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 이명행, 1심 징역 8개월···공연계 '미투 1호'
지난해 2월 공연계 첫 '미투'(#Me Too)를 통해 가해자로 지목된 연극배우 이명행(43)이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 받았다.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등 연극계에 따르면, 인천지법은 공연 스태프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이명행에게 최근 징역 8개월과 성폭력 예방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3년 취업제한을 선고했다.
법원은 '수차례 동일한 범행으로 재범의 우려가 크다는 점,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행위를 연애 감정이라 강변한 점, 피해자의 경험과 기억이 이명행의 진술과 매우 상반된 점' 등을 들어 이렇게 판단했다. 이명행은 도주 우려로 구속됐다.
연극인행동은 "이명행이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저지른 끔찍한 범죄 행위에 비하면 법원이 내린 선고는 미미하지만, 법원이 그의 범죄 행위를 대부분 인정하고 짧지만 징역을 선고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결과"라고 받아들였다.
"피해자들은 위와 같은 법원의 판단에 용기와 힘을 얻었다. 무엇보다 연극계 동료들이 보내 준 탄원서는 희망과 연대의 힘을 피부로 느끼게 해줬다며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을 통해 감사의 말씀을 전해왔다"고 알렸다.
2007년부터 연극계에서 활동한 이명행은 서울 대학로의 인기 작품에 잇따라 출연하며 주몯 받았다. 지난해 1월29일 서지현(46)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부부장검사가 불을 붙인 '미투' 운동이 공연계로 옮겼고, 이명행에 대한 고발이 그 시작이었다. 이후 이윤택(67)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을 비롯, 연극계 내 미투가 쏟아졌다.
미투 직후 공연계에서는 성추문에 휩쓸린 가해자들이 배우나 스태프로 참여하는 공연들에 대한 관객들의 보이콧 움직임이 일었다. 연극·뮤지컬 관객이 중심이 된 '연극·뮤지컬관객 #위드유' 측은 공연계 성지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미투를 응원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성추문 피해자들에게 공감하고 함께 하겠다는 뜻을 담은 '위드유'(#With You·당신과 함께 하겠다) 운동도 폈다.
성폭력을 예방하고 교육하기 위한 책도 나왔다.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은 서울연극센터와 대학로 연습실 등지에서 '불편한 연극'을 배포하고 있다. 서울 외 지역에 거주하거나 활동하는 이들을 위해 우편으로도 보낸다. 지역 예술 학교와 관련 학과, 극단, 연극 단체 위주로 나눠준다.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realpaper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