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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진 인간장벽 세운 한국당 "치료비는 알아서"

[단독]

나경원 "해당 의원실에서 케어 해달라"

보좌진 앞세우더니 지원 책임은 뒷짐?

치료비 부담에 고소·고발 불안까지

한선교 욕설사태 겹쳐…당내 권위주의 '부글'


CBS노컷뉴스 김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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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논란이 된 발언은 비공개로 전환된 뒤에 나왔다. (사진=윤창원기자)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저지하다 다친 보좌진의 치료비를 당에서 부담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방침을 내린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확인됐다.


충돌 당시에는 보좌진을 앞세우더니 막상 필요할 땐 부상자 지원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 패스트트랙 몸싸움 일단락되자…


9일 복수의 한국당 의원들에 따르면,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당 재정이 넉넉하지 않으니 보좌진 치료비는 일단 해당 의원실에서 케어(보살핌)를 해달라"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밤 사개특위, 이날 새벽 정개특위에서 선거법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면서 닷새 전부터 국회 내에서 계속돼온 물리적 충돌이 일단락되자 나온 발언이다.


의총에 참석한 한 초선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각 의원실 경비로 충당하되 이후 십시일반을 하든지 여러 방법을 강구하자는 얘기를 들었다"며 "나 원내대표가 이런 발언을 한 건 이날만이 아니었고 여러 차례 거듭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진의원은 "강제적으로 말한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듣기에 따라서 오해가 될 수 있던 것 같다"면서 "다만 당비가 부족해서 그런 건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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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저녁 문희상 국회의장이 패스트트랙 법안접수를 위한 경호권을 발동한 가운데 국회 의안과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 보좌관, 당직자들이 법안접수를 시도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경호기획관실 직원들과 충돌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부상자 "치료비 충당 걱정 많다"


이에 따라 일부 의원은 자신의 사무실 소속 직원의 치료비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천명했지만, 그렇지 않은 일부 부상자의 경우 당장 비용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충돌 당시 갈비뼈를 크게 다쳤다는 한 보좌진은 "자비로 치료하라고 하니 치료비를 어떻게 충당할 지 걱정이 많다"고 털어놨다.


보좌진을 앞세우고 공개석상에서 지원을 약속했던 한국당이, 뒤로는 은근슬쩍 뒷짐 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온다. 당이 나서서 치료비를 지원할 경우 보좌진을 동원했다는 법적 책임 시비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이런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추정도 제기된다.


해당 발언 하루 전날 황교안 대표는 공개 의원총회에서 "저는 고소·고발장이 들어오면 그것을 수사하고 처리했던 법조인 출신"이라며 "당력을 다 기울여서 고소·고발 당하신 분들 끝까지 지켜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이에 대해 한국당 측은 "법적인 부분은 당에서 책임질 테니 (치료비는) 의원들이 챙겨달라는 취지였는데 매우 왜곡된 것 같다"며 "도와드릴 게 있으면 도와드리는 게 맞지만 그런 건 보좌진을 고용한 의원실 안에서 해결이 돼야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보좌진을 총알받이로 쓴 적도 없다"며 "당에서 보좌진 나오라고 하지도 않았다. 한보협에서 자발적으로 도운 것"이라고 덧불였다.


하지만 보좌진 사이에서는 고발 지원에 관한 당의 약속도 그다지 신뢰하지 않고, 외려 당사자들을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다. 한국당 보좌진 4명은 의원 44명과 함께 국회법 위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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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윤창원기자)

◇ 한선교 '욕설파문'까지…약자 배려 못하는 한국당


앞서 한국당은 지난달 25일 오후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국회 본관 의안과 사무실 앞에서 민주당의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 제출을 가로막았다.


당시 국회의장의 경호권 발동으로 대거 동원된 사무처 경위들이 한국당 관계자들을 끌어내려 하면서 밤새 물리적 충돌이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최일선에서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던 보좌진·당직자 16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한 것으로 한국당 보좌진협의회(한보협)는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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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이 여성 당직자들이 깔고 앉던 담요를 빼앗아 옆으로 치우는 모습(사진=노컷V 영상 캡처)

보좌진들의 수난은 법안이 제출되고 의원들이 전면에 나선 뒤에도 끊이지 않았었다.


같은 달 29일 정치개혁특위가 예정된 행안위 회의장 앞에서는 여성 보좌진들이 깔고 앉은 담요를 김재원 의원이 빼앗아 옆으로 치우는 장면이 '노컷V' 카메라에 잡혀 논란이 됐다.


이 때문에 여성 보좌진들은 차가운 맨바닥에 앉아야 했지만 바로 옆에 있던 김순례 의원의 경우 그대로 담요를 깔고 앉아 '국회의원 특권'이 아니냐는 등 뒷말도 나왔다.


여기에 최근에는 한선교 사무총장이 당직자에게 거친 욕설을 내뱉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 권위주의 갑질문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당의 한 보좌진은 "당에서 도와주겠다곤 하지만 시간 지나면 본인이 독박쓰는 구조"라며 "그동안 이런 문제의식 없었을 것 같은데 이제라도 시스템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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