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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범, 심석희 6세 때부터 정신 지배" 전형적 그루밍 성폭력

"위계·위력 성립하는 관계서 발생, 자신도 모르는 새 정신적으로 종속"

"조재범, 일종의 그루밍 기간 있었을 것"

"현행법은 범죄 예방보다 사후처벌에 집중, 개선 필요"

"조재범, 심석희 6세 때부터 정신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사진=연합뉴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그루밍 성폭력이 늘고 있지만, 현행법은 범죄 예방보다 사후 처벌에 집중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경찰 수사 중인 인천 모 교회 김 목사 그루밍 성폭력 사건. 여자 신도들은 지난해 12월 김 목사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10대 때 김 목사로부터 장기간 그루밍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중 한 신도는 지난해 11월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김 목사가 가족 문제를 상담해주며 접근해 친밀도를 높였다. '내가 너의 보호자다, 책임지겠다'는 등의 말로 신뢰를 쌓은 뒤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행각이 발각되자 '교회가 무너지면 너희 책임'이라고 협박하며 사건을 덮으려 했다. 김 목사가 나에게 신앙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런 관계를 맺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전형적인 그루밍 성폭력 수법이다. 그루밍 성폭력은 피해자와 신뢰 관계를 형성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가하는 성폭력을 뜻한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0일 CBS노컷뉴스에 "그루밍 성폭력은 보통 위계·위력이 성립하는 관계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가해자에게 자신도 모르는 새 정신적으로 종속되기 때문에 피해자가 이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피해자를 탓할 노릇이 아니다"고 말했다.


미성년자가 그루밍 성폭력에 취약한 이유다. 탁틴내일 아동·청소년 성폭력상담소가 3년간(2014~2017년) 접수한 20세 미만 피해자의 성폭력 피해 상담 사례 78건을 분석한 결과, 그루밍 성폭력 비율은 43.9%(34건)에 달했고, 피해가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을 보였다.


수사가 진행 중인 '조재범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인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도 위계에 위한 그루밍 성폭력이 의심된다.


심석희의 법률대리인 세종은 지난 8일 "조재범 전 코치는 상하관계에 따른 위력을 이용해 선수를 폭행·협박한 뒤 선수가 만 17세였을 때부터 4년간 상습적인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심석희는 "조 전 코치가 범행을 할 때마다 '운동을 계속할 생각이 없느냐'고 협박했다"고도 털어놨다.


심석희가 만 6세 때부터 십 수년간 조 전 코치의 지도를 받아왔고, 부모로부터 분리돼 생활해온 환경적 요인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수정 교수는 "범행 전 일종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그루밍이 기간이 있었을 것이다. 오랜 사제관계라는 점을 악용해 부모와 떨어져 합숙생활을 하는 심석희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정신을 지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폭력=훈련과정'이라고 인식시켜 폭력을 참게 한 뒤 성폭력 상황을 만들었을 것"이라며 "국가대표를 꿈꾸는 10대 선수가 선수생활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쥔 코치에게 문제제기를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성년자의 그루밍 성폭력 피해를 줄이려면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이 교수는 "피해자는 가장 먼저 여성긴급전화(1366)에 연락하는 등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며 "현행법은 사후 처벌에 집중하고 있는데 범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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