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김경수 영장'' 완패…구속 요건 4가지 다 못갖췄다
법원, 김경수 구속 영장 기각으로 결정
드루킹 공모와 증거 인멸 등 입증 실패
김경수 측 주장만 사실상 온전히 수용
【의왕=뉴시스】배훈식 기자 = 김경수 경남지사가 18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08.18. dahora83@newsis.com |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향한 허익범(59·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팀의 50여일 수사가 끝내 법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김 지사의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 기각을 결정하면서 특검팀의 주장을 배척했다.
앞서 특검팀은 김 지사가 '드루킹' 김모(49)씨와 그가 이끈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댓글 조작 범행의 공범이라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지난 6일과 9일 김 지사를 두 차례 피의자 소환 조사한 특검팀은 그간 수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 15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지난 2016년 11월9일 경공모 사무실로 사용된 경기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킹크랩에 대한 설명을 듣는 등 인지했다고 봤다. 김 지사가 킹크랩을 확인한 뒤 드루킹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등 방법으로 댓글 조작 범행을 승인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드루킹 등의 공범이라는 근거로 드루킹 외 '둘리' 우모(32)씨 등 경공모 회원들의 진술, 경공모 측 작성 문건, 인터넷 ID 접속 기록 등을 증거로 들었다. 드루킹 측이 김 지사에게 댓글 조작 범행을 설명하고, 이를 김 지사가 승인했다는 다수의 정황을 든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특검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공모' 관계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김 지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박 부장판사는 "공모 관계의 성립 여부 및 범행 가담 정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드루킹과 김 지사 사이 공모 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김 지사가 당시 경공모 사무실에서 찾아가 킹크랩 시연을 본 뒤 이를 승인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의왕=뉴시스】배훈식 기자 = 구속영장이 기각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18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와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2018.08.18. dahora83@newsis.com |
김 지사 측은 구속 심사에서 드루킹과 어떤 식으로 공모를 했는지에 대한 결정적 증거가 없는 점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드루킹의 진술 외에는 김 지사의 범행 연루를 확인할 근거가 없다는 것으로, 정황만 있을 뿐 입증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드루킹이 김 지사와의 대질 신문에서 킹크랩 관련 진술을 일부 번복한 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드루킹은 경공모 회원들과 함께 킹크랩을 시연했다는 진술을 '(김 지사와) 독대했다'고 하는 등 진술을 일부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 혐의를 구성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드루킹의 진술 신빙성이 흔들린 셈이다.
박 부장판사는 또 "증거 인멸의 가능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가 선출직 공무원인 현직 도지사 신분인 데다가 그간 특검 소환을 거부하지 않고 모두 응하고, 자신의 휴대전화를 자진 제출한 점 등에 비춰봤을 때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박 부장판사는 이 같은 사유를 종합했을 때 김 지사를 구속해야 할 타당한 이유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결국,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범행을 인지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구속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는 김 지사 측 주장이 사실상 온전히 받아들여진 것이다.
특검팀으로선 뼈아픈 결과일 수밖에 없다. 그간 김 지사를 의혹의 핵심으로 보고 1차 수사 기간 60일 중 53일간 수사를 진행한 특검팀은 김 지사를 불구속기소 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na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