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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현 前시장 "盧 지키기 위해…바보가 됐다"

뉴스1과 단독인터뷰서 "공천과 무관…채용과정엔 관여"

"검찰 조만간 출석, 책임질 부분 책임지겠다"

윤장현 前시장 "盧 지키기 위해…바보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지난달 16~21일 네팔 나무와 마을에서 열린 '네팔 광주진료소 개소 2주년 기념 의료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독자제공)2018.12.5/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노무현을 지켜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윤장현(69) 전 광주시장이 5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김모(49)씨에게 거액을 송금하고 자녀 채용 청탁을 들어준 이유를 언론에 처음으로 밝혔다.


윤 전 시장은 이날 오전 뉴스1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인간 노무현을 지킨다는 생각에 판단을 제대로 못해 바보가 됐다"며 '가짜 권양숙' 사건과 연루된 심정을 토로했다.


본인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피의자' 신분이 된 상황에서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부적절해 기자들의 연락에 일체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어렵게 전화통화가 된 윤 전 시장은 "문제가 있는 부분은 소명하고 공인으로서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가짜 권양숙'에게 4억 5000만원의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하고 자녀 채용에 관여한 사연부터 얘기했다.


윤 전 시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식들이 광주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5억 원을 빌려달라'는 권 여사를 사칭한 김씨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확인전화를 하자 김씨는 권 여사 행세를 하면서 "지인을 보낼테니 만나보라"고 했다.


시장실을 찾은 김 씨는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 뿐만 아니라 권 여사의 딸(노정연)도 사업상 어려움을 겪어 중국에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며 윤 전 시장을 속였다.


윤 전 시장은 "노 전 대통령 혼외자 이야기를 듣는 순간 부들부들 떨렸다. 온 몸이 얼어붙었다. 나라가 뒤집힐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외부에 알려져서도 안되고 '인간 노무현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입을 닫았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 지키기에 '몰입' 되다보니 아무런 의심도 없이 4억 5000만원을 송금했고 김 씨가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라고 속인 김씨 자녀의 채용에도 도움을 줬다는 얘기다.


어머니의 사기로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가 된 김씨 아들(27)은 광주시 산하 김대중컨벤션센터(DJ센터) 임시직으로, 딸(30)은 광주 한 사립중학교 기간제 교사로 채용됐다가 사건이 알려지면서 최근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윤장현 前시장 "盧 지키기 위해…바보

윤장현 광주시장이 3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2018.2.3/뉴스1 © News1 남성진 기자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을 받기 위해서 돈을 송금했다'는 의혹제기에 대해선 "말도 안된다"고 항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혼외자들이 순천에서 살다가 광주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는 권 여사 행세를 한 김씨의 말에 속아 '인간 노무현'의 아픔을 안아주려는 생각에 확인과 판단을 제대로 못했다"고 자책했다.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출석 요청을 한 것에 대해선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윤 전 시장은 “'공천'을 염두에 뒀다면 계좌추적이 가능한 금융권 대출을 받아 송금했겠느냐. 상식적인 문제"라면서 "자랑스러운 광주역사에서 광주시장이 (검찰)포토라인에 선다는 자체가 시민들에게 죄송하고 부끄럽다"고 시민들의 용서를 구했다.


그러면서 "의료봉사를 위해 출국할 때는 피해자 신분이었는데 갑자기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참담하다"며 "나 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충격을 많이 받은 상태로 조만간 검찰에 나가 소명할 부분은 소명하고 공인으로서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윤 전 시장은 다음주 중 검찰에 출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출국해 네팔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한 윤 전 시장은 현재 에베레스트 인근에서 자원봉사 활동과 트레킹 등을 하면서 심신을 추스르고 있다.


윤 전 시장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 내내 '부끄럽다' '참담하다' '안타깝다' 등의 말로 괴로운 심경을 드러냈다.


특히 사건을 접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격한 감정에 말을 잇지 못했다.


윤 전 시장은 "시장 재임 시절 두 딸을 시집보냈을 때도 외부에 전혀 알리지 않았고 경제적인 도움도 주지 못했다"면서 "그런데 바보같은 내 행동이 알려져 아이들한테 고개를 들 수 없고 너무 미안하다"고 한참을 울먹였다.


한편 광주지검은 이날 오전 10시까지 윤 전 시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한 피의자로 출석을 통보했지만 네팔에 머물고 있는 윤 전 시장은 불응한 상태다.


일반적으로 해외에 있는 피의자가 소환에 불응할 경우 검찰에서는 기소를 중지하거나 피의자를 그냥 기소할 수 있다.


검찰이 기소중지를 하게 되면 오는 13일로 끝나는 공직선거법 공소시효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되고 추후 조사가 가능하다.


(광주=뉴스1) 박중재 기자,전원 기자 = be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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