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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밭도 다 잃고 어떻게 살아야하나" 철원 이재민들의 눈물

5일 집중호우 속 한탄강 등 하천 범람

철원 5개 읍면 9개 마을 289가구 침수 피해

7일까지 강원 영서에 최대 300mm이상 비 추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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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의 탈출' 5일 한탄강 범람으로 마을이 물에 잠겨 고립된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주민들이 소방 구조대에 의해 마을을 빠져 나오고 있다.(사진=주민 김용덕 씨 제공)

"귀가 잘 안들려 빗소리를 못 들었는데 동네 사람들이 도와줘서 겨우 대피했어요. 집도 밭도 다 잃었는데 이젠 어디서 살아야 하는지…"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에서 평생을 살아온 전송곰(81) 씨 부부는 마을 하천과 한탄강이 범람했다는 경찰 사이렌 소리를 듣고 서로를 의지하며 겨우 몸만 빠져나왔다. 부부 모두 거동이 불편하고 소리도 잘 듣지 못해 조금만 늦게 집에서 나왔더라면 큰 변을 당할 뻔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임시 보호소가 마련된 철원 오덕초등학교 체육관에 도착해 정신을 차려보니 손에 들린 물건은 휴대폰과 혈압약 뿐이었다.


닷새간 700㎜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강원지역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철원 지역에 이틀간 폭우가 이어지며 한탄강 등 하천이 범람해 지난 5일 평온했던 강원도 철원군 농촌마을이 삽시간에 물바다로 변해 5개 읍면 9개 마을 289가구가 터전을 잃고 이재민이 됐다.


철원 지역에 이어진 집중호우에다 많은 비가 내린 북한의 지류가 더해지며 하천 수위가 급격히 상승해 피해가 커졌다는게 철원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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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마을'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마을이 5일 한탄강 범람으로 물에 잠겼다. 이웃 주민들이 안타까움 속에 마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주민 김용덕 씨 제공)

대피소에서 만난 주민들은 긴박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려야했다.


경기도 부천에서 살다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지난달 10일 철원으로 귀촌한 60대 부부는 이사온 지 한달도 채 안돼 새로 리모델링 한 집을 한 순간에 잃었다.


딸이 선물해 준 안마의자는 물론 아내가 정성스레 가꿔 놓은 텃밭도 모두 사라졌다며 서로 얼굴만 바라보며 한숨을 토해냈다.


"방송국 드론으로 찍힌 집을 딸이 사진으로 보내줬는데 빨간 지붕만 보일 뿐 물이 천장까지 찬 것 같았어요. 철원으로 오면서 집 고치는데 1억원 정도 돈이 들었는데 삽시간에 모두 잃어 버렸네요"


자신은 대장암으로, 부인은 폐암으로 투병하다 회복을 위해 10년 전 철원 동송읍 이길리로 귀촌한 송영웅(79) 씨는 힘겹게 추스린 몸과 마음을 이번에는 수마에 상처 입어야 했다.


"암은 치유됐지만 약은 먹어야 하는데 몸만 빠져 나오다보니 약도 못 가지고 나왔어. 대피하고 1시간 쯤 마을 입구에 가보니 집이 지붕만 보이더라구"


집과 살림살이를 모두 잃은 것 보다 정성껏 키우던 가축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며 말끝을 흐렸다.


"제일 안타까운 건 짐승들을 닭장에 그대로 두고 나왔다는 거야. 개도 상당히 예쁘고 하얀 개였는데, 개 우리에다 그냥 두고 왔어. 짐승들을 죽인게 너무 서글 퍼. 옷이야 사면 그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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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한탄강 범람으로 수해를 입은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주민들이 인근 초등학교에 마련된 임시 보호소에서 밤을 보내고 있다.(사진=박정민 기자)

1996년 철원을 강타했던 집중호우로 한 차례 큰 수해를 겪었던 황모(75)씨. 당시 여름 짐과 아이들을 옮길수 있는 수단이 부족해 집에서 기르던 소에 수레를 달아 높은 곳에 있던 통일탑으로 피난을 가야했다.


24년이 흘러 또 다시 모든 것을 잃은 허망함에 눈물을 보였다.


"그냥 서글프지, 서글퍼...그때는 애들이 어렸으니까 집이고 뭐고 목숨만 건지려고 죽기살기로 통일탑으로 올라갔어. 지금은 자식들이 다 외지에 나가있으니까 노인들끼리 의지하면서 여기 대피소까지 왔지...금방 지나갈꺼야 이번에도..."

강원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5일 오후 6시까지 발생한 강원지역 이재민은 54가구 105명으로 집계됐다. 침수 피해를 입은 주택은 57동으로 집계됐다. 농경지 265.2㏊와 축사 23동도 침수되거나 유실됐다.


강원도와 각 시군은 비상 근무를 3단계까지 올리고 재해 우려 지역에 대한 순찰활동과 예방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6일 오전 5시10분 현재까지 내린 비의 양은 철원 장흥 746.5mm 광덕산(화천) 560mm 향로봉(인제) 538.5mm 등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7일까지 강원 영서에 최대 300㎜ 이상, 영동에 150㎜가 넘는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강원CBS 박정민, 진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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