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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라더니 의대정원 확대?…6년만에 집단 휴진 꺼낸 의사들

2000·2014년 달리 응급실도 멈춰…"코로나19 희생시키고 토사구팽"

국민 여론 '의대정원 확대' 찬성 높아…"국민 피해 없도록 최대한 대화"

뉴스1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4대악 의료정책 철폐 촉구 및 대정부 요구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2020.8.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정부와 국민들은 모두 의료진 '덕분에'를 외쳤지만, 의사들은 돌연 6년만에 집단 휴진을 예고하면서 정부에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꺼내 들었기 때문인데, 이전 집단 휴진 등과 비교하면 강도나 참여 면에서 더 거셀 것으로 전망돼 우려를 더하고 있다.

2000년 의약분업 막지 못해…2014년 원격 의료 막았지만 후유증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1일 정부에 Δ의대 정원 확대 철회 Δ공공의료대학 설립 계획 철회 Δ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철회 Δ비대면 진료 정책 중단 Δ의협과 민관협력체계 구축 등을 요구하며 이를 수용 않을 시에는 오는 14일 전국의사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의사들이 파업 혹은 집단 휴진 카드를 꺼내들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2014년에는 원격의료 추진에 반대하면서 집단 휴진을 단행한 바 있다.


의약분업 당시에는 결국 의약분업 자체를 막아서지 못했고, 집단 휴진을 주도한 의사협회장이 구속됐다.


그나마 2014년 원격의료를 막기 위해 실시했던 집단휴진은 병원의 허리 역할을 하는 전공의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원격 의료 자체는 막아냈지만, 의료계는 정부 기관과 지속적인 법정 공방을 벌이는 등 후유증을 겪었다.


노환규 당시 의협 회장은 6년이 지난 올 3월에 들어서야 1심 무죄 판결을 받았다.

생계 달린 의대정원 확대…응급실·중환자실도 휴진 예고

다만 이번 의료계의 집단휴진 예고는 앞선 집단휴진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가장 전면에 꺼내든 것이 의대정원 확대 반대인 탓이다.


정부는 오는 2022년부터 10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총 4000명으로 늘리고, 이중 3000명을 지역 의료인력으로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협은 의사수 증가로 인해 오히려 환자들이 의료비 상승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고, 현재의 인구 감소 추세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배치의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실컷 희생시켜놓고, 이제 와서 토사구팽 하듯 제멋대로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결국 의사들 개개인의 생계가 달려있는 문제인 만큼 전보다 반대가 거셀 수 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40대 의사는 "이전 원격의료 같은 것들은 정치적 사안이 될 수 있어서 의사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어느 정도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의대 정원확대 문제는 속칭 밥그릇이 달려있어 양보가 어려운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의협뿐 아니라, 인턴·레지던트 등 수련의로 구성되어 있는 대한전공의협의회 역시 오는 7일 24시간 휴진을 예고했으며, 필수유지업무인 응급실·중환자실·수술실·분만실·투석실까지 포함돼 우려를 키우고 있다.


아울러 학생들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까지도 반대 목소리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 10명 중 6명 '정원 확대 찬성'…"최대한 대화 노력"

문제는 여론의 반응이 따갑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8일 전국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대 정원 확대 공감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8.2%가 찬성한다고 답했으며, 반대는 24%에 그쳤다. (무선 80%·유선 20%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전화걸기 자동응답 방식 실시. 응답률 5.8%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4000명이 오히려 부족하고 5000명까지 늘려야 의료인력 수급을 맞출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 의사 수는 1000명당 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5명과 비교하면 부족한 수준이다.


또한 지난해 기준 서울의 의사 수는 1000명 당 3.1명이지만 세종은 0.9명, 경북 1.4명, 울산 1.5명, 충남 1.5명 등으로 지역 불균형 역시 심각하다.


정부·여당 측에서는 아직 세부적인 계획안이 수립 과정인 만큼 의료계와 논의를 통해 간극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협상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여권 측 관계자는 "법안은 제출했지만, 국회에서는 더 논의하자고 문을 열어둔 상태"라며 "그렇지만 의협 측에서 구체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복지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최대한 수용할 수 있는 부분들을 수용하면서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의 대화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라며 "최대한 국민들에 피해가 없이 풀 수 있도록 (의료계도) 함께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김태환 기자 =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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