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주인' 찾은 싸이월드… 3월이면 정말 '싸이질' 다시 될까
'원조 SNS' 브랜드파워 강점에 임금체불·부채 리스크 사라져 호재
부활 관건은 '이용자 DB 확보'…싸이월드Z "3200만 회원 DB 그대로 보유"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송화연 기자,장도민 기자 = '새 주인 찾기'에 성공한 '원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가 다음 달 부활을 예고했다.
'전성기'인 2009년 회원수가 3200만명에 달할 정도로 '국민 SNS'로 각광받은 싸이월드가 정말 살아날까. '전국민의 추억'이 담긴 이용자 데이터베이스(DB) 확보 여부가 성공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신설법인 싸이월드Z는 지난달 29일 전제완 대표로부터 싸이월드 서비스를 양수받았다. 양수 금액은 전 대표와 싸이월드 직원 간 임금체불 소송금액인 10억원 상당으로 전해진다.
싸이월드Z에는 코스닥 상장사인 엔터테인먼트사 스카이이앤엠을 포함한 코스닥 상장사 2곳과 투자사 3곳 등 총 5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설립했다.
이미 80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모은 싸이월드Z는 지난 2개월 동안 서비스 정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내달 기존 싸이월드 PC 서비스를 다시 시작하고, 올해 상반기 안에 새로운 모바일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1999년 설립돼 '미니홈피' 서비스로 대박을 터뜨린 싸이월드는 PC에서 모바일 환경으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쇠락의 길을 걸은 대표적 토종 플랫폼이다.
싸이월드 서비스가 재개하면 과거 국민적 브랜드 파워가 최대 강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싸이월드는 '폐업 논란'이 일 때마다 이용자들의 '데이터 복구' 요청이 빗발쳐왔다. 싸이월드에 저장해둔 사진 등 자료를 영영 복구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이는 이용자들의 서비스에 대한 강력한 애정을 방증한다.
전 대표 시절 임금체불과 막대한 부채 등 리스크 요인이 사라진 점도 추가 투자를 이끌 호재다.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싸이월드 직원 27명의 임금과 퇴직금 4억7000만원을 체불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고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전 대표는 이 사건 이외에 6억원 상당의 임금 체불 사건으로도 추가 기소된 상황이다.
또 싸이월드가 떠안은 200억원 상당의 부채는 싸이월드의 부활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으나 싸이월드Z는 이를 부담하지 않는다. 부채는 그대로 두고 싸이월드 서비스만 양도 받는 형태기 때문이다. 사실상 폐업상태인 기존 싸이월드 법인은 파산절차를 밟게 된다.
채권자 1위는 벤처캐피탈(VC)인 삼성벤처투자(30억원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전 대표가 SK커뮤니케이션즈로부터 싸이월드를 사올 때 서버 관련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돈도 40억원 가량 있다고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 대표 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모바일 전환'을 하지 않고 엉뚱한 광고에 투자를 집중하는 등 결정적 미스 판단이 있었다"며 "투자자에겐 서비스뿐만 아니라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가 지난해 7월23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법에서 열린 근로기준법 위반(임금체불) 등 혐의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News1 유승관 기자 |
인수합병(M&A) 업계에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M&A 관련 전문가는 "결론부터 말하면 충분히 성사될 수 있는 딜"이라며 "보통 M&A때 하는 사업양수도 방식이 아닌 플랫폼만 가져오는 자산양수도 방식이라 조금 생소하겠지만 정상적인 M&A기법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인수측이) 이 정도 가격에 거의 리스크 없이 가져가는 것이니 성사될 수 있다"며 "상황마다 달라서 확언하기는 어렵지만 이번같은 자산양수도 상황이면 기존회사는 존속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싸이월드가 과거 이용자 DB를 얼마나 갖고 있으며, 이를 실제 써먹을 수 있느냐다.
그동안 전 대표는 이용자 DB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해왔으나 업계에선 DB를 보관하는 서버 상당부분이 훼손돼 사실상 복구가 어렵다는 얘기가 있어왔다.
새주인인 싸이월드Z는 "현재 싸이월드의 3200만명 회원의 사진 170억장과 음원 MP3 파일 5억3000개, 동영상 1억5000개 DB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오종원 싸이월드Z 대표는 "3200만명 회원 중에 2019년 1월부터 10개월간 싸이월드에 1회 이상 들어온 이용자가 1000만명"이라며 "실회원 1000만명이 살아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열린 긴급 간담회에 참여한 마재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지원과장은 "싸이월드의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는 서버가 상당부분 훼손됐다"며 "이용자 DB 30%가 작동 안 한다고 하는데, 일부 이용자는 로그인이 안 되고 로그인이 된다 하더라도 어떤 사진이나 동영상은 접근이 어렵다"고 말했다.
훼손된 서버라도 이를 복구시키면 DB도 살려낼 수 있지만 서버 접근 자체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싸이월드 데이터를 보관하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운영사인 KT의 양성원 사업협력담당 부장은 "IDC는 여러 상품이 있는데 계약 구조상 (싸이월드) 서버에 접근할 수 없고, 설령 접근한다 하더라도 아이디나 패스워드 없이 접근하거나 조치할 법적 권리가 당연히 없다"고 했다.
s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