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산갑의 역습’ 정력에 좋다고 그렇게 잡아먹더니…
천산갑 © AFP=뉴스1 |
정력에 좋다고 알려진 천산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중간 숙주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중국인들은 정력에 좋다며 천산갑을 무분별하게 잡아먹었다. '천산갑의 역습'인 셈이다.
중국 화난농업대학 연구진은 7일 "야생동물한테서 추출한 1000개 샘플을 검사한 결과, 천산갑에서 나온 균주 샘플과 확진 환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게놈 서열이 99%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예방과 통제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8일 현재 중국에서만 3만4000 명이 넘는 사람들을 감염시키며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사망자 수는 722명에 이른다.
신종 코로나는 자연 숙주인 박쥐에서 발원한 뒤 중간 매개체를 통해 인간한테 옮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연구진이 지목한 천산갑은 멸종위기종이지만 중국 등에서는 고가에 대량으로 밀거래되고 있다.
호주 시드니대학의 바이러스 전문가 에드워드 홈스는 "흥미로운 관찰"이라며 "좀 더 자세히 확인할 필요가 있긴 하지만 다른 자료에서도 천산갑이 2019-nCoV(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한 바이러스를 운반한다는 결과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로부터 처음 전파됐을 것이라는 중국 연구진의 분석이 나왔다. 가오푸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주임은 지난달 22일 연구 보고서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높은 유사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과일박쥐를 숙주로 삼는 'HKU9-1' 바이러스에 주목, 사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조상뻘로 지목했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자연 숙주는 박쥐일 수 있다"며 "다만 박쥐와 인간 사이에는 알려지지 않은 중간 매개체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중간 매개체가 뱀이라는 연구도 나왔으나 이번 연구 결과, 천산갑에서 나온 균주 샘플과 확진 환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게놈 서열이 99%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중간 매개체가 천산갑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이번 우한 폐렴 진원지로 지목된 화난 시장에서는 천산갑, 악어, 고슴도치, 사슴 등 각종 야생동물이 판매되고 있었다.
천산갑은 비교적 포획이 쉽고 고기 맛이 좋아 중국에서 고급 식재료로 널리 거래된다. 특히 천산갑의 등비늘이 정력에 좋다는 소문에 밀렵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배에 한 마리만 낳는 습성과 더불어 독특한 생태로 인해 인공사육이나 번식이 극히 어려운 동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천산갑은 멸종위기 종으로 지정돼 있다. 2016년 9월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회의에서 천산갑 거래 금지안이 통과됐다.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sino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