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뒷이야기… 낮은 자세로 친정 찾은 영웅은 낙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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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3년 만에 아시아 클럽 대항전 무대로 복귀하는 FC서울의 1차전 상대 멜버른 빅토리의 카를로스 페레즈 살바추아 감독과 수비수 제임스 도나치는 경기를 하루 앞둔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서울전과 상관없는 질문을 받았다.
최근 K리그 유턴이 불발되면서 호주를 비롯해 다양한 리그로의 진출설이 나돌고 있는 기성용 상황을 거론하면서 멜버른은 영입 의지가 있냐는 내용이었다. 살바추아 감독은 특별한 언급 없이 미소만 지었다.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뉘앙스가 아니라 불가능한 일이라는 표현이었다.
대신 마이크를 잡은 도나치는 "감독에게 물어봐야할 일이겠으나 멜버른 입장에서는 논의된 바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기성용이 대단한 선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국이든 호주든, 그를 영입하는 클럽은 아주 운이 좋은 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주에서 활약하는 선수도 기성용의 가치를 알고 있다. 세계 최고의 축구리그로 평가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8시즌 동안 정규리그 기준 187경기를 뛰었고, 각종 대회 출전을 다 합치면 220경기를 훌쩍 넘기는 31세 미드필더라면 여전히 상품 가치는 높다. 직접적인 오퍼도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기성용의 에이전트인 'C2글로벌'은 18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스페인의 우에스카(2부리그)가 아주 적극적으로 기성용을 원하고 있다. 우에스카는 우리가 도장을 찍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한 뒤 "하지만 다른 곳에서도 오퍼가 들어오고 있다. (우에스카보다)여러 가지 측면에서 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팀도 있다. 선수와 함께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C2글로벌 측은 "(기성용은)여전히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선수"라며 "원하고 있는 클럽은 많다"고 덧붙였다. 국내 복귀 불발에 대한 아쉬움도 담겨진 뉘앙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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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컴백을 타진하던 기성용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너무도 달랐던 '친정' FC서울의 반응과 대우에 크게 낙담했다. 한국 축구와 K리그 발전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복귀를 결심했는데, 돌아온 것은 환대가 아닌 천덕꾸러기 취급이었다.
반응이라는 것은 "네가 그렇게까지 필요한 정도는 아니고"에 가깝다. 돈이 협상 결렬의 핵심은 아니라고 서울도 기성용 측도 말하지만, 사실 대우도 문제였다.
한 관계자는 "나중에 언론을 통해 공개된 FC서울의 제시 금액은 8억원 가량이지만 그것은 양측의 협상을 통해 올라간 금액이다. 처음 서울이 내민 금액은 그보다도 적었다"고 전했다.
2019년도 국내선수 연봉왕은 전북의 김진수로 14억3500만원이었고 불혹을 넘긴 이동국도 10억원이상을 받았다. 관계자는 "FC서울의 자금력이 좋은 것은 아니다. 내부적인 선수 연봉 가이드라인도 있는 것으로 안다. 구단의 사정도 이해는 된다"면서도 "그래도 기성용이라는 선수를 생각했을 땐 안일했던 접근 아닐까. 올 시즌 스쿼드 세팅이 끝나 여의치 않다고 해도 다른 형태의 보상 방법을 충분히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사실 기성용은 서울이 제시한 금액까지도 수긍하고 받아들이려 했다는 게 서울 구단 관계자를 포함한 안팎 축구인들의 전언이다. 다 쏟아내려 낮은 자세로 문을 두드렸는데 너무 차갑게 다가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성용이 한국으로, 또 FC서울로 돌아오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이고 잘 해야 한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잘 알았다. 그 위험부담을 감수하고도 돌아오려고 했다"고 말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계산기만 두드렸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실제로 기성용의 한 측근은 "어느 시간부터 성용이는, 서울이 전북 수준으로 몸값을 맞춰줘도 가지 않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전했다.
K리그 한 구단 관계자는 "다른 팀 이야기라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잘 이해되지 않는 게 있다. 기성용은 단순히 '경기력'만으로 평가할 선수가 아니다"면서 "비셀고베와 ACL 1차전을 치르는 수원 삼성이 홍보 포스터에 이니에스타를 넣었다. 수원은 ACL 홈경기 최다 관중을 자신하고 있다. 기성용이 이니에스타는 아니지만, 충분한 티켓 파워를 가지고 있는 선수"라고 씁쓸해했다. 궁극적인 아쉬움은 '풍토'다.
한 관계자는 "지금이야 손흥민이고 그 이전에는 박지성이었으나 그 사이 기성용이 한국 축구의 기둥으로 버텨주던 때가 있었다. 대표선수로 10년 넘게 뛰면서 그가 한국 축구에 기여한 것이 어느 정도라 생각하는가"라고 말한 뒤 "한국은 '영웅'을 인정하고 대접하는 것에 너무 부족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성용의 에이전트 C2글로벌은 "기성용 선수가 너무 아파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축구인은 "FC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K리그가 기성용을 버렸다"고 탄식했다.
기성용이 돌아온다고 K리그가 봄꽃으로 휘날리고 FC서울이 단숨에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래도 이렇게 내쳐야할 선수는 아니다. 사람 없다고 여기저기 한숨 지으면서도 사람 귀한 줄 모른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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