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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 링고 아닌 링고의 '올스타 밴드'

서울에서 만난 레전드 Ringo

작년 공연중 최고의 공연은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렸던 폴 메카트니의 공연이었고, 올해 최고의 공연은 역시 비틀즈 멤버인 링고 스타의 잠실 공연이었습니다. 폴 메카트니의 티켓 파워와 비교하기에는 아무래도 링고 스타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을 수 밖에 없었지만 비틀즈의 멤버가 온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 공연에 가야할 이유는 충분하고도 남았습니다.


비틀즈에서 밴드 대부분의 곡을 존 레논과 폴 메카트니가 작곡했고 그 다음으로 조지 해리슨이 했기에 비틀즈 시절의 링고 스타 곡은 사실 몇 개 되지 않았죠. 후기에 'Octopus Garden' 같은 곡을 작곡함으로써 아티스트로서의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메인 보컬로 'Yellow Submarine', 'With a Little Help From Ma Friend', 'What Goes On', 'I Wanna Be your man' 등을 불렀지만, 비틀즈 시절 노래를 전부 다 부른다 하더라도 사실 콘텐츠가 빈약해 보입니다. 그렇다고 폴 메카트니나 존 레논의 곡을 부를 수도 없잖아요.

'비틀즈' 링고 아닌 링고의 '올스타

출처 : Ringo Starr 페이스북

저녁 8시가 되자마자 정확하게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공연장에 가보면 보통 정확하게 정시에 시작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뜸들이지 않고 바로 시작하더군요. 링고 스타는 70대라고는 믿을 수 없을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그는 1940년 생입니다.) 많아야 50대로 보이는 절대 동안 링고느님!


비틀즈 시절 노래가 별로 없었던 링고 스타는 팀 해체 후 솔로 활동을 왕성히 했는데, 직접 작곡한 'It Don't Come Easy' 'Photograph', 'Back off Boogaloo' 등의 곡이 호평을 받았습니다. 2010년 미국의 음악전문지 '롤링 스톤'이 꼽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드러머 100명' 가운데 5위에 랭크된 바 있으며 1988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비틀즈 멤버로 이름을 올렸으며 지난해에는 솔로 아티스트로서 두 번째 이름을 올리는 등 비틀즈 활동 이후 솔로 아티스트로서 명성을 쌓았습니다.

Ringo Starr and his All Starr Band

이 밴드는 단순히 링고 스타라는 솔로 가수와 그를 백업하는 세션 뮤지션들로 이루어진 그룹이 아닙니다. 'Ringo Starr and his All Starr Band'는 링고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션들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으로서 이번에 내한한 멤버들은 12번째 프로젝트의 멤버이며, 이미 5년간 합을 맞추었다고 합니다. 멤버로는 전설적인 기타리스트이자 록밴드 '토토'의 멤버인 스티브 루카서와 '유토피아'의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토드 룬드그렌, '산타나'의 그레그 롤리, '미스터미스터'의 리차드 페이지, '데이비드 리 로스 밴드'의 그레이그 비조넷, 보컬리스트이자 색소폰 연주자인 워렌 햄이 활약 중입니다.


오프닝을 맡은 링고 스타가 'Matchbox', 'It Don't Come Easy', 'What Goes On'의 세곡을 부른 후 비틀즈에서 맡았던 드러머의 자리로 돌아가면서 본격적인 'All Starr'의 공연으로 이어졌습니다. 'Rosanna', 'Africa', 'hold the Line' 등 그룹 토토의 정규 4집 'Toto IV'에 수록된 명곡들이 스티브 루카서의 기타와 보컬, 링고의 드럼, 미스터 미스터의 리차드 페이지의 베이스로 연주되었습니다. 토토의 공연은 2002년 같은 장소에서 있었던 콘서트 이후 14년만입니다.


링고 스타의 'You're sixteen', 'I'm the greatest', 'Photograph', 비틀즈의 'Don't pass me by', 'Yellow submarine', 'I wanna be your man', 'Act Naturally',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 등 링고와 비틀즈 노래로만 전체적인 세트리스트가 짜여진 것은 아닙니다. 스티브 루카서는 토토의 노래를, 산타나 출신 그레그 롤리는 'Evil ways', 'Black Magic Woman'을, 리차드 페이지는 자신의 히트곡인 미스터 미스터의 'Kyrie', 'Broken Wings', 'you are mine'을, 토드 룬드그렌은 'love is the answer'를 부르는 등 링고∙비틀즈∙토토∙산타나∙미스터미스터∙유토피아의 합동공연이라고 할 만큼 그야말로 버라이어티한 무대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토토의 스티브 루카서가 부른 'Rosanna, Africa, Hold the Line'이 가장 귀를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비틀즈' 링고 아닌 링고의 '올스타

출처 : Ringo Starr 페이스북

링고 스타는 '서울에 처음 왔는데 너무 좋다'고 이야기하면서 중간 중간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RINGO LOVE'라고 쓰여진 플래카드를 객석에서 넘겨받아 드럼세트에 걸고 연주를 했으며, 본인이 목에 걸고 있던 수건을 객석으로 던져주기도 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모습은 링고 스타가 객석에서 들고있던 플래카드를 읽으면서 화답하는 장면이었습니다. 'Ringo Starr Forever', 'Sexy Nose', 'Ringo for President!' 등 관객들이 손으로 써서 들고나온 플래카드들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농담으로 답했습니다. 다른 아티스트들의 공연에서는 한번도 본적이 없는 경험이었죠.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비틀즈와 링고의 최대 히트곡인 'Yellow Submarine'이었습니다. 링고는 이 곡 이전에도 자신이 수없이 많은 노래를 썼었지만 단 한 곡도 (비틀즈에서) 녹음되지 않았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관객들이 노란 잠수함이 그려진 피켓을 들고 함께 'Yellow Submarine'을 부를 때 링고 스타의 얼굴에도 잔잔하게 미소가 번졌습니다.

'비틀즈' 링고 아닌 링고의 '올스타

출처 : Ringo Starr 페이스북

그리고 마지막 곡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는 비틀즈의 명반인 'Sgt. Pepper's Lonely Heart Club band'에 수록된 곡입니다. 이 앨범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만든 최초의 컨셉트 앨범이라 단 한 곡도 개별적으로 싱글 커트 되어 발매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만 따로 공연에서 듣는 것은 매우 신선한 느낌일수 밖에 없습니다. 이 노래가 끝나면서 끊어지지 않고 존 레논의 'Give Peace a Chance'가 이어졌습니다. 근래 한국의 상황과 감정선이 겹치면서 순간 울컥한 감정이 북받쳐 오르더군요. 'Give Peace a Chance'는 원래 공연 세트리스트에도 없는 곡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한두 곡의 앵콜을 기대했습니다만 멤버들이 퇴장 한 후 바로 불이 켜졌습니다. 어쩌면 Give Peace a Chance가 미리 부른 앵콜곡이었던거 같네요.


앵콜곡이 없었던 아쉬움은 있었지만 공연 자체는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 공연이었습니다. 전설인 링고 스타뿐 아니라 생각지도 못했던 토토, 산타나, 미스터 미스터의 공연까지 한꺼번에 봤으니까요. 올해의 대박 공연이었습니다. 내년에는 1월 11일 고척돔의 메탈리카공연과 연말에 내한 소문이 있는 아델의 공연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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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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