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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by 노컷뉴스

김누리 "세계의 미국화, 이제는 무너질 것"

포스트코로나

코로나19 사태, 미국의 민낯 드러나

한국의 미국화 신화, 극복되는 계기

야수자본주의로는 재난 극복 불가 교훈

코로나국면의 한국역량, 사회변혁에 쏟아야

사회-인간-자연 공존하는 자본주의 인간화로

생각 안 바꾸면 22세기는 오지 않아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MHz (18:25~20:00)

■ 방송일 : 2020년 4월 23일 (목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연자 : 김누리 (중앙대 교수)

노컷뉴스

자료사진 (사진=박종민기자)

◇ 정관용>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 그 이후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할지 짚어보는 특별기획입니다. . 오늘 다섯 번째 시간인데요. 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누리> 반갑습니다.


◇ 정관용> 김누리 교수님이 제목을 "바보야, 문제는 생각이야" 이렇게 붙이셨다고요.


◆ 김누리> 네.


◇ 정관용> 왜 이런 제목을 붙이셨어요?


◆ 김누리> 지금 코로나가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올 텐데요. 결국은 생각, 인식. 인식의 변화가 가장 사실 근본적이고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이 들거든요.


◇ 정관용> 그러니까요. 구시대적 인식을 이제 바꿔야만 적응할 수 있다 그건가요?


◆ 김누리> 꼭 구시대적이라기보다는, 저는 지금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이 대체로 보편적인 이 세계를 이해하는 또는 근대를 이해하는 그런 인식에 있어서 대체로 한 반세기 정도 좀 뒤처져 있다고 봐요. 그것은 이제 제 주장으로는 68혁명이라는 것을 우리가 경험하지 못함으로써.


◇ 정관용> 유럽의 68혁명?


◆ 김누리> 대체로 한 반세기 정도 우리가 가지고는 생각들이.


◇ 정관용> 유럽의 인식에 비해서 우리가 뒤처져 있다?


◆ 김누리> 그렇죠. 그것은 어떻게 보면 아픈 이야기지만 저는 사실은 우리에 대해서 좀 비판적으로 성찰할.


◇ 정관용> 반성을 해야죠.


◆ 김누리> 필요가 있다고 보이고요. 그 내용인즉슨 이런 것이죠. 이번에 저희가 이 코로나를 겪으면서 가장 충격적으로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우선 미국에 대한 생각이에요, 미국관.


◇ 정관용> 미국은 잘하는 나라인 줄 알았는데 엉망이잖아요, 엉망.


◆ 김누리> 미국이 저렇게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정말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나라가 한국이고 한국인인 거예요. 왜냐하면 대체로 유럽에서는 미국에 대해서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이 넓어요. 한국에서는 사실상 거의 없었거든요. 그래서 사실은 한국은 전 세계에서 어떤 학자는 가장 반미주의가 약한 나라, 거의 없는 나라라고 이야기를 할 정도예요. 그런 미국이 다시 말하면 우리에게 선망의 대상이었고 우리가 앞으로 선진국이 된다면 따라가야 할 나라라고 생각했던 그 미국이 저렇게 처참하게 무너지리라고는 생각을 못한 것이죠. 사실은 미국인들의 절반 이상이 제3세계 수준의 삶을 산다는 것. 게다가 지금 생존, 생명 문제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지켜줄 공공의료시스템이 없다는 걸 적나라하게 지금 보여주는 거예요. 거기에 대해서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 첫 번째는 이제 미국에 대한 인식. 이것을 새롭게 갖게 될 너무나 좋은 계기다라고 저는 생각하고요. 그 이유는 이제 왜 그런가 하니 한국은 사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미국화가 심한 나라입니다.


◇ 정관용> 그렇죠.


◆ 김누리> 그래서 지금 조희연 지금 서울시교육감으로 계시는 이분이 사회학과 교수시잖아요. 조희연 교수가 미국화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셨어요. 조희연 교수는 과잉미국화라는 개념을 쓰세요. 미국화가 너무 심하다, 이런 얘기죠. 저는 이런 미국화에 대한 연구를 저도 이제 좀 했는데요. 저는 총체적 미국화라는 개념을 써요. 총체적이다. 이것은 미국화가 많이 됐다, 덜 됐다가 아니라 한국 사회는 총체적으로 미국화가 돼 있다는 거죠. 그걸 이제 자세히 지금 설명드리기는 너무 긴 얘기고요.


◇ 정관용> 금방 이해가 돼요.


◆ 김누리> 한국의 거의 모든 제도가 미국식이에요. 교육제도, 대학제도, 대학의 엘리트대학 시스템, 그 다음에 대학의 경쟁 그다음에 높은 대학등록금. 지금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학등록금인데요. 1인당 국민소득 대비 가장 높은 등록금은 한국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일련의 것들이 유럽에서는 없는 것들이에요. 유럽에서는 엘리트, 대학도 없고 대학입시도 없고 학비도 없고. 예를 들면. 지금 정치도 똑같습니다. 미국은.


◇ 정관용> 양당제, 보수양당제 비슷한 형태.


◆ 김누리> 보수양당제.


◇ 정관용> 그리고 대통령제 이런 것도.


◆ 김누리> 대통령도 그렇고요.


◇ 정관용> 유럽은 대체적으로 다당제, 내각제잖아요.


◆ 김누리> 그렇죠. 그런데 이제 문제는 뭐냐하면, 우리가 미국을 총체적으로 따라왔는데요. 문제는 미국이 글로벌스탠다드가 아니라는 데 있어요.


◇ 정관용> 아닌데 우리는 그런 줄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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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누리> 그렇죠, 우리는 그런 줄 알고 심지어 선진국의 모범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는, 제가 한 분만 소개를 하면 헬무트 슈미트 같은 독일 수상의 경우는 “미국은 사회적으로 보면 지옥이다” 이런 말까지 했어요. 그러니까 미국의 사회시스템. 지금 의료시스템 보이지만 의료복지시스템 이러한 것들이 너무나 안 돼 있다는 거죠.


◇ 정관용> 의료복지뿐 아니라 사회복지도 좀 약하죠. 물론 우리보다야 좀 낫지만.


◆ 김누리> 맞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의료는 우리가 더 나은 거죠, 의료는.


◇ 정관용> 그러니까요.


◆ 김누리> 의료는 왜 우리가 더 나은가? 이것도 사실 이유가 있어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우리는 지금 북과 경쟁을 하면서 사실은 북과 경쟁이 굉장히 심한 상태에서 북이 상당히 아주 진전된 의료시스템을 갖는 그런 상황에서 우리도 그런 의료시스템을 기획하게 된 거죠.


◇ 정관용> 60~70년대 북한의 사회주의적 의료체계. 우리도 거기에 뒤처질 수 없다, 이런 거였죠.


◆ 김누리> 좋은 경쟁이죠, 어찌 보면 의료체제 잘 갖추자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의료 부분만 미국과 다른 것이죠.


◇ 정관용> 좋아요. 그러니까 우리 그러니까 맹목적으로 미국을 추종해 왔다면 이번 코로나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각 나라들의 어떤 사회 시스템의 차이를 비교분석해 볼 수 있었다. 따라서 우리 미국에 대한 인식을 바꿀 계기가 됐다라는 말씀인데. 이번에 전 세계가 한국을 칭송하잖아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 김누리> 그것은 제가 이제 두 번째로 우리가 놀란 게 우리 자신입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요.


◆ 김누리> 오히려 우리 자신에 대해서 이번에 굉장히 놀라고 우리 안에 이런 잠재력이 있구나. 이건 사실 대단한 거죠. 저는 그중에서도 특히 대구 시민들. 대구 시민들이 도시봉쇄도 안 하고 이동제한도 안 한 상태에서 그야말로 스스로 이동을 자제하고 이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사례가 없더라고요, 다른 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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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용> 그걸 뭐라고 불러야 될까요?


◆ 김누리>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에게 이런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이 있었구나.


◇ 정관용> 성숙한 민주시민의식.


◆ 김누리>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것들이 우리 안에 있었구나. 우리의 재발견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2016년 촛불집회를 할 때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 정관용> 그렇죠, 그건 많은 분들이


◆ 김누리> 제가 그때 가서 보고서 거기 모인 모든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 너무 기품이 넘치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에게 저런 기품 있는 표정이 있었구나.


◇ 정관용> 쓰레기 하나 안 버리고 또.


◆ 김누리> 맞아요. 그것도 놀라운 거거든요. 그래서 사실 이번에 코로나로 가장 놀란 것은 사실은 우리 자신에 대한 놀라움을 가진 우리 자신입니다.


◇ 정관용> 지금 유럽국가도 나름 복지사회니 뭐니 모델로 되어 있습니다마는, 코로나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 집 밖에 나가는 것조차 통제한다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도 제대로 못 잡고 있잖아요. 그것에 비해서 보면 참 놀라운 거죠.


◆ 김누리> 정말 놀라운 거죠. 그래서 저희가 가지고 있는 이런 저희도 몰랐던 이런 잠재력을 깨닫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이고요. 또 하나 이제 세 번째로 말씀을 드리면 더 근본적인 이야기겠죠. 우리가 너무나 당연시 해 왔던 그 세계가 당연한 것도 아니고 견고한 것도 아니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처음 느낀 거예요, 지금. 우리의 삶이라는 것은 사실은 발전을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고 인간의 역사는 발전해 온 것이고 앞으로도 발전은 지속될 것이다라고 하는 이런 우리가 당연시하던 이런 생각은 사실은 근대 이후 당연한 생각이 아니거든요. 항상 근대 이후에는 인류가 이런 식의 발전을 하는 것. 말하자면 물적 발전, 물질주의적 발전이라는.


◇ 정관용> 또 성장지상주의.


◆ 김누리> 성장지상주의가 대단히 위험할 수 있고 이것은 오래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 자체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인식이 굉장히 동시에 있었거든요.


◇ 정관용> 그런데 우리는 그쪽을 잘 안 보려고 했잖아요.


◆ 김누리> 위험할 수 있다는 그쪽이 한국에는 없어요.


◇ 정관용> 아니, 우리 사회에도 학자들은 그런 얘기들을 많이 했잖아요. 저희들 눈에 보기에는 시장의 논리, 경제논리와 정치의 논리에서 빠져 있는 거예요, 그게.


◆ 김누리> 그렇죠, 사회적 담론으로서 그런 비판 담론이 한국에서는 거의 공론장에서 너무나 약하거나 미약하거나 없었어요.


◇ 정관용> 그걸 좀 요약해서 말하면 뭐가 될까요? 시장중심주의가 바뀌어야 된다. 경제중심주의가 바뀌어야 된다. 신자유주의가 바뀌어야 된다 이런 건가요?


◆ 김누리> 저는 조금 근본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우리가 당연시 하던 세계라고 하는 것은 사회학적 용어로 쓰자면 자본주의죠.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 필요한 거예요. 코로나가 우리한테 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에요. 첫 번째는 우리는 지금 자본주의가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경쟁해서 지난 세계 70~80년 경쟁해서 이겼다는 사실을 알잖아요. 그건 역사적 사실이죠.


◇ 정관용> 맞습니다.


◆ 김누리> 이겼습니다. 뭐해서 이겼어요? 그 이긴 내용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어요. 그것은 자본주의가 사회주의 계획경제보다 인간의 욕망을 더 효과적으로 합리적으로 충족시켜주는 체제다. 거기서 이긴 거예요. 그건 이겼는데 자본주의는 두 가지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한국에서 잘 논의가 안 되는 거예요. 첫 번째는 자본주의는 그냥 풀어놓으면 인간을 잡아먹는다는 사실이에요. 소위 야수자본주의라고 독일에서는 불러요. 야수가 된다는 거죠. 그게 지금 한국사회의 현실이에요. 한국사회는 야수자본주의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활개치는 나라예요. 말하자면 소위 자유민주주의자들이 소위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한다는 자들이 너무나 과잉대표돼 있는 게 한국의회고요. 그래서 실업과 불평등이 이렇게 심한 거예요.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실업, 불평등, 사망률, 산업재해율을 가진 것은 바로 자본주의의 야수성이 한국사회에서 관철되고 있다는 거예요, 그게 첫 번째고요. 두 번째 자본주의의 문제는 무계획성이에요. 자본주의는 이미 과잉생산 단계로 넘어왔어요. 그래서 보통 학자들은 과잉생산 자본주의라고 하거든요. 이게 또 큰 문제인 거죠. 그러니까 자본주의는 대단히 효율적인 체제이기는 한데 말하자면 중단을 시킬 수가 없어요. 정지를 시킬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 정관용> 무한 욕망 추구를 놔뒀다가는.


◆ 김누리> 그렇죠. 무한 욕망 추구뿐만 아니라 무한 생산을 해야 된다는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요. 그러다 보면 야수자본주의가 되고 잠재적 공황은 계속 키우고 있고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 김누리> 그게 사실은 조금 복잡한 이야기기는 한데 조금 간단히 말씀을 드리면, 결국은 자본주의는 생산을 중단하는 순간 넘어지는 자전거에 많이 비유를 하거든요.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수요가 없는데 불필요한 데도 계속 생산을 해야 돼요. 그런데 이 생산이라는 게 뭐예요? 모든 생산은 자연의 변형 내지 자연의 파괴잖아요. 끝없는 자연의 파괴를 한다는 거예요, 불필요한데.


◇ 정관용> 그 대가를 지금 우리가 치르고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이런 자본주의의 근본적이고 치명적인 한계를 알고 거기에 수정을 가하기 시작해서 그래서 사회주의랑 싸워 이긴 거 아니에요, 엄밀히 말하면?


◆ 김누리> 스칸디나비아나 독일 같은 경우 소위 사회적 자본주의를 만든 거죠. 그런데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은 두 번째 문제죠. 생태적 문제. 이 생태파괴 문제는 사실은 지금 독일이나 유럽 같은 경우만 해도 굉장히 많은 담론들이.


◇ 정관용> 재생에너지의 비율이 높잖아요.


◆ 김누리> 재생에너지의 비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 정관용> 이미 거기로 가고 있죠.


◆ 김누리>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 대단히 비관적인 생각들이 지배적이에요.


◇ 정관용> 그러니까 망하지 않으려면 바꿔야 된다 이 말 아닙니까?


◆ 김누리> 그렇죠. 그래서 사실은 22세기는 오지 않는다, 생태적 붕괴 때문에. 또는 지금 사는 사람들이 마지막 인류가 될 것이다. 이런 담론들이 굉장히 많은데. 제가 최근에 놀란 것은 2050, 최근에 나온 책이에요. 2050 뭐라고 했던가요. 거주불능지구라는. 거주불능지구라는 앞으로 30년 내에 지구에 인간이 거주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거든요.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는 그런 류의 비관주의가 공식적인 영역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아요.


◇ 정관용> 바로 그런 생각의 전환을 이번 코로나19로 우리가 가져봅시다. 이건 반드시 꼭 우리 한국인들만을 겨냥한 게 아니라 전 세계인한테 이런 이야기를 해 줘야 되는 거 아닙니까?


◆ 김누리> 당연하죠. 그런데 전 세계인의 많은 부분들은 이미 이런 것들이 공적 담론장에서 많이 논의되고.


◇ 정관용> 그게 김누리 교수님이 눈높이가 높으셔서 그렇지 제 눈에 보기에는 유럽 몇 개 나라예요, 솔직히.


◆ 김누리> 물론 그럴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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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용> 그러니까 그냥 성장주의 아직도 빠져 있는 나라들이 많은데 이들도 좀 빨리 각성했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이고. 그래서 포스트 코로나19에서는 어떤 사회체제의 어떤 성격. 뭐뭐를 좀 지향해야 합니까?


◆ 김누리> 저는 한국 입장에서 보면 지금 코로나 사태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한국사회 전환의 계기가 됐다고 봐요. 저는 한국사회가 이렇게 정치 민주화도 되고 경제성장도 됐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살기가 너무 힘들잖아요. 이것은 프레임 자체, 사고 틀 자체가 잘못돼서 그런 것이고,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게 미국화. 또 자본주의 문제.


◇ 정관용> 미국화에서 탈미국화로 가자?


◆ 김누리> 그러니까 미국, 꼭 탈미국화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그게 뭐가 될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제 거기에 대해서는 이미 우리가 사례를 보였죠. 한국형 소위 방역모델이라고 하는 것이 그렇죠. 이게 정말 대단한 거구나. 소위 K방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요. 저는 그 부분을.


◇ 정관용> 미국화 부분에 대한 반성,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 그 다음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의 대안으로 삼을 모델은 뭐죠? 그것 역시 K자본주의를 만들어야 됩니까?


◆ 김누리> 아니요, 그건 역시 쉽지 않은 거죠. 왜냐하면 사회주의, 현실사회주의가 우리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라는 설득력을 보이지 못했잖아요.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현재 우리는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거라고 봐요.


◇ 정관용> 뭐요?


◆ 김누리> 첫 번째는 잘 자본주의를 폐기하거나 더 이상 이것은 인간과 같이 갈 수 없다. 이것은 지금과 같은 형태로 자본주의가 작동한다면 저는 22세기는 안 온다고 봅니다.


◇ 정관용> 그럼 폐기하거나.


◆ 김누리> 첫 번째는 폐기하거나 아니면 자본주의를 인간화하거나.


◇ 정관용> 자본주의의 인간화.


◆ 김누리> 저는 휴머나이즈라고 부르고 싶은데요. 말하자면.


◇ 정관용> 북유럽형 복지모델은 인간화한 자본주의인가요?


◆ 김누리>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볼 수 있겠죠. 여기서 인간화라고 하는 것은 세 가지 측면이 있겠는데요. 첫 번째는 자본주의라는 게 인간을 소외시키거든요. 소외시킨다는 말은 사실은 인간의 삶을 전도시킨다는 거죠. 사물이 인간을 지배해요, 자본주의에서는. 그런 의미에서 소외시킨다는 거고요. 두 번째는 이 자본주의는 사회를 파괴한다는 말이에요. 사회적 공동체를 지금 파괴하고 일종의 정글로 만들어요. 세 번째는 좀 전에 말씀드린 대로 자본주의는 무한히 자연을 침탈하고 파괴합니다. 이 세 가지 요소를 사실은 인간과 자연이 화해하면서 살 수 있는 방식으로 인간화해야 된다고 봅니다.


◇ 정관용> 인간중심주의, 사회적 시장경제, 인간과 자연의 공존, 인간존중 이런 것들 아니에요. 담론적 단어로 표현하자면. 그런 대안을 향해 우리의 기존 생각을 바꿔보자. 시장만능주의, 신자유주의 이런 것부터 벗어나자 이 말씀이잖아요. 그리고 정말 궁금한 거 하나가, 아까 표현하신 야수자본주의가 대한민국이 가장 극심하다고 했고 그 증거로 산재사망률, 자살률, 저출산 등등. 저 100% 인정하거든요. 그런 야수자본주의와 천박한 정치 뒤에 함께 살고 있는 이 시민들이 어쩜 그렇게 성숙한 민주시민이 나올 수가 있어요?


◆ 김누리> 그러니까 말이에요.


◇ 정관용> 저는 그게 지금 이해가 안 돼요.


◆ 김누리> 저는 그래서 저도 깜짝깜짝 놀라는 게 우리들 안에 있는 저 잠재력이면 정말 한국이라는 사회를 멋진 사회로 만들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데요.


◇ 정관용> 참 시민들의 의식과 그것의 집합적 발현은 언뜻언뜻 나오는데 그게 정치화되지 못해서 아닐까요?


◆ 김누리> 그런 측면이 틀림없이 있죠. 그래서 저는 이제 이런 생각을 해요. 지금 우리가 K방역이라고 부를 정도로 이렇게 아주 성숙한 지금 코로나에 대응하는 모델을 보여준 것을 한국사회를 변혁하는 데도 한반도 평화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용해야 한다고 봐요. 다시 말하면 지금 코로나 방역에서 우리가 독자적으로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이것을 아주 멋지게 대응하고 있잖아요. 이것을 한반도 통일문제에도 그대로 저는 적용해야 한다고 봐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결국 코로나19의 우리의 과제는 K방역 성공한 것처럼 정치, 경제, 한반도 변혁으로 가자 그 말씀이네요. 그러려면 생각부터 바꿔라?


◆ 김누리> 그렇습니다.


◇ 정관용> 생각은 많이 바뀐 것 같은데 잘 안 돼요. 아직도 멀었죠? 더 바꿔야죠?


◆ 김누리> 아니, 그래도 저는 희망이 보이고요. 최근에 우리가 보여준 일련의 것들은 우리에게 희망을 보여주고요. 그래서 지금 아무튼 이 정부가 추진해 왔던 한반도 평화문제가 정말 중요한 문제로 보입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와 함께 특별기획 다섯번째 “바보야, 문제는 생각이야”라는 주제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 김누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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