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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구멍 뚫린 여객선, 끝까지 남은 선장 “당연한 일”

제주서 좌초된 여객선...199명 전원 구조

암초 부딪친 뒤 "구명조끼 입어라" 안내방송

승객들도 구명조끼 나눠입으며 침착대응

세월호 이후 훈련 덕분..몸이 먼저 움직여

암초 사고 잦아..."수중 암표 표시해주세요"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고승호(블루레이호 선장)

[인터뷰] 구멍 뚫린 여객선,  끝까

24일 오후 2시43분쯤 서귀포시 가파도 남서쪽 0.5㎞ 해상에서 여객선 블루레이 1호가 좌초됐다.(사진=홈페이지 갈무리)

그제, 그러니까 지난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였습니다. 마라도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한 척이 바다 한가운데에서 멈춰섰습니다. 이윽고 여객선 안으로 물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당시 여객선에는 승객 195명과 선원 4명. 그러니까 약 200여 명의 사람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자칫 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선장은 침착하게 현장을 지휘했고요. 해경이 도착해서 승객을 모두 구조할 때까지 침몰하는 배를 지켰습니다.


결과적으로 200명 중 단 1명의 낙오자도 없이 전원이 구조가 됐습니다. 선장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지만 당연하지 않았던 기억이 우리에게는 생생히 남아 있죠. 그래서 이번 전원 구조가 크게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사고 여객선을 운항했던 고승호 선장 직접 연결을 해 보죠. 고 선장님, 안녕하세요?


◆ 고승호> 네.


◇ 김현정>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이브에 199명을 싣고 마라도에서 제주도로 오는 중이었던 거예요. 대부분은 관광객들이셨겠네요?


◆ 고승호> 그렇죠.


◇ 김현정> 뭔가 이상하다 감지한 건 언제쯤이었습니까?


◆ 고승호> 그러니까 계산을 해 보면 15분 정도, 출항하고 한 15분 정도. 선저 쪽으로 충격이, 접촉이 있었어요.


◇ 김현정> (배 아래에서) 쿵 하는 충돌 느낌을 받으셨어요?


◆ 고승호> 제가 그걸 제일 먼저 느꼈죠. 제일 먼저 느껴서. 급하게, 굉장히 급하게 엔진을 스톱시켰어요. 그리고 엔진을 스톱을 시키면 프로펠러가 안 돌기 시작하죠.


◇ 김현정> 그렇죠.


◆ 고승호> 그러면 객실에서 배가 멈췄다는 느낌을 받으신 분들이 계실 거예요. 그러고 나서 순간적으로 직감했어요. 밑 쪽 프로펠러 쪽으로 데미지(damage)를 받은 것 같다.


◇ 김현정> 프로펠러가 뭔가에 부딪힌 것 같다, 충돌한 것 같다?


◆ 고승호> 네. 그래서 제가 한 번 더 엔진을 작동을 시켜봤어요. 운항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엔진을 한번 작동을 시켜봤는데 안 되겠더라고요. 조종타도 작동을 안 하고.


◇ 김현정> 조종타가 작동 안 한다는 거는 그러면 좌우 돌리는 그게?


◆ 고승호> 그렇죠.


◇ 김현정> 뭔가 제대로 부딪쳤구나. 암초에 부딪쳤구나. 이 생각을 하신 거군요?


◆ 고승호> 그렇죠. 그리고 부딪쳤는데 배가 좌초가 되지는 않았어요. 조류 따라, 바람 따라 흘러가기 시작을 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암초에 딱 부딪쳐서 거기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그 상황이 아니라.


◆ 고승호> 그게 좌초죠.


◇ 김현정> 그게 좌초인데 그런 상황은 아니고 배가 둥둥 떠다니기 시작하는 상황.

[인터뷰] 구멍 뚫린 여객선,  끝까

◆ 고승호> 딱 보니까 배가 바람 따라 조류 따라 흘러가기 시작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그때 엔진이 작동이 안 되고 방향타가 안 되면 못 가니까 구조 요청을 바로 한 거죠.


◇ 김현정> 구조 요청을 하고. 그 선원들도 그때쯤이면 뭔가 이상하다는 눈치를 채고 선장님한테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을 거 아닙니까?


◆ 고승호>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죠. 기관실 혹은 타기실 쪽으로 확인을 해야 돼요, 물이 들어오나 안 들어오나.


◇ 김현정> 침수가 되고 있는지. 구멍이 뚫렸는지 안 뚫렸는지를 확인해야죠.


◆ 고승호> 그렇죠. 파공이 생겼는지 안 생겼는지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아마 제가 구조 요청을 하고 하는 그사이에 아마 기관장님하고 기관사는 아마 기관실 그리고 타기실 쪽으로 확인을 했을 거예요. 그리고 이제 제가 구조 요청을 하고 승객들한테 안내 방송을 날렸어요.


지금 정확한 원인은 안 나왔는데 데미지를 먹어서 항해를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구조 요청을 해 놨다고 이렇게 했는데. 그때 기관사분이 올라오셨더라고요. 뛰어와서 선장님, 지금 타기실에 물 찬다고.


◇ 김현정> 그런데 타기실이 뭐예요?


◆ 고승호> 타, 조종 장치가 들어 있는 룸이에요. 그러니까 손님들이 왔다 갔다 하는 그 바닥 밑에 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위에서 선장님이 이렇게 조종 장치를 돌리면 그 밑에서 돌아가는 거니까, 방향 잡는 거니까.


◆ 고승호> 그렇죠. 밑에서 돌아가는 거죠.


◇ 김현정>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 고승호> 그게 없으면 배가 조종이 안 되니까 운항을 못 하죠.


◇ 김현정> 그런데 그 타기실에 있던 사람이 올라와서 뭐라 그러는 겁니까?


◆ 고승호> 지금 파공이 생겨서 물이 들어온다.


◇ 김현정> 타기실에 물 차고 있다고?


◆ 고승호> 네. 물이 들어온다. 그 보고를 받으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 이 배가 가라앉을 수도 있겠네. 그래서 통제실에 한 번 더 구조 요청을 했죠. 지금 물이 차니까 서둘러야 될 거다.


◇ 김현정> 그래요. 서둘러달라 하고 동시에 승객들에게 안내 방송을 하셨죠?


◆ 고승호> 그렇죠. 그 무전이 나가고 나서 상황이 급해가지고 제가 그냥 이렇게 얘기했어요. 승무원들한테 승객들 전부 구명조끼 입히고 비상 상황에 대비하라고 그렇게 날렸죠.


◇ 김현정> 구명조끼 입히고 비상 상황에 대비하라. 그런데 선원들이야 오랜 베테랑들이니까 차분하게 어떻게 매뉴얼대로 움직여야 되는지 알았다 치더라도 승객은 처음 당하는 상황이고 한두 명도 아니고 이게 구명조끼를 입어라 하고 엔진이 서는 순간 쿵 하고 뭔가 부딪치는 순간부터 굉장히 불안들 하셨을 텐데. 통제가 안 되는 상황으로 가지는 않았나 싶어서요.


◆ 고승호> 아니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승객들도 사고방식들이 좀 많이 바뀌었는지 제가 기억이 나는 게 구명조끼를 입히라고 한 후에 한 번 더 안내 방송을 했어요. 그때 뭐라고 했냐면 10분 정도면 배가 올 거라는 안내 방송을 제가 했어요.


◇ 김현정> 10분이면 올 겁니다.


◆ 고승호> 그리고 그 통제실에서도 그런 무전이 왔었고, 저한테.


◇ 김현정> 그러니까 10분이면 될 거라는 무전을 그쪽에서도 쳐줬고, 관제실에서도. 선장님도 10분이면 됩니다, 여러분. 침착하게 대기하시라는 메시지를 승객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신 거고요.


◆ 고승호>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승객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우왕좌왕하지 않고 구명조끼 다 순서대로 받아서 앉아 계셨던 거예요?


◆ 고승호> 건네준 것도 있고 저희 승무원이 항해사, 기관사밖에 없어요. 저 빼고 두 사람밖에 없어요. 두 사람이 200명한테 구명조끼를 나눠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그런데 다행스러운 거는 꺼내서 나눠주시는 분도 계시고.


◇ 김현정> 승객들이 알아서?


◆ 고승호> 네, 알아서 이렇게 하고 계시더라고요. 제가 나중에 얘기를 들었는데.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의식들이 좀 많이 달라지기는 한 것 같은데.


◇ 김현정> 많이 성숙해졌네요, 정말. 그런 거군요. 그러니까 지금 배가 물이 차고 있으니까 다른 선원. 선원이라고 해 봤자 지금 선장님 빼고 3명밖에 없는 건데.


◆ 고승호> 한 분은, 기관장님은 밑에서 물 어떻게 틀어막으려고 하고 있을 거고.


◇ 김현정> 다들 그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고 있으니까 손님들한테 구명조끼 나눠줄 일손이 부족한 상황. 그러자 시민들이 나서서 승객들이 서로서로 줄 세우고 구명조끼 나눠주는 사람, 전달하는 사람. 이게 착착착 된 거예요.


◆ 고승호> 그런 모습이 저도 봤고 얘기도 들었어요, 나중에 끝나고 나서.


◇ 김현정> 그런 상황에서 또 너무도 다행인 것은 주변에 있던 선박과 해경이 일제히 출동을 했죠, 적극적으로.


◆ 고승호> 그렇죠. 어선들도 몇 척 왔었어요. 주변 어선도 왔었고.


◇ 김현정> 그래서 완전히 배로 옮겨타기까지, 전원이 구조되기까지는 얼마나 걸린 겁니까?


◆ 고승호> 40분에 사고 나서 35분 정도 걸렸네요.


◇ 김현정> 35분 만에. 정말 다행입니다. 지금 보니까요. 그러니까 선장님의 빠른 대처, 선원들의 침착한 이행들, 매뉴얼 이행들. 거기다가 승객들이 성숙하게 대처한 것들. 근처 선박과 해경의 빠른 출동까지 이게 다 어우러졌어요.


◆ 고승호> 저희가 2014년 세월호 이후에 자의든 타의든 많이 변할 수밖에 없었어요, 배에 일하는 직원분들이.


◇ 김현정> 변할 수밖에 없었다고요? 예를 들면 어떤 걸 막 주문했어요, 그때?


◆ 고승호> 운항관리실이나 이런 저희를 이렇게 하시는 관계 기관에서는 좀 많이 굉장히 타이트해졌죠. 점검부터 시작해서 일지 확인하는 거, 훈련 상황 확인하는 거 같은 게 FM적으로 가려고 많이 했었어요.


◇ 김현정> 그 당시는 그래서 조금... '너무 그러는 거 아니야?' 하고 조금 귀찮기도 하고 그러셨는데.


◆ 고승호> 그렇죠. 처음에는 굉장히 저희가 너무하는 거 아니냐고 그런 쪽으로 트러블이 굉장히 많이 있었는데 지나고 나니까 생각을 하지 않고도 몸이 알아서 움직이는 상황이 됐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래요. 너무 다행입니다. 너무 다행이고 이번 사고 보면서 세월호 사고 떠올린 분들이 아마 많으실 거예요. 자꾸 잊고 싶어도 그때 그 일, 그 악몽은 잊을 수가 없으니까. 그런데 그때 모든 승객들을 나 몰라라 내팽개치고 선장이 제일 먼저 탈출을 하는 바람에 사실은 사고가 더 커진 거 아니겠습니까? 선장님은 그때 그 선장 이야기 들으면서는 어떠셨어요?


◆ 고승호> 사람들이 배 안에 있는데 선장님이 직원들 데리고 나간다? 이거는 말도 안 되는 거죠, 솔직히.


◇ 김현정> 너무 당연한 겁니까, 선장이 끝까지 배를 지키고 승객을 지키는 건?


◆ 고승호> 어떻게 승객들이 배 안에 있는데 선장이 나가는 게 그게 말이 됩니까? 선장님은요. 어쨌든 저희가 배운 거는 그래요. 선장님은 맨 마지막에 배에서 나오셔야 된다. 저는 퇴근할 때도 그래요. 퇴근할 때도 웬만하면 직원들 내리는 거 보고 나가려 그러고.


◇ 김현정> 퇴근할 때도 평상시에?


◆ 고승호> 네. 저희가 배가 들어오면 손님들이 내리고 정리하고 기관장님은 기관실 한번 둘러보고 전원 같은 거 차단하고 나가지 않습니까? 저는 그때도 그래요. 위에서 이렇게 직원들 나가는 거 보고 그러고 나가죠. 저희는 그렇게 배웠거든요.


◇ 김현정> 고승호 선장님 저희가 인터뷰하자고 했을 때도 고 선장님은 너무도 당연한 일을 했는데라면서 빼셨던 분이거든요. 지금 말씀을 듣고 보니까 평상시에 어떤 자세로 임하셨던 분인가 이게 와닿고요.


선장님, 아무쪼록 다행입니다. 제가 모처럼 좋은 소식 전할 수 있어서. 물론 사고 자체는 안타깝지만 그 와중에 인명 피해 없이 이렇게 전원 구조됐다는 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고요. 끝으로 이런 사고가, 좀 암초 사고 같은 게 일어나지 않도록 뱃사람 입장에서, 선장 입장에서 꼭 당부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다고요?


◆ 고승호> 지금 저희 가파도 연안도 마찬가지고 위험을 알리는 등대들이 몇 군데 있어요. 그런데 해도상에 보면 그 표시가 안 돼 있는 곳들이 좀 있더라고요.


◇ 김현정> 뭐가요, 암초가? 아니면 뭐 등대가?


◆ 고승호> 수중에 암초가 있는데 그게 어쨌든 표시가 안 돼 있는 곳. 동네 작은 어선들이나 자주 다니시는 분들은 육안 항해를 많이 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조류나 바람에 밀려서 배가 이렇게 사고가 날 수 있는 거기 때문에 좀 바다 쪽에다가 투자를 조금 더 해서 이런 안전 시설을 설치하는 게 차후에라도 이런 일이 줄어들 수 있는 그런 방법인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는.


◇ 김현정> 자동차 도로라면 과속 방지턱 같은 게 있고, 위험한 곳에.


◆ 고승호> 자동차는 중앙분리대도 있고.


◇ 김현정> 그런데 배도 그게 가능해요? 바다 위에도 가능해요, 그런 표시라는 게?


◆ 고승호> 불가능하지는 않은데 돈이 좀 많이 들기는 하죠.


◇ 김현정> 부표 같은 걸 설치하는 건가요? 어떤 식으로 하나요?


◆ 고승호> 그렇죠. 부표 같은 걸 설치하는 거죠. 그러니까 제가 사고 난 지점 같은 경우에는 이제 등대가 몇 군데 있긴 한데 그런 데 작은 부표 같은 거라도 설치를 해 주면 육안으로 그냥 보일 거 아닙니까, 육안으로. 그런 게 좀 많이 없어요. 그쪽 주변이 지형이 많이 그런 데가 많이 있더라고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런 부분들 좀 신경 써주십사 하는 말씀을 마지막으로 드리면서. 고 선장님, 고생 많으셨고요.


◆ 고승호> 고생은 뭐. 저는 일단 집에서도 그렇고 사람 안 다친 게 천만다행이고요. 어떻게 보면 저는 솔직히 좀 미안합니다, 솔직한 말로.


◇ 김현정> 미안? 누구한테? 왜 그러실까요, 선장님? 많이들 칭찬해 주고 계시는데.


◆ 고승호> 승객들한테도 미안하고. 회사에다가 제가 피해를 많이 입힌 것도 사실이고 그런 게 좀 참 미안하죠, 제가 보기에는.


◇ 김현정> 그런데 이거를 선장님 부주의 때문이다라고 너무 자책하지 마시고요. 사고는, 실수는 벌어질 수 있지만 그 사후 대처를 확실하게 하셨다는 거 그 부분에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더 박수를 보내고 있는 거니까요. 너무 자책하지 마시고요. 힘내시기 바랍니다.


◆ 고승호> 네, 힘내야죠. 앞으로도 일도 해야 되고 처리할 일도 많이 있고 힘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 고승호>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크리스마스 이브에 마라도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이 좌초가 됐는데 침수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해서 모든 승객들 전원 구조가 됐습니다. 그 배, 블루레이호의 선장 고승호 선장이었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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