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지는 '친위쿠데타' 의혹… 朴까지 개입했나
현역의원 체포까지 적시된 '세부 문건'
반헌법적 친위쿠테타 모의 가능성
계엄령 문건 '윗선' 수사 불가피
박근혜 청와대' 개입 여부 관건
(사진=자료사진) |
계엄령 선포에 대비한 세부 문건 내용이 공개되면서 박근혜 정부 친위쿠데타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세부 문건에는 계엄령 선포에 반대하는 현역 의원들을 체포한다는 등 입법부를 무력화시키는 대목이 담겨있다.
80년 광주항쟁 때처럼 언론 기능을 마비시키고 광화문 광장 등에 탱크와 장갑차를 투입한다는 계획도 담겨있다. 당초 언론에 공개된 건 8페이지였지만 세부내용으로 공개된 것은 67페이지에 달한다. 곳곳에서 반헌법적 발상이 묻어난다.
이제 관건은 기무사의 특별수사단이 해당 문건의 작성 배경을 어디까지 수사하는가다. 한민구 전 국방장관도 거론되지만, 실제 친위쿠데타를 의도한 것이라면 박근혜 청와대 당시 김관진 전 안보실장과 박흥렬 청와대 전 경호실장 등이 연관됐을 개연성도 적지 않다. 여권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조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대착오적 계엄령 문건…단순 대비 차원 넘어서
청와대는 20일 추가로 확보한 계엄렴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공개했다. 앞서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관련 문건 즉시 제출 지시에 따라 청와대는 이 문건을 확보했다.
세부자료에는 실제 계엄령 선포시 활용할 수 있는 '비상계엄선포문', '계엄포고령', '대국민 담화문'이 담겨있다. 헌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전국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적혀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기각을 대비해 만들어진 문건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당초 공개됐던 8페이지 문건에는 소요사태 발생시 대통령이 위수령 발령과 계엄령 선포를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참고자료에는 자세한 병력배치 계획도 담겼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단순 대비'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것은 67페이지 분량의 다각도 계엄 시행 계획이다. 계엄사 군사법원을 설치한다는 것, 계엄임무 수행군의 임무수행 여건을 보장한다는 '포고문', 계엄 선포시 정부부처 통제방안 등이 담겼다.
보도매체 및 SNS통제 방안과 함께 외신기자들을 대상으로 계엄 선포를 어떻게 설득할지 등의 내용도 담겼다. 모두 2017년도에 만들어졌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문건들이다.
기무사가 할 수 없는 일…누가 지시했나
기무사가 67페이지 분량의 계엄령 문건을 '단순 대비용', 혹은 '자체 보관용'으로 만들었을지는 의문이다. 이미 앞서 공개된 8페이지 분량의 문건에도 일종의 '대통령의 행동 방안'이 적시되면서, 문건이 결국 '박근혜 청와대'로 보고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었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에서 또 주목되는 부분은 계엄선포시 국정원까지 통제하려고 했던 대목이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문건에서는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 및 통제를 따르도록 지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국정원 2차장은 계엄사령관을 보좌하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계엄 '대비' 문건이 전혀 만들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에서 통상의 절차에 따라 2년마다 수립되는 계엄실무편람의 내용과는 전혀 상이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 문건에는 기무사로서는 할 수 없는 계획들이 담겨있다는 점도 특이한 지점이다.
한 합참 관계자는 "병력운영계획이나 국회의원 체포 등은 합참이 준비하는 계엄 계획에는 없다"며 "(기무사가)법에 근거하지 않은 판단을 어떤 근거로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윗선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국방부 수장인 한 전 장관뿐이 아니다. 김관진 전 안보실장과 당시 청와대 경호실장을 맡았던 박흥렬 전 실장도 의심받고 있고, 황교안 전 총리와 박 전 대통령의 개입 가능성도 나온다.
지난해 탄핵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는 탄핵이 기각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에 따라 탄핵이 기각됐을 때 이에 반발하는 촛불민심이 들불처럼 번지는 것을 진압하기 이해 계엄 계획을 세웠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런 추론이 적용된다면 직무정지 상태였던 박 전 대통령의 계엄 계획 지시, 보고 여부가 군 특별수사단 수사의 핵심이 된다.
여권에서 계엄령 문건을 작성한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뿐 아니라 한 전 장관과 김 전 실장, 황 전 총리는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CBS노컷뉴스 강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