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사기에 5명 붙었다…'조직 범죄' 가능성
조주빈 일당 5명 온·오프서 역할 분담, 현금 전달·수거책 2명 따로 둬
'부따'가 텔레그램으로 접근하고…'공익'은 개인정보 불법 조회·전달
경찰,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검토중
손석희 JTBC 사장(왼쪽)과 조주빈.(사진=연합뉴스) |
JTBC 손석희 사장과 윤장현 전 광주시장,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 등을 상대로 한 '박사' 조주빈(25·구속)의 사기 행각에 총 5명이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CBS 노컷뉴스 취재 결과, 서울지방경찰청은 손 사장과 윤 전 시장, 김씨를 대상으로 한 사기 행각에 조주빈과 '부따' 강모군(18·구속), 공익근무요원 강모씨(24·구속) 그리고 이모씨와 김모씨 등 총 5명이 가담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미 구속된 3명 외에도 이씨와 김씨에 대해서도 조만간 구속 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일당은 온·오프라인에서 철저히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우선, '부따' 강군은 텔레그램에서 사기 대상들에게 접근하는 역할을 맡았다. 10대의 어린 나이지만 고도의 속임수로 범행의 첫 단추를 끼웠다.
개인정보는 공익요원 강씨가 빼돌렸다. 경기 수원시 한 구청에서 근무한 강씨는 손 사장의 개인 차종과 차량번호 등을 조회해 일당에게 전달했다.
조주빈 공범 '부따'(사진=연합뉴스) |
실제 오프라인에서 유명인들을 속이고 돈을 갈취하는 것은 조주빈과 이씨, 김씨 등 3명이 맡았다. 이씨와 김씨는 모두 20대로 지난달 서울지방경찰청이 붙잡은 조주빈 공범 13명에 포함된 인물이다.
온·오프라인에서 철저히 역할을 나눈 이들은 2017년 과천 주차장에 손 사장의 차량이 CCTV에 찍힌 것처럼 조작해 이를 보여주며 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사장은 수차례에 걸쳐 2000만원을 건넸는데, 조주빈과 이씨 또는 김씨가 손 사장을 직접 만나 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시장을 대상으로 한 사기 행각에서도 이들은 분업이 이어졌다. 먼저, 강군이 텔레그램에서 스스로를 정부기관 '최 실장'이라고 소개하면서 윤 전 시장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프라인에서는 이씨와 김씨가 움직였다. 윤 전 시장에게 'JTBC에 출연시켜 해명할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제안한 뒤, 이씨와 김씨 가운데 한 명을 보내 '최 실장' 행세를 하도록 했다. 실제로 윤 전 시장을 JTBC 방송국에 데려가 손 사장과 '최 실장'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JTBC를 다녀오고 믿음이 생긴 윤 전 시장은 조씨 일당을 광주로 불러 3000만원 상당을 제공했다.
프리랜서 기자 김웅(사진=연합뉴스) |
김웅 기자에게 1500만원을 갈취하는 과정에서도 일당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조주빈은 김 기자에게 손 사장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비밀 정보가 담긴 USB(이동형 저장장치)를 건네주겠다고 속였다. 이후 다른 공범이 실제로 지하철역 사물함에 USB를 두고 현금을 수거했다.
텔레그램 '박사방' 안에서 조직적으로 성범죄가 이뤄진데 이어 유명인 사기 행각에서도 5명이 체계적으로 움직였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수사기관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짜여진 각본에 따라 이뤄졌고, 역할 분담이 확실했던 점에 비춰 조직폭력배나 보이스피싱 사기단 같은 범죄 조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되면 조주빈과 그의 공범들은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받을 수 있다.
이 법을 적용하려면 내부에 '명확한 지휘·통솔체계'와 '범죄수익 배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져야 한다.
경찰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박사방' 사건에 대해서는 '지휘·통솔 체계'를 어느정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범죄수익 배분'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손석희 등 유명인 사기 사건을 통해 이들의 '지휘·통솔 체계'가 선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조직 범죄 규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지휘·통솔 체계는 어느정도 규명돼 범죄단체조직죄에 대한 적용 가능성도 긍정적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상징적인 사건인 만큼 최선을 다해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조주빈을 성착취물 제작·유포 혐의로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다만 이번 공소장에는 '범죄단체조직죄' 혐의를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해서는 향후 공범들에 대한 조사를 거쳐 추가기소 할 것으로 보인다.
CBS노컷뉴스 서민선·윤준호·박성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