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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피스' 김여진 "예술, 인생을 풍요롭게 하죠"

인터뷰

11일 아트원씨어터 2관서 개막

올해 데뷔 25주년…연극은 밥심

뉴시스

[서울=뉴시스] 연극 '마우스피스' 김여진. 2020.07.10. (사진 = 연극열전 제공) photo@newsis.com

"삶은 평범함을 인정해나가는 과정이죠. 그래도 거기서 빚는 갈등을 극복하고 '나는 작가다' '나는 기자다' '나는 연기자다'라며 성장해가는 과정들이 중요해요."


배우 김여진이 오는 11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개막하는 연극 '마우스피스'에서 중년의 극작가 '리비'를 연기한다. 한때는 촉망받는 작가였지만 슬럼프에 빠져 있는 작가다.


평소 지적인 이미지의 김여진이 드라마·영화·연극을 통틀어 작가 역을 맡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드라마작가 노희경이 쓴 송혜교·현빈 주연의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2008)에서 드라마 작가 '이서우' 역을 맡았었다.


노 작가를 투영한 이 캐릭터를 연기하며 김여진은 '노희경의 페스소나'로 불리기 시작했다. 마니아를 양상했던 드라마로, 김여진의 과감한 폭탄머리는 지금도 회자된다. "노 작가님의 습관이 체화된 캐릭터예요. 글을 쓰다가 집중이 되지 않을 때 칼을 가는 것 모두 노 작가님의 습관이었죠."


이번 연극에서 김여진이 맡은 극작가 리비는 부모·사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채 예술적 재능을 펼치지 못하는 '데클란'과 만나면서 변화를 겪는다.


두 인물들 사이에 실제로 일어난 일과 그것을 소재로 쓰인 작품이 관객에게 동시에 전달되는 '메타 시어터'다. 관객은 리비가 쓴, 혹은 쓰고 있는 작품을 보는 동시에 작품의 소재로 이용된 데클란의 삶과 선택을 보게 된다.


스코틀랜드 작가 키이란 헐리의 최신작으로, 2018년 영국 트래버스 극장에서 초연했다. 대학로 연극브랜드 '연극열전8'이 '렁스'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작품으로 국내 초연한다.


김여진은 올해 초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마우스피스'의 대본을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자칫하면 드라마 촬영에 집중하지 못할 뻔했을 정도로 흡입력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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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마우스피스' 김여진. 2020.07.10. (사진 = 연극열전 제공) photo@newsis.com

"한동안 빛나던 예술가가 더 이상 반짝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림에 아주 반짝이는 재능을 보이는 데클란을 만나면서 느끼는 것들이 흥미로웠어요. 예술에 관한 것, 세대 간의 차이 등 예술로서 교감을 하지만 성별과 세대가 다른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라는 문제 의식이 생겼죠."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이산',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 '박하사탕' '취화선' 등 매체를 통해 유명한 김여진이지만, '밥심'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연극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2018년 연극 '리차드 3세'에 출연하는 등 2, 3년을 주기로 꼭 무대에 오르고 있다.


대학원 입학 원서를 내놓은 대학교 4학년 겨울방학이 연극과 처음 만남이었다. 그 때 소극장 연극을 제대로 처음 본 뒤 이 장르에 홀딱 반해버렸다. 객석에 한창 앉아 있다가 "나가달라"고 요청하는 스태프에게 오히려 "극단에 입단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되물었다.


당시 스태프는 무성의하게 다음날 아침 9시까지 오라고 했고, 김여진이 실제 극단에 가면서 극단생활이 시작됐다. 청소하고 포스터 붙이는 일을 하면서 같은 연극을 매일 보고 또 봤다.


그러다 어느날 주연배우가 사정으로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일이 생겼고, 대본을 숙지하고 있었던 김여진이 갑작스레 당일 그 자리를 이어 받으면서 운명이 시작됐다. 1995년 당시 주목 받고 있던 연극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였다. 초등학교 때 출연한 성극(聖劇)을 제외하고는 무대 위에서 단 한번도 연기해본 적이 없던 그녀는 그렇게 배우가 됐다.


김여진은 "아무것도 모른 채 1년 동안 그 작품에 출연하면서 관객으로부터 연극을 배웠어요. 많은 선배들이 제게 연기 지도를 해주셨는데 동시에 객석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어나갈지를 관객에게 느낀 거죠. 연기, 연극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던 저에게 '관객이 스승'이었죠"라고 돌아봤다.


"운이 좋다"고 했지만 김여진에게 재능이 있었다. 1998년 영화 데뷔작 '처녀들의 저녁식사'로 신인상을 수상한 이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스펙트럼을 넓혀나갔다. 하지만 40대 이후 여성 배우는 역할이 제한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연기를 그만두게 된다. 그래서 리비 같은 역이 소중하다고 김여진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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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마우스피스' 김여진. 2020.07.10. (사진 = 연극열전 제공) photo@newsis.com

게다가 '마우스피스'는 2인극. 2인극 출연은 처음이라는 김여진이 더 설레는 이유다. 러닝타임 90분의 대부분을 무대 위에서 살아내야 한다.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은 김여진은 "이 나이에도 공연을 통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게 한다. 부담감을 잘 이겨내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바랐다.


'마우스피스'는 '입을 대는 부분'을 칭하는 용어이자 '대변자'라는 중의적 의미를 갖는다. 예술작품을 창작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 문제, 극장으로 대변되는 예술의 진정성 등에 대해 질문한다.


이를 통해 관객이 연극을 '본다'는 것은 무엇인지, 예술 작품의 진정성은 누가 정하는지, 그리고 계층에 따라 문화를 향유하는 정도가 다른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예술은 어떤 책임을 갖는지 따진다.


펄 벅의 '대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공공연하게 좋아하는 책으로 꼽아온 김여진은 평소에도 그림, 음악을 가까이 해왔다. "예술을 접하는 것은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 훈련이 필요하죠. 그림을 보고, 책을 읽는 노력을 하면 인생이 풍요로워집니다. 즐길 수 있는 것이 많아지는 거죠. 저는 무엇을 하든 '재미있게 즐기려고' 노력을 하는데, 예술이 큰 도움을 주죠."


올해 상반기의 화제작 드라마인 '이태원 클라쓰'와 '인간수업'에 연이어 등장한 김여진은 하반기에도 기세를 이어간다. 개봉 예정인 영화 '헤븐: 행복의 나라로'(가제)에서 파격 변신을 보여준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작품이다. 그녀는 이 작품에서 최민식·박해일이 맡은 캐릭터를 쫓는 경찰서장을 연기한다. 영화 '툼레이더' 속 앤절리나 졸리 같은 의상을 입은 그녀의 뒤로 수트를 입은 남자 형사들이 도열하고 있는 이미지가 강렬하다.


한국여성재단 홍보대사 등을 역임하고 현재 영화진흥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도 활동하는 김여진은 "배우라는 이유로 송구스럽게 주요 직책을 맡겨주시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연기든, 무엇이든 더욱 잘해내고 싶어요. 제 이름을 걸고하는 만큼 더 욕심이 생기죠. 제가 보여드리는 모습에 대해 책임감을 느껴가고 있어요."


한편 연극 '비평가'로 주목 받은 김신록이 김여진과 함께 라비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데클란은 '킬롤로지'의 장률,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 - 외쳐 조선!'의 이휘종이 나눠 맡는다. '썬샤인의 전사들' '그 개' '로풍찬 유랑극장'의 부새롬이 연출을 맡았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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