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생산은 어떻게 변할까?
4차 산업혁명의 방식이란
4차 산업혁명(이 단어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이 세상을 크게 변화 시킬 것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분위기들을 통해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시작일 뿐이고 4차 산업혁명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현실화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현재 할 수 있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이 말하는 키워드들과 그 개연성을 단초 삼아 어떤 일이 일어 날 수 있을 지에 대해 예측하는 것이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 따라 어떤 사람들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사람들의 일자리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부분, 즉 노동부분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예측하고 있으며, 또 다른 사람들은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투입된 생산방식의 효율화와 이에 따른 경제구조의 변화를 예상한다. 좀 더 세부적으로 내려간다면, 자신이 운영하거나 다니고 있는 회사나 업계가 어떤 방식으로 판이 바뀌는지에 대한 고민을 통해 현재의 사업 구조를 미래 상황에 맞게 형태를 바꿈(Transformation)으로써 변화에 대응하고자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바꿀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매우 광범위하지만, 그 중 우선적으로 가장 비중이 높은 생산에 포커스를 맞춰 키워드를 뽑아보자면 ‘딥러닝’, ‘인공지능’, ‘로봇(자동)생산’이 있다.
지금도 대다수의 공장에서는 자동화된 기기들로서 생산을 하고 있다. 지금의 자동화된 공장의 생산과 4차 산업혁명 방식의 그것은 무엇이 다를까? 현재의 자동화된 생산방식은 일정한 규격에 맞춰 기계로 생산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책상의 경우 120cm, 150cm, 180cm 등 일정 폭 규격에 맞춰 생산이 이루어지지만, 그것은 우리 사무실이나 집의 책상 놓을 자리에 맞춰서 정해진 규격이 아니다. 집에 책상을 배치할 때 1~2cm의 공간이 부족해 다른 자리로 옮긴 기억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책상 놓을 자리가 146cm라고 가정한다면 현재의 생산방식 환경에서는 폭 120cm의 책상을 놓거나 폭이 146cm인 책상을 별도로 주문 제작해야 한다. 폭 120cm의 책상을 그 자리에 놓는다면 26cm의 데드스페이스가 발생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지금 현재 책상이 3가지 규격으로 나오는 것은 품종의 수를 제한함으로써 대량생산 체제에서 생산효율을 극대화하는 조치였다. 소품종 대량생산의 구조이다. 반면 이 규격과 다른 책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량생산 시스템이 아닌 이른바 ‘맞춤 가구’ 방식으로 생산을 해야 하는데 이를 다품종 소량생산이라고 한다. ‘맞춤 가구’ 방식으로 가구를 생산하는 것은 기존의 대량 시스템 생산라인에서 제조할 수 없고 개별적으로 상판을 제작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는 구조이다.
4차 산업혁명의 방식이라면 비규격 제품인 폭 146cm의 책상을 생산할 수 있다. 길이뿐만 아니라 폭이나 기능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의 책상을 제조할 수도 있게 된다. 즉 4차 산업 혁명에서 말하는 제조의 개념을 정리하면 ‘딥러닝과 인공지능을 통해 자동 생산하는 가변적 생산’이라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한 시스템 속에서 다양한 규격이나 스펙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아디다스는 작년부터 ‘스마트 팩토리’를 운영, 사용자가 원하는 디자인과 색상, 소재 등을 선택하면 그대로 제작하여 제공하는 ‘마이아디다스(miadidas)’라는 제품을 팔고 있다.
아디다스 운동화가 처음으로 도입한 다품종 대량생산 방식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제어시스템이나 사용자들의 선호를 분석하는 딥러닝 등의 방식이 적용되었기에 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 아디다스의 생산 방식이 정확하게 4차 산업혁명의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아디다스가 발표했던 ‘스피드 팩토리’의 개념은 분명 4차 산업혁명의 모티브를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0년대 최초로 GM의 생산라인에 로봇이 배치된 이후 로봇에 의한 자동생산은 자동차와 같은 기술집약적인 산업에 주로 쓰이면서 발전했으며, 자동차 외에도 가전제품과 같은 첨단제품 제조라인을 중심으로 사용되어왔다.
신발이나 옷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 제품으로 기계보다는 사람의 손에 의해 제작되어 온 대표적인 상품들이며, 지속적으로 인건비가 싼 지역으로 생산 거점이 이동하면서 제작되어 왔다. 그 거점은 미국에서 일본, 한국으로 이동했다가 오랜 기간 중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었는데, 이제는 중국도 인건비가 오르다 보니 몇 년 전부터 인건비가 더 낮은 캄보디아나 스리랑카와 같은 지역으로 다시 생산 거점이 이동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는 아디다스 본사가 있는 독일의 바이에른 주에 설립되었으며 10명의 직원으로 24시간 가동하여 연간 50만 켤레를 생산 할 수 있다. 더 이상 신발 제조는 노동 집약적 산업이 아닌 것이다.
모든 제품은 커스텀화 된다
대표적 노동 집약적 상품이었던 신발 제조 과정이 자동생산화 된다는 것은 신발 외의 모든 제품들 역시 인공지능 자동생산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특정 시점에서 일시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인공지능 자동생산의 품목이 서서히 늘면서 인력을 대체하는 비율이 올라가게 되고 일정기간 인공지능 생산과 일반 대량생산이 혼재하는 시기를 거칠 것이다. 커스터마이징 하는 방식도 사용자가 설계부터 다 하는 것 아니라, 반제품 형태 제품에 템플릿화된 디자인∙색상∙소재 등을 골라 완성하게 되는 수준의 커스터마이징부터 시작해 점차 고도화 될 것이다.
기성복 옷을 사면 많은 사람들이 소매나 기장을 줄이거나 하면서 자신의 몸에 맞도록 커스터마이징을 하게 되는데, 정확히 자신의 신체 치수에 맞게 생산되어 제공되는 옷이라면 이러한 과정이 필요 없게 된다. 더구나 전체 생산비용에서 비중이 높은 인건비 항목이 사라지게 되므로 제품 가격은 현재보다 낮아지게 된다.
경제학의 기준으로 보면 사람들이 생산 현장에서 밀려나 일자리를 잃게 되면, 그 여파로 수입이 없어질 때 제품 가격이 낮아져도 수요 역시 낮아 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들은 단순히 기술이나 경제적인 논리만으로 예측 할 수는 없고, 결국 사회적∙정치적인 측면에서 현재와는 다른 가치나 기준에 의해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이므로 현재 시점에서는 어떻게 변화할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변수가 너무도 많다.) 하지만 명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사실 하나는 향후 인공지능에 의해 커스터마이징 된 제품들이 저렴하게 생산될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