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김정남 살해혐의 여성 석방…기소 취하
무죄 선고는 없이 석방…새로운 증거 나오면 재소환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도 석방될 듯
말레이시아 검찰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살해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26)에 대해 기소를 취하하면서 말레이시아 최고재판소가 11일(현지시간) 시티 아이샤를 석방했다. © AFP=뉴스1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살해 혐의를 받고 구금 중이던 인도네시아 여성이 11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검찰의 기소 취하로 풀려났다.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사건을 맡은 이스칸다르 아흐마드 검사는 재판 시작과 함께 시티 아이샤(26)에 대한 기소를 취하하면서 석방할 것을 요청했다. 다만 기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말레이시아 샤 알람 최고재판소는 검찰의 기소 취하를 받아들여 시티의 석방을 결정했다. 다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아닌 만큼 새로운 증거가 나올 경우 다시 소환될 여지도 남아있다.
시티는 재판소를 나오면서 "행복하다.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몰랐고 기대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법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인도네시아 대사관 차량을 타고 빠져나갔다.
말레이시아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 루스디 키라나는 "이번 법원 판결에 기쁘다"며 "시티를 오늘이나 가능한 한 빨리 인도네시아로 데려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말레이시아 고등법원은 시티와 함께 기소된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30)에 대해 북한 공작원과 함께 암살을 공모했다고 충분히 의심할만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던 만큼 이번에 검찰의 기소 취하와 법원의 석방 판정은 깜짝 놀랄 만한 결정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이에 따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흐엉도 검찰의 기소 취하로 석방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두 여성은 지난 2017년 2월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 얼굴에 독극물 VX를 발라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그러나 그들은 몰래카메라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줄 알았다며 북한 공작원에게 속았다고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그들의 변호사 역시 "자신의 의뢰인들은 단지 희생양이라 생각한다며 북한이 사건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두 여성에게 VX를 바르도록 지시한 북한 공작원 4명은 범행 직후 북한으로 도주했다.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