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먹일 돈 5천"... 양진호 '검경 로비' 정황 나와
양진호 위디스크 회장이 자신과 관련된 사건 수사 무마를 위해 검찰에 수천만 원대 금품 로비를 벌인 정황이 나왔다.
뉴스타파, 셜록, 프레시안 공동취재팀은 양 회장의 법조 로비 의혹을 취재하던 중 그가 부하직원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대량 입수했다. 여기엔 양 회장이 검찰에 금품을 제공했다고 스스로 밝히는 내용이 들어있다. 중앙지검에 이미 2천만 원이 나갔고, 이와는 별도로 사건에서 자신을 빼기 위해 성남지청에도 5천만 원을 뿌릴 것이라는 언급들이다.
양 회장의 문자엔 "빌어먹을", “X새들 주둥이” 등 검찰을 비하하는 표현도 들어있었다.
“검사들 처먹일 피 같은 돈”...전달책은 양진호 소유 회사 대표 임 모 씨
취재팀이 입수한 2015년 2월 7일자 문자메시지를 보면, 양 회장은 자신의 부하 직원에게 "성남지검(성남지청의 오기-편집자 주)에 빌어먹을 검사들 처먹일 돈 오천이 다음 주에 임 대표님을 통해서 나간다"고 알렸다. 이어 "이 아까운 피 같은 돈이 그 X새들 주둥이로 들어가다니..."라며 검찰을 향한 욕도 서슴지 않았다.
이어지는 문자에서 양 회장은 그 이유를 설명했다. "아무튼 송사리 건으로 악순환을 탈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사전에 막기 위함"이라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중앙지검(서울중앙지검)에 이미 이천이 나가서 성남으로 돌린 거고, 성남에서 나를 시비 거는 걸 빼는 것"이라고 적었다. 양 회장이 문자 메시지에서 언급한 '성남지검'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을 지칭하는 것이다. 문자 내용을 보면 양 회장이 중앙지검에 2천만 원을 제공했고, 이어 성남지청에 5천만 원을 뿌릴 예정이라는 사실을 부하직원에게 알려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양 회장은 부하 직원에게 "그동안 이런 것 잘 못 봤을 텐데 어깨 너머로 이 분(임모 대표)들이 어떻게 일하시는지 지켜보라"고 일렀다. 양 회장의 검찰 상대 금품 로비가 이 문자 발송 이전에도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양 회장이 문자에서 언급한 '송사리 건', 그리고 중앙지검에서 성남지청으로 옮겨놨다는 사건은 도대체 뭘까.
양진호와 부하직원의 이 문자 대화가 오가던 2015년 초, 양 회장이 실소유하고 있는 웹하드업체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는 유명 콘텐츠 회사인 A사와 저작권법 위반 문제로 송사를 벌이고 있었다. A사가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그리고 두 회사의 실소유주인 양 회장 등을 저작권법 위반 및 방조 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된 사건이었다. 취재팀이 만난 위디스크의 한 전직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A사가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를 포함해 여러 웹하드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양 회장도 피고소인 중 한 사람이었다. A사는 과거 웹하드 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던 김 모 씨를 영입해 소송을 진행했는데, '송사리'는 김 모 씨가 운영했던 웹하드의 이름이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양 회장은 이 사건을 ‘송사리 건’이라고 부르곤 했다.
- 위디스크 전직 직원
수사진행 상황과 양진호 문자 내용 일치…양진호 불기소 종결
A사의 고소로 시작된 사건을 처음 수사한 곳은 서울중앙지검이었다. 중앙지검은 특별사법경찰권을 가진 문화체육관광부에 사건을 내려보내고 수사를 지휘했다. 그런데 양 회장이 부하 직원과 이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을 무렵, 이 사건은 어떤 이유에선지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으로 이관됐다. 문자가 오고간 건 2015년 2월 7일이었고, 실제 사건이 이관된 건 문자대화 일주일 전인 2015년 1월 30일이었다. 양 회장이 "이미 중앙지검에 2000만 원이 나가 성남으로 (사건을) 돌린 것"이라고 언급한 내용과 시기가 맞아떨어진다.
양 회장이 “다음 주에 성남지청에 5000만 원이 나간다”고 언급한 내용은 새롭게 사건을 맡게 된 성남지청에 금품로비를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건이 옮겨간 성남지청은 위디스크 사무실이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 지역을 관할하는 검찰청이다.
A 사가 고소할 당시 양 회장은 이와는 별개의 저작권법 위반 혐의 사건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에 3년의 집행유예를 받은 지 2년 정도가 지난 때였다. 만약 A사의 고소 사건으로 추가 혐의가 드러나면 법정구속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양 회장은 A사가 고소한 사건에서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대신 당시 위디스크의 대표이사였던 임 대표와 법인만 기소돼 각각 700만 원과 10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된 채 사건은 마무리됐다.
이번에 뉴스타파, 셜록, 프레시안 공동취재팀이 입수한 양진호와 부하직원 사이의 문자 메시지는 A사 고소 사건이 양 회장은 빠진채 이렇게 마무리되기 전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양 회장, 임 모 씨 통해 검경 관리… “명절 때 기프트 카드뿌렸다”
양 회장이 임 대표를 통해 검경을 상시 관리해 온 정황도 확인됐다. 공동 취재팀이 입수한 또 다른 문자 메시지에는 양 회장이 검경을 어떻게 관리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이 적나라하게 들어 있다. 양 회장과 한 위디스크 직원이 주고받은 2015년 9월 22일 문자 메시지에는 해당 직원이 양 회장에게 "임 대표가 외부담당자 명절용으로 기프트카드 구입비 400만 원을 요청했다"고 보고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명절을 맞아 회사 외부 사람들에게 기프트 카드를 선물한다는 뜻이다. 양 회장이 누구에게 보내는 것이냐고 묻자 이 직원은 "임 대표에게 물어보니, 학교와 검찰, 경찰 쪽이라고 한다"고 답했다. 이 대화 내용에는 위디스크가 2013년부터 꾸준히 검찰과 경찰에 ‘기프트카드 로비’를 벌인 정황도 들어 있는데, 2013년 설 명절에 300만 원, 2014년 추석 명절에 300만 원, 2015년 설 명절에도 200만 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구매해 뿌렸다고 적혀있다.
위디스크 전 직원 “경찰에 위디스크 콘텐츠 포인트 충전해 줬다”
공동취재팀은 또 다른 전직 위디스크 직원에게서 기프트 카드 이외에 위디스크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경찰 관리용으로 활용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들에게 위디스크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10만 원 단위로 정기적으로 준 일도 있다. 경찰이 요청해 오는 경우 임 대표에게 보고를 했다. 임 대표가 '그렇게 하라'고 하면 회사 운영팀에 이야기 해 경찰관이 소유한 아이디로 포인트 10만 원 씩을 충전했었다.
- 위디스크 전직 직원
취재진은 양 회장의 검찰과 경찰을 상대로 한 로비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로비 창구로 지목된 임 씨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임 씨는 인터뷰는 거절한 채 "그런 사실이 없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공동보도 : 뉴스타파, 셜록, 프레시안
취재 : 강혜인, 한상진
촬영 : 최형석, 신영철
편집 : 박서영, 정지성, 윤석민
CG : 정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