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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열리는 LPGA 대회인데 KLPGA 선수는 없다고?

LPGA BMW 챔피언십, KLPGA 신설 대회와 같은 기간 개최

공동 주관 요구 거절에 파행…KLPGA, 선수들에 벌금 엄포

뉴스1

지난해 열린 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연장 승부를 펼친 고진영(오른쪽)과 임희정이 포옹을 하고 있다. /뉴스1 DB ⓒ News1 여주연 기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해마다 '아시안스윙' 기간을 연다. 미국과 유럽 뿐 아니라 한국, 중국, 대만, 일본, 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LPGA 간판을 내건 대회를 개최한다. LPGA로선 투어의 저변을 넓히는 장이고 대회를 개최하는 국가 역시 세계적인 선수들과 자국 골퍼들의 기량을 겨뤄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한국에선 2002년 'CJ 나인브릿지 클래식'이 그 시작이었다. 이 대회는 여러차례 명칭을 바꿨지만 2018년까지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으로 명맥을 유지했다. 2019년부터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이 새로운 LPGA 대회로 들어섰다.


올해도 20일부터 나흘간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이 열리는데, 예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한국에서 열리는 LPGA 대회지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소속 선수는 한 명도 없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2002년부터 시작된 국내 개최 LPGA 대회에서 KLPGA 소속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전 명단을 보면 미국 본토에서 열리는 대회 때와 큰 차이가 없다. 아시안스윙의 의미가 퇴색된 셈이다.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LPGA와 KLPGA 측이 대회 개최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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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당시 경기장을 찾은 갤러리들. /뉴스1 DB ⓒ News1 여주연 기자

KLPGA는 이번 대회를 LPGA와 공동 주관하기를 원했다. 대회를 공동 주관하게 되면 중계권도 나누게 된다. KLPGA의 중계권을 가진 SBS골프는 LPGA 중계사인 JTBC 골프와의 공동 중계를 원했다.


하지만 JTBC 골프가 이를 거절했고, 그러자 KLPGA는 더 이상 LPGA 대회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굳혔다.


그 결과 국내 LPGA 대회가 열리는 기간 새로운 KLPGA 대회를 만들었다. 'KH그룹 IHQ 칸배 여자오픈'으로, 총상금이 15억원에 달한다. KLPGA 최대 상금 규모인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과 같은 액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KLPGA는 국내 선수들의 BMW 레이디스 출전을 봉쇄했다. 이 대회를 '비공인대회'로 규정하며 출전할 경우 최대 1억원의 벌금과 10개 대회 출전 정지를 내릴 수 있다고 엄포했다. LPGA가 스타급 선수들을 '초청선수'로 부를 것을 염려한 조치였다.


KLPGA의 신설 대회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대회 개최 3주를 앞두고 스폰서인 KH그룹이 쌍방울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등 대회를 개최할 상황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KLPGA는 급하게 스폰서를 찾아나섰고 게임개발사인 위메이드를 받아들였다. 애초 예정됐던 총상금은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줄었고 스포츠매니지먼트사인 와우매니지먼트와 중계사인 SBS 골프도 운영비 일부를 지원한다. 이렇게 '위믹스 챔피언십 with 와우매니지먼트·SBS골프'라는 긴 대회명이 만들어졌다.


KLPGA는 자신들이 LPGA 대회에 협조할 의무는 없으며 LPGA 대회가 열리는 기간동안 KLPGA 선수들의 출전권을 보장하기 위해 신설 대회를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자신들이 내걸었던 조건이 충족되지 않자 사실상 LPGA 대회에 훼방을 놓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더구나 국내에서 열리는 LPGA 대회는 KLPGA 소속 선수들에겐 LPGA에 진출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현재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인 고진영(27·솔레어)도 이 방식을 통해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KLPGA는 이번 건 전에도 폐쇄적인 운영에 대한 비판을 받아왔다. KLPGA 대회가 열리는 기간 동안 해외 대회 출전 횟수를 연간 3회로 제한한 것이다. 한 시즌 KLPGA 대회 수가 4월부터 10월까지 30개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KLPGA 소속 선수가 해외 무대에 도전하려면 KLPGA 자격을 포기해야한다. 지나치게 엄격한 제한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KLPGA가 지금과 같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배경엔 LPGA에 진출한 선수들의 활약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LPGA 소속 선수들이 KLPGA대회에 참가할 때 화제성이 더 높아지는 것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결국 피해자는 선수와 팬들이다. KLPGA 선수들은 LPGA에 직행할 수 있는 문이 닫혀버렸고, 골프 팬들은 KLPGA와 LPGA 선수들이 샷 대결을 펼치는 광경을 볼 수 없게 됐다.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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