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여름휴가, 어떤 묘수를 찾았을까?
핵심요약
15대 김대중 대통령, 첫 해 IMF 외환위기 극복문제로 휴가 반납
17대 이명박 대통령, 취임 116일만에 비서실장과 수석 7명 교체
18대 박근혜 대통령, 휴가 직후 비서실장과 수석 4명 교체
20대 윤석열 대통령의 선택은?
친절한 대기자 권영철 대기자 어서 오세요.
◆ 권영철> 안녕하십니까.
◇ 김광일> 여름 휴가 아직 안 가셨죠?
◆ 권영철> 저는 8월 중순에 주로 갑니다.
◇ 김광일> 한 2주 남았네요.
◆ 권영철> 뭐 장마 폭염 이럴 때는 사무실이 더 낫기도 하고요. 김광일 기자 휴가 다녀오셨습니까?
◇ 김광일> 저는 지난주에 지난주에 겨우 다녀왔습니다.
◆ 권영철> 휴가를 이미 하셨군요.
◇ 김광일> 이번 주 휴가랑 관련한 얘기를 준비해 오셨다고요.
◆ 권영철>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주 여름휴가 중입니다. 조금 전에 박지원 실장도 말씀하셨습니다마는 처음에는 거제시 저도로 갈 예정이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보니까 자택에 머무르면서 휴식하고 산책하고 이렇게 하고 있죠. 그래서 역대 대통령들의 여름휴가와 휴가 이후에 일어난 일들을 살펴보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휴가를 마친 뒤에 어떤 일을 할지 전망을 해 보고자 합니다.
김영삼대통령기록전시관 제공 |
◇ 김광일> 역대 대통령들의 휴가 어디로 많이 갔을까요?
◆ 권영철> 전부를 다 다루기는 그렇고요. 14대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 살펴보면, 김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에 청남대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온 뒤에 금융실명제 도입을 단행을 했습니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의 발표 잠시 들어보시죠.
◇ 김광일> 지금 소리가 잘 안 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김영삼 전 대통령이 나오나요.
◆ 권영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주로 휴가를 5년 내내 청남대에서 보냈거든요. 김 전 대통령이 금융실명제 구상을 청남대에서 해서 청남대 구상이라는 이런 말까지 나왔을 정도로 청남대를 애용을 했고요. 또 중요한 정국의 중요한 분기점, 고비가 있을 때마다 또 청남대에 가서 구상을 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김광일> 특히 지금 우리가 지금 소리를 내지 못했습니다만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이 휴가 갔다 와서 바로 금융실명제 구상을 얘기를 했다고.
◆ 권영철> 아주 폭탄선언을 했죠. 엄청난 선언을 했기 때문에 청남대 구상이라는 말이 만들어졌고요 15대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첫해에 휴가를 가지 못하고 반납했습니다. IMF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큰 과제를 떠안았기 때문인데요. 1999년부터는 주로 첫 여름휴가를 청남대로 떠났고 청남대에서 계속 여름휴가를 보냈습니다.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 충북도 제공 |
◇ 김광일> 청남대가 지금은 개방된 곳인데 그 당시에 이제 대통령들이 휴가지로 만들어졌던 곳이죠.
◆ 권영철>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졌고요. 노무현 대통령 대선 공약이 청남대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운영 관리권을 충북도에 넘기면서 국민에게 개방을 한 거죠. 그 뒤로 대통령들이 그쪽으로 못 가게 된 노무현 대통령부터는 청남대에서 휴가를 보내지 못하게 된 겁니다.
◇ 김광일> 일반인들이 갈 수 있게 한번 가봤는데 되게 좋더라고요. 여기가. 그 이후 대통령들은 휴가를 어디로 갔을까요?
◆ 권영철>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첫해는 대전에 있는 군 휴양지와 관저에서 보냈고요. 2004년은 탄핵 사태로, 2006년에는 수해로, 2007년에는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로 예정된 휴가를 취소했습니다.
17대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5년간 여름휴가를 충실히 보냈습니다. 취임 첫해는 진해 해군 휴양시설에서 지냈고요. 그 이후에는 휴가지를 지방 모처라고만 하고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 김광일> 공개하지 않았군요.
박근혜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
◆ 권영철> 18대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첫해는 거제 저도 휴양지를 찾았습니다. 휴가지에서 모래 위에 '저도의 추억'이라는 글씨를 써서 과거 박정희 대통령과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걸로 회자가 많이 됐었죠. 그렇지만 2014년은 세월호 참사로, 2015년은 메르스 사태로, 2016년은 관저에서 보내다가 울산 '십리대숲'을 깜짝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 김광일> 전임 19대 문재인 전 대통령은 어디로 갔었을까요?
◆ 권영철> 문재인 대통령도 휴가 복이 많지는 않습니다. 취임 첫 해는 휴가 하루 전날에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급 미사일을 발사하는 바람에 휴가가 하루 늦어졌죠. 그리고 강원도 평창으로 떠났고요. 2018년에는 충남 계룡대 인근 군 주요 시설에 머물며 대전 장태산 휴양림 등을 방문했습니다. 2019년에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문제로. 2020년에는 집중호우로,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휴가를 취소하면서 3년 연속 휴가를 갖지 못했습니다.
◇ 김광일> 대체로 이명박 전 대통령 빼고는 휴가를 잘 많이 못 갔군요.
◆ 권영철> 그렇습니다. 14대부터는 김영삼, 이명박 두 분만 휴가를 제대로 누렸고요.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은 휴가를 절반도 찾지 못하거나 제대로 찾아 먹지 못했던 셈이죠. 대통령의 휴가는 대개 성수기인 7월 말에서 8월 초쯤인데요.
그렇지만 사실 말이 휴가지 새로운 국정을 구상하거나 산적한 현안에 대한 고심으로 휴가도 휴가답지 않게 보내기 일쑤라는 게 전직 이전 정부 관계자들의 증언이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의 '청남대 구상' 이후에 대통령들은 휴가를 가도 뭔가 정책 구상을 하지 않겠나, 다녀와서 뭔가 내놓지 않겠나 이런 얘기들을 계속 언론들이 보도를 하잖아요.
◇ 김광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원망스럽겠어요. 그 사람들은.
◆ 권영철> 우리나라의 분위기가 대통령은 쉬어도 쉬지 못하는 신분인 것처럼 돼 있고요. 안 그러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전 대통령은 독서를 통해서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를 메시지를 던지거나 그러기도 했죠.
◇ 김광일> 대통령뿐만 아니라 사실 뭐 저도 지난주에 휴가 갔을 때 거의 휴가지에서 뉴스 살펴보고 계속 뉴스 쇼 듣고 이랬던 것 같은데.
◆ 권영철> 사실 대다수의 기자들도 휴가지에서 기사 검색하죠. 자신의 출입처나 담당 역할에 대해, 아마 김현정 앵커도 지금 휴가 가 있지만 이 방송 듣고 있지 않겠습니까?
◇ 김광일> 듣고 계시죠?
◆ 권영철> 김광일 앵커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아마 듣고 있을 겁니다.
외국하고는 좀 다르죠. 휴가는 사생활이라는 그런 게 확실한 구분이 있기는 하고요. 물론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휴가지에서 복귀하는 건 우리와 비슷합니다마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 16년 재임했는데 여름과 겨울에 2, 3주 휴가를 꼭 찾아 꼭 챙겼습니다.
◇ 김광일> 여름, 겨울 각각 2, 3주씩.
◆ 권영철> 합쳐서.
◇ 김광일> 합쳐서요.
◆ 권영철> 이탈리아 북부 산악지대 휴양지에 있는 4성급 호텔을 즐겨 찾았고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8년 재임 기간 동안에 28차례 휴가를 갔는데 휴가 기간이 217일이라고 합니다. 평균 1회 평균 한 8일 가까이 되죠. 우리나라 대통령들이 여름휴가를 해외로 간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 김광일> 글쎄요. 뭐 개인적으로 좋다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아직 그런 사례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인지 어디 대통령이 거기 가냐라는 반론도 있을 것 같습니다.
◆ 권영철> 논란이 많을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후 서울 대학로 한 극장에서 연극 '2호선 세입자'를 관람한 뒤 출연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 김광일> 사실 우리가 좀 지금 시점에서 궁금한 건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 기간에 어떤 구상을 할까 복귀한 이후에 어떤 그때 금융실명제 같은 어떤 특별한 걸 내놓을까 이런 것들이 좀 궁금하거든요.
◆ 권영철> 그렇습니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취임 3개월도 안 됐는데 20%대로 떨어졌다는 건 참 말이 안 되는 상황 아니겠습니까? 여당 지도부 공백 사태는 점입가경이고요.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갔으니까 복귀하면 뭔가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윤 대통령이 뭔가 내놓지 않겠느냐 이런 기대가 큰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대통령실에서 밝힌 건 '지금은 오랜만에 푹 쉬시고 많이 주무시고 가능하면 일 같은 걸 덜 하시고 산보도 하고 영화도 보고 있다'는 것이었지 않습니까? 실제로 어제(3일) 대학로에서 연극 관람하기도 했고요.
◇ 김광일> 일 같은 건 덜하시고, 그리고 어제 나왔던 게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만날 계획이 없다라고 대통령실에서 나왔었는데 조금 전에 박지원 원장이 말하기로는 깜짝으로 만날 거다라고 얘기는 했어요.
◆ 권영철> 어쨌건 그건 오늘 좀 지켜봐야 될 사안인 것 같고요.
◇ 김광일> 그러면 대대적인 인적 쇄신, 메시지 변화 이런 것들이 좀 나올까요.
◆ 권영철> 정치권이나 정치 평론가들은 대규모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방금 박지원 원장도 필요하다고 얘기를 말씀하셨고요.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2개월여 만에 20%대로 떨어졌다는 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대로는 지지율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보는 거죠.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여름휴가에서 복귀한 뒤에 비서실장과 수석 4명을 교체했습니다. 취임 162일 만이었고요. 그리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116일 만에 대변인만 제외하고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7명을 전원 물갈이했습니다. 그렇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에서 복귀하면서 곧바로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사실 우세합니다.
◇ 김광일> 안 할 거다라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는 거죠.
◆ 권영철> 그렇습니다. 취임 100일도 안 됐고 곧 다가올 8.15 경축사도 있고 취임 첫해 특사도 예정돼 있습니다. 두 달도 안 됐는데 청와대 참모를 몇 명 바꾼다고 여론이 달라지겠느냐는 겁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수석을 지낸 한 관계자는 "지금 뭘 한다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 출범한 지 얼마 됐다고 인적 쇄신을 하겠느냐?" 이런 얘기를 했고요. 대통령실 쪽에서도 인적 쇄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강합니다.
◇ 김광일> 참모들의 부정적인 어떤 기류대로 인적 쇄신이 이루어지지 않을지 아니면 혹시 깜짝이 나올지 지켜봐야 될 것 같고요. 그러면 윤 대통령이 남은 휴가 기간 동안에 뭘 해야 될까요.
◆ 권영철> 대통령도 사람이니까 격무에서 벗어나 심신을 가다듬는 재충전의 휴가가 필요합니다.
◇ 김광일> 필요하죠.
◆ 권영철> 그래야 새로운 생각도 하고 구상도 하지 않겠습니까? 다만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까 윤 대통령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을 건데요.
2008년 취임 첫해에 수입 쇠고기 파동을 겪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1년 차 1분기 52%에서 출발했는데 2분기에는 21%로 국정 지지도가 급락했거든요. 그러자 취임 116일 만에 특별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당시에 밝혔던 심경 다시 한번 들어보시죠.
◇ 김광일> 들어보실까요.
▶ 17대 이명박 대통령
"늦은 밤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수없이 제 자신을 돌이켜 보았습니다. 저는 최근 각계각층의 지도자 여러분을 만나 말씀을 들을 기회를 가졌었습니다. 그분들께서는 저에게 이렇게 충고를 해 주셨습니다.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국민들께 털어놓고 이해를 구하라고 하였습니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은 그분들의 말씀대로 국민들께 저간의 사정을 솔직히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국정운영 방향을 말씀드리고 새출발을 다짐하려고 합니다. 돌이켜보면 대통령에 당선된 뒤 저는 마음이 급했습니다. 역대 정권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취임 1년 내에 변화와 개혁을 이루어내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 권영철> 이 전 대통령은 직후 비서실장과 수석 7명을 교체하는 인적 쇄신을 단행한 겁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참모 몇 자리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대통령이 폭넓게, 진영을 가리지 말고 원로들을 만나고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면서 국민 통합의 메시지를 보내고 인재를 널리 구하려는 모습을,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얘기를 했거든요.
지금 당장 변화가 필요한 건 맞습니다. 그렇지만 윤 대통령이 당장 뭘 한다고 바뀌거나 그러지는 않을 거 아닙니까? 문제는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 특정대학 출신을 고집한다거나 검사 출신을 많이 기용한다거나 자신이 아는 사람들 중심으로 인사한다거나 이런 패턴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지금 위기에서 벗어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 그런 얘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 김광일> 그 말씀 그 조언까지 같이 듣고요. 여기까지 친절한 대기자 권영철 대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CBS노컷뉴스 권영철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