이 탑승할 수 있었다.
탑승장에 들어서면, 울창하게 우거진 숲을 통과하고있는 리프트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빨갛고 노란 리프트들이 아직은 푸른끼를 벗지 못한 숲속을 지나 규칙적으로 오가고 있었다.
리프트의 탑승과 하차 모두 안전요원의 도움 아래 진행되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탑승에 문제가 없다. 나 또한 안전요원의 도움을 받아 안전하게 리프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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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로 보이는 두 젊은 승객들은 함께 리프트를 탑승한 순간을 기념이라도 하듯 밝은 모습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고, 검정색 옷을 보기 좋게 맞춰 입은 부부도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간 듯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하고 있었다.
빽빽하고 울창한 무등산 숲속을 천천히 가로질러 가던 리프트는 정상에 다다를수록 급경사가 되었다. 생각보다 길고 높은 리프트 길이에 놀랐지만, 급경사 구간에서는 천천히 운행되기 때문에 적당한 스릴감과 함께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리프트가 꼭대기에 다다르자 등 뒤편으로 광주 시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 아래로 보이는 지산유원지의 모습을 보니 리프트의 길이가 생각보다 길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리프트에 내린 후 무등산 모노레일을 탑승하기 위해서는 약 300m정도의 숲속길을 걸어가야 한다. 울창한 오솔길을 따라 맑은 공기와 피톤치드를 느끼며 걷다보면 작은 휴게소 겸 카페가 나온다.
커피나 음료수는 물론 간단한 안주와 함께 맥주, 막걸리 등을 판매하기 때문에 무등산과 광주를 바라보며 운치있는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옛 모습 그대로의 모노레일 탑승장, 빛고을역
숲길을 따라 천천히 10분정도 걷다보면, 낡은 듯 새로운 듯 한 역이 하나 나온다. 바로 무등산 모노레일 탑승장인 '빛고을역'이다. 붉은색으로 도색한 건물 외부와 주름진 파란 간판이 푸르른 산속에서 굉장한 이질감과 존재감을 동시에 뿜어낸다. 노란색 레일과 초록의 기둥까지, 온갖 원색으로 가득 찬 빛고을역은 '누가 봐도 내가 탑승장이다.' 라고 소리치고 있는 듯 보였다.
스릴만점 경치만점, 무등산 모노레일
승강장에 올라서자, 저 멀리서 초가을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모노레일 한 대가 들어오고 있었다. 전기차로 개선된 모노레일은 생각보다 다소 정적인 움직임으로 승객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생각보다 모노레일의 높이는 굉장히 아찔했다. 마치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를 보는 듯한 원색의 철골구조를 보니 은근히 설레이기 시작했다. 단풍이 덜 들어 푸르른 산과 초록색의 기둥이 하나로 보이면서 마치 노란 철길이 공중에 떠 있는 듯 보이기까지 했다.
높은 구조로 인해 위험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던 찰나에 열차 앞에 용감하게 서있는 청년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용기로 저렇게 서서가나 싶어 물어보니 매 열차마다 함께 탑승하여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요원이었다. 상기된 얼굴의 다른 승객들과는 달리 그는 평온한 얼굴을 유지한 채 승객들의 안전을 살피고 있었다.
생각보다 열차 운행 속도가 느려서인지 출발하는 열차의 일부 승객들은 지루하다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고 있었지만, 모노레일 열차가 막상 출발하고 나니 모두가 들뜬 모습으로 하나둘씩 핸드폰을 꺼내기 시작했다.
바로 눈앞에 펼쳐진 진풍경을 감상하기 위해서였다. 모노레일 위에서 드넓은 광주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날씨가 맑은데다가 해가 살짝 넘어가던 시점이어서인지 노란빛의 광주는 신비로운 느낌마저 들었다.
모노레일에 직접 탑승하자 그 높이가 더욱 실감나기 시작했다. 분명 안전을 위해 천천히 이동하는데도 그 높이와 무등산 사이를 오가는 코스때문인지, 타기 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스릴있고 즐거웠다.
산고개를 넘어 숲속으로 들어가자 오래된 열차가 눈에 들어왔다. 2005년 폐업 직전까지 승객들을 싣고 이 철도위를 실제로 달렸던 열차를 전시해 놓은 것이다. 안전요원의 자세한 설명을 주의깊게 듣고있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모노레일에서 내린 뒤 계단을 잠시 오르면 '무등산 팔각정'을 만나게 된다. 어른들에게는 지산 유원지에 대한 오랜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어린이들에게는 사직공원 전망대보다 더 높고 훌륭한 전망대가 되어주는 무등산 팔각정에서 광주를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무등산 팔각정 전망대에서 바라본 광주
돌아오는 길에
팔각정 전망대에서 광주 전경을 바라본 뒤 다시 돌아가기위해 모노레일 승강장으로 이동했다. 도착했을 때 올라온 계단으로 다시 내려가면 돌아가는 모노레일을 탑승할 수 있다. 돌아가는 열차를 탈 때에는 보통 티켓 검표를 안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만약을 대비해서 티켓을 항상 소지하고 있는 것이 좋다.
노을이 지기 시작하고 다시 '빛고을역'이 보이자 왠지모를 반가운 마음마저 들었다. '단풍이 짙어진 뒤에 올라왔으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단풍이 들기 전 마지막 푸르름을 눈에 담아간다는 것 만으로도 굉장히 만족스러운 여정이었다.
내려가는 길의 리프트는 올라올 때보다 훨씬 아찔한 경험이었다. 올라올 때는 이렇게 경사가 심한 줄 몰랐었는데 막상 내려가는 리프트를 타고나니 그 높이가 실감 났다.
무등산에서의 반나절 가까이의 시간과 푸르른 숲을 뒤로한 채, 다시 지산유원지로 돌아왔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자 바로 인근에 위치한 '무등산 보리밥 거리'로 향했다. 지산 유원지와 맞닿아있는 보리밥 거리에서의 저녁식사까지 즐겁고 맛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단풍이 짙어지고 있는 요즘, 리프트와 모노레일을 타고 무등산과 광주의 전경을 바라보면서 차가워진 바람을 잠시 잊고 완연한 가을에 젖어보는 것은 어떨까?
by Mit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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