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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택배고객 '집단 갑질'…기사들 '배송 거부'로 반격

[을의 역습④]일부 아파트 택배차량 진입금지에 반발

실버 택배, 택배 차량 전용 동선 등 대책도 쉽지 않아

뉴스1

지난 2018년 4월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입주민들이 바닥에 놓인 택배를 찾고 있다./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택배기사 A씨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는 남의 일이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 택배 차량 진입이 금지된 아파트에서 카트로만 13개동 아파트 배달에 걸린 시간은 약 6시간. 건당 700원 남짓의 수익에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아까울 따름이다.


최근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와 인천 송도국제도시 등 아파트에서 택배 차량 진입 금지 방침이 잇따라 내려지면서 A씨 같은 택배기사들의 생존권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더는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택배 기사들은 일방적으로 고통과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반발하며 문전 배송을 거부하고 나섰다.


지난 1일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 후문에는 수십개의 택배 상자가 쌓인 채로 놓여 있었다.


이 아파트는 이날부터 택배 차량의 지상 진입을 제한했고 기사들이 이에 반발해 집까지 배송을 거부한 것. 이로 인해 지난 2018년에 이어 2년 만에 남양주에서는 다시금 택배 대란이 발생했다.


택배 기사들은 주민들에게 "차량 진입이 안 돼 배송이 어렵다. 후문에서 찾아가 달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일부 주민들이 반발했지만 택배 기사 측은 일방적으로 출입 제한 통보를 받았다며 실버 택배나 아파트 내 거점 확보 등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아파트 측에서 거부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택배량이 평소보다 곱절 가까이 많아지자 그들도 어쩔 수 없다는 동정 여론이 확산됐고, 결국 이 아파트들은 다시 제한적으로 택배 차량 출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2년 전 택배 대란 이후에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차 없는 아파트'가 대부분인 신축 아파트에서 안전을 이유로 지상 차량 진입을 통제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택배 대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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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1 DB./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2년 전엔 국토교통부가 직접 중재에 나섰지만 이젠 그마저도 소원해 보인다.


국토부는 지난해 1월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높이를 2.7m 이상(택배 차량의 높이 2.5~3m)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그 전에 건축됐거나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아파트는 해당하지 않고 예외조항 역시 많다. 현재 국토부는 아파트와 택배업체 간 갈등에는 '민간에서의 갈등'이란 이유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주민대로 비에 젖은 택배 박스를 받아들 수도 있고, 수레를 끌고 땡볕에 나서야 하는 불편함을 겪게 됐다.


그 불편함의 칼은 결국 택배 기사에게 향한다. 본사에서 택배 시스템과 방법에 대해 제시해줘야 하는데 이런 움직임 없이 현장에 나서는 택배 기사가 이른바 '욕받이'가 되는 셈이다.


노인 인력을 활용하는 '실버 택배', 별도의 이동 동선 마련 등 대안으로 꼽히는 안도 입주민대표회의나 아파트 측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실버 택배의 경우 택배 비용 일부를 정부·지자체의 지원으로 지급되는 만큼 국민 세금으로 택배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반발도 상당하다. 결국 택배회사와 아파트 측의 양보가 현재로썬 유일한 해결책이다.


한 택배기사 정모씨(33)는 "2년 전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은 것 같다"며 "코로나19로 업무 강도가 배는 되는 것 같다. 우리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아들이다. 조금만 더 배려해주셨으면 한다"고 씁쓸히 말했다.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ddakb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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