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인류를 백수로 만들 것인가
고용노동부 한국고용정보원은 '기술변화에 따른 일자리 영향연구'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어떤 직업이 인공지능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지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출처 : 조선일보 (출처기사 보기) |
AI가 직업을 빼앗는다는데 정말일까?
일부는 맞고 전체적으로는 틀린 의견이다. AI가 현재의 직업들 중 많은 직업을 대체 하리라는 것은 사실이다. 단순히 고객 응대를 넘어선 전문적인 영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왓슨이 의사를 대신해서 진단을 하고 있으며, 회계사 · 교수와 같은 직종 역시 미래에 사라질 직업 리스트에 올라와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일들이 인공지능에 대체되어 직업이 사라질 것은 분명하지만 인류의 미래가 인공지능에 모든 직업을 빼앗기고 백수로 살 것인가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라고 할 수 있다.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 볼 때, 기술혁신에 의해 예전의 직업들이 사라진 대신 훨씬 더 많은 일자리들이 새로 생겨났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의 직업이 의사나 교직, 공무원과 같이 수천년을 내려온 전통적인 직업일 수도 있지만, 현재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일자리가 정작 부모가 자신을 낳을 땐 없었던 직업인 경우가 많다. 특히 IT나 게임업계, 엔터테인먼트 분야 등 첨단 산업 쪽으로 갈수록 더 그렇다. 앱 프로그래머, 앱 디자이너, VR 기획자 같은 직업들은 불과 10년전에만 해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으며 현재 웹 프로그래머와 같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대다수 역시 그들이 태어난 무렵에는 아예 웹이라는 것이 존재하지도 않았다. 마케팅은 몇십년 전부터 존재했지만 온라인 마케팅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다. 본인의 현재 직업이 자신이 태어났을 때 존재했었는지 생각해 보라. 반대로 생각해 보면 세상이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기에 지금 막 태어난 아이가 실제로 어떤 직업을 가질지 예측하기란 사실 거의 불가능하다. (여러분들이 자식들에게 가지는 기대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이러한 변화는 IT업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방송 하면 공중파 PD나 연기자를 떠올리지만 BJ나 유튜버와 같은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직업도 생긴지 불과 몇 년 밖에 되지 않았으며, 수천년간 이어져 내려온 제도권 교육의 학교 선생님도 학원 선생님이나 나아가 인터넷 강의 선생님으로 직업의 분화와 다양화가 이루어졌다.
말이 자동차로 대체되면서 마부와 말 관리하는 사람들의 직업이 사라졌고, 전자교환기로 대체되면서 전화교환수가 없어졌지만 자동차와 관련된 훨씬 더 많은 직업이 생겨났고 전화와 관련된 더 많은 직업이 생겨났다. 그렇게 새로 생긴 직업들은 그때는 생기기라 예상했던 직업들이 아니다.
AI가 인류의 직업을 빼앗으리라는 예측은 순전히 현재의 잣대를 기준으로 미래를 예상한 것일 뿐이다. 행여 미래의 모습이 현재와 다르지 않다면 그런 비극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어제와 오늘이 다를 만큼 빠른 변화의 세상에 살고 있는 현재에서 변화 없는 미래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가 AI나 AI와 공존하는 미래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불확실성과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무지 때문이다.
과거는 항상 현재와 미래에 의해 대체되어 왔다. 과거를 고집하며 현재와 미래의 변화를 막는 것처럼 허무한 일이 없다. 우리가 할 일은 변화에 저항하고 과거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가지고 다가올 변화에 좀더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