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금 시 코로나 안 걸리게 기도해드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구·경북 집단감염 사태가 조금 진정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수도권에서 집단감염이 터져버렸는데요. 국민의 공포감과 피로도 극에 달해가는 느낌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런 공포심을 악용하는 자들이 암약한다는 점.
최근 환경부는 ‘코로나 예방용 목걸이’의 유통을 발견, 즉각 차단했다고 밝혔는데요. 예방 기능이 전무함은 물론 이산화염소 성분까지 함유됐기 때문.
이산화염소는 살균제에 쓰이는 것으로, 점막·기도를 자극하고 흡입독성도 있어 목걸이에 사용될 수 없습니다. 환경부는 제재와 함께 소비자에게는 불안 심리를 악용하는 이 같은 업체나 제품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스미싱도 제철인 양 기승을 부리는 중입니다. 코로나19 관련 지역 및 확진자 정보를 담은 안전 안내 문자가 일상인 시기. 이를 가장해 개인 스마트폰에 악성코드를 설치하려는 시도가 늘어난 것이지요.
자칫 내 금융정보를 빼앗기고 심각한 결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 출처가 불분명한 안내 문자, 특히 여기에 URL이 동반된 메시지라면 100% 사기라고 봐도 무방하니 터치는 꿈에서라도 하지 않도록 합니다.
끝이 아닙니다. 최근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는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게 기도해 드립니다, 같은 황당 거래 항목들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기도값’은 적게는 500원부터 많게는 몇 만 원을 넘었는데요.
입금하면 (입금자를 위해) 코로나19 바이러스 퇴치용 기도를 해주겠다는 것. 안면도 없는 누군가의 기도가 어떤 물리적 힘을 일으켜 나에게 향하는 바이러스들을 제어라도 하는 걸까요? 실소도 안 나옵니다.
가짜뉴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럴듯해 보이도록 글과 사진, 영상을 조작한 가짜뉴스는 뒤숭숭한 심리를 파고들어 혼란을 가중시키기 십상인데요. 공유에 공유를 거치면 확산도 순식간입니다.
공포와 적개심을 확대하고 나아가 행정력마저 낭비시키는 가짜뉴스. 비판도 객관적 내용을 바탕으로 해야 비판다운 법, SNS 등에서 만난 미심쩍은 정보는 진실 여부를 여러 경로로 체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클 때는 이성과 합리의 끈이 느슨해지기 쉽습니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 공포를 키우고 재생산, 사익을 취하려는 자들 역시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해왔는데요.
하지만 아닌 건 아니고 미개한 건 미개할 뿐이지요. 정보 검증에 관한 자체 필터링을 강화, 믿을 것과 버릴 것을 확실히 구별해야겠습니다.
이성인 기자 si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