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원대로 지은 단층 전원주택 ‘가벼운 집’
건축비 1억 원대라는 ‘예산도 면적도 모양도’ 가벼운 춘천 ‘가벼운 집’은 노부부가 여생을 보내기 위해 지은 집이다. 육아와 살림살이로 젊은 날들을 보낸 아내에게 남편이 선물한 집이다. 아들도 부모님의 행복한 황혼을 위해 마음을 보탰다. 설계자와의 미팅도 주로 아들이 전담했다.
ⓒ이택수 |
밖에선 22평 소박한 단층집, 안에선 파노라마 풍광
단층집인 ‘가벼운 집’은 내부 면적이 22평 정도로 그리 크지 않다. 노부부가 살아가면 충분할 정도로 소박하고 작은 집을 짓자는 건축주의 뜻이다.
생업에서 은퇴한 노부부는 주로 근처 밭과 텃밭에서 소일거리로 작물을 기르고, 마당에 작은 화덕을 두어 교외 생활을 즐기는 생활을 꿈꾸고 있었다.
집의 배치는 이에 맞게 남쪽 마당을 최대한 확보하도록 개획됐다. 현관은 외부인들이 오가기 좋게 전면 도로에 가깝게 두었다. 또 주방과 거실에서 마당으로 나가기도 수월하도록 주방에서 바로 나갈 수 있는 출입문을 냈다.
거실에서 나가는 슬라이딩 문 앞에는 넓은 데크를 두었다. 작은 집이지만 곳곳에서 밖으로 출입하기 용이한 구조다. 아울러 남측면으로 난 창들은 모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광을 주는데, 이는 또 집이 더 넓어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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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공간별 필요한 높이가 만들어낸 뒷산과 꼭 닮은 지붕모양
산과 닮은 지붕형태는 건물의 전체적인 인상과 주변과의 조화, 내부 공간의 위치 및 필요한 높이를 복합적으로 고려하면서 계획됐다.
중첩된 지붕은 집 뒤로 보이는 산과 어우러지면서 교외주택의 전형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동시에 다락 위치와 거실 층고 등 내부 공간의 위치에 맞는 필요한 높이도 결정하고 있다.
건물의 평면은 직사각형 아웃라인으로 단순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볼륨은 남측면의 요철과 지붕의 겹쳐진 모양으로 입체감이 풍부한 형태다.
내부 공간은 단순하고 필요한 기능을 위주로 계획됐다. 넓은 현관과 외부 창고, 보조주방, 세탁실과 같은 기능실을 강화해 좁은 면적에서도 더 넓게 쓸 수 있도록 실용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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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현관은 집에 들어서서 마주하는 첫인상이다. 집의 규모에 비해 현관 공간이 넓고 들어서자마자 복도를 따라 서측 고정창을 통해 밖을 바라볼 수 있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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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
깨끗하고 미려한 느낌의 자작합판으로 넓은 세면장을 제작했다. 또 기초와 일체화된 매립형 다운욕조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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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높은 천장고에 고창을 두어서 자연채광이 풍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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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과 다락
거실은 지붕 모양을 따라 높은 천장고를 갖고 있다. 또 다락까지 한 번에 트여 있어 실제보다 훨씬 넓어 보인다. 천장면에는 자작합판을 엇갈리게 붙여 패턴의 경쾌함을 더했다. TV가 놓인 서측 벽면에도 고측장을 두어서 일몰 때의 노을을 집안으로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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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와 툇마루
마당은 전원생활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때문에 데크나 툇마루와 같은 공간의 활용도가 매우 높다. 남측 전면 데크와 툇마루를 같은 레벨로 길게 보냄으로써 건물 전체와 조화를 이루면서 잠시 앉거나 의자를 놓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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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벽마감
외벽은 회색 긴벽돌타일에 가로줄눈만으로 처리해 깔끔한 인상을 준다. 전면에서 보이는 일부 외벽면에는 낮은 벤치를 두고, 열처리목재와 방킬라이 목재로 마감해, 변화 속에서의 따듯한 느낌을 더했다.
실내마감
내부 마감은 백색 톤의 깔끔한 바탕을 기본으로 거실 천장과 다락 계단, 계단 하부장, 주방 식탁 상부 등에 인테리어적인 요소가 되는 목재를 포인트로 사용했다. 천장의 자작합판 마감이 붙은 패턴, 계단을 따르는 하부 수납장의 모양, 주방의 목재 부재 상부에 들어간 간접등 등이 모두 유기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작은 디테일이지만 공간을 지루하지 않고 정돈돼 보이게 하는 요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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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집’
건축가는 “이 집은 ‘가벼운 집’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지붕의 경쾌한 선이 만드는 시각적인 가벼움과 필요한 공간만을 담아낸 공간적인 가벼움, 그리고 그로 인한 경제적인 가벼움을 뜻한다. 더불어서 인생의 마지막 집으로서, 가벼운 존재로서의 집을 원하는 건축주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면서 “이 집에는 건축주의 손길이 곳곳에 닿아 있다. 마당의 조경과 석재 마감은 건축주가 직접 계획하고 꾸민 것들이다. 마당의 수목과 자연석 형태로 둥글게 깔린 석재가 직선적인 건물과 대비되면서 전체적인 인상을 더 부드럽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건축주가 직접 더한 모습이니 의미가 있다. 가볍게 덜어진 곳들을 소소하게 채워가면서 즐거운 집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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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개요
위치▷강원도 춘천시 동내면
대지면적▷509㎡
건축면적▷80.93㎡
연면적▷80.93㎡
규모▷지상1층
구조▷경량목구조
설계▷UTAA건축사사무소(김창균), OLOT건축사무소(조아란)
시공사▷위드하임
사진▷이택수
주요 목자재▷자작나무합판, 열처리목재(루나우드, LUNAWOOD), 천연데크(방킬라이, Bangkirai)
건축가 소개
김창균 유타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서울시립대 겸임교수
서울시립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해병대사령부 건축설계실, 에이텍건축 등에서 손 도면으로 시작해 건축설계뿐 아니라 다양한 작업에 참여하며 실무경험을 쌓았고, 2006년 (주)리슈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를 거쳐 2009년 UTAA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한국건축사).
주요 작업으로 포천 피노키오 예술체험공간, 서울시립대학교 미디어센터와 정문, 모악 상가주택, 진관동 근생, 용인흥덕 Sooda, 삼청 가압장, 남산 공원화장실, 상상어린이공원 화장실, 카페 ‘Be’, 진천 크리스탈카운티C.C 클럽하우스 등이 있다.
조아란 오엘오티 건축사사무소
OLOT(Our Life On Textures)건축사사무소는 삶에 질감을 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사람과 사물을 포함해 모든 객체는 각각이 마주한 다양한 관계들과의 지지와 상호작용을 통해 존재의 가치를 발견하며, 한 객체에 켜켜이 겹쳐진 관계가 풍부한 질감을 만든다. 장소, 사람, 시간, 물성 등과 관계할 수 있는 입체적인 접합점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지향한다.
서범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