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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가 아닌 깊이의 켜를 통해 한옥의 품격을 드높이다, ‘채효당’

2018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본상 수상작
외부전경.<p>

외부 전경.

[나무신문] 북촌HRC의 김장권 대표가 채효당의 건축주(최효찬)를 만난 것은 2015년 9월 초였다.


건축주는 은평한옥마을 부지 바로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어 이곳을 매일 산책하다시피 했는데, 2014년 10월 초 미분양 공고를 보고 땅을 매입했다. 땅을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지만, 무턱대고 계약을 했다.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닌데도 ‘어떻게든 장만할 수 있겠지’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부지를 매입하고 설계를 맡길 건축사사무소를 물색하던 중 북촌HRC의 김장권 대표를 만난 것이다.

외부 전경.

외부 전경.

건축정보                                      

대지위치 : 서울 은평구 진관길 11-30

용도지역/지구 : 제1종전용주거지역, 제1종지구단위계획구역

건축구조 : 지하층-철근콘크리트조, 지상층-한식목구조

설계기간 :  2016년 2월 ~ 2016년 10월

공사기간 :  2016년 10월 ~ 2017년 1 월

대지면적 : 135㎡

건축면적 : 67.47㎡

           지하 : 37.94㎡

           1층 : 68.42㎡

           2층 : 37.13㎡

연면적 :  143.49㎡

건폐율 :  49.98%

용적률(%) :  78.19%


주요마감재                                  

외부마감 지붕 : 한식그을림 기와

         외벽 : 회벽마감

         데크(바닥) : 마당-마사토 마감

내부마감 천장 : 연등천장, 전통한지

         내벽 : 전통한지

         바닥 : 원목마루, 마모륨

계단실 디딤판 자재 : 집성목

단열재 지붕 : 로이단열재

       외단열 : 인슐레이션

       내단열 : 인슐레이션

시설 창호 : 외부-한식시스템창호, 내부-한식창호

     주방가구(싱크대) : 한샘

     위생기구 : 대림바스

     난방기구 : 린나이 가스 보일러

설계·시공 : 북촌HRC(02-742-5042 / http://myhrc.co.kr/ 서울 종로구 계동 100-7)

서재.

다섯 번의 설계 변경, 2년 2개월 만에 준공

설계도는 수정을 5번 정도 거치면서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크게 바뀌었고 평수도 45평으로 늘어났다. 2층과 지하층에 대한 생각도 덧붙여지면서 욕심이 커지기도 했고 다시 줄어들기도 했다. 2016년 9월 구청의 심의를 마치고, 10월 터파기 공사를 시작했다. 10월부터 12월까지 기초공사를 하고, 겨울철에 공사를 중단한 후 2017년 2월 말에 다시 목구조 공사에 들어갔다. 3월 초에 상량식을 했고 기와 공사, 내부 수장재 공사 등을 거쳐 2017년 11월에 준공 승인이 났다. 계획상 준공은 5월이었는데 6개월 정도 공사가 연장되었다. 그 기간에는 하자 등을 발견하고 보완했다. 이렇게 해서 은평한옥마을에 지상 2층 규모의 채효당이 탄생하게 됐다.

1층 대청.

1층 대청과 마당 전경.

2층 차경.

대를 이어 살아가길 기원하며 지은 집

김장권 대표는 채효당을 지을 때 이렇게 말했다.

“작지만 큰집, 차돌처럼 단단한 집, 바늘 한 곳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알찬 집, 군자의 향기가 피어나는 집, 단아하면서도 기품이 있는 집, 누구나 머물고 싶은 집으로 지을 것입니다.”

건축주도 김장권 대표에게 “집이 무겁지 않아 편안하고, 만만하지만 가볍지 않고 단단한 느낌의 집, 시골집의 정겨움이 묻어나오는 집”이면 만족한다고 말했다.

건축주 가족은 채효당을 정주의 공간으로 삼으려고 했다. 도시에서 정주의 삶을 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개발이나 직장으로 인한 이사 등으로 한곳에 머물러 살기란 좀체 힘들다. 그래도 건축주 부부는 아들에 이어 그 후손들도 세대를 이어 채효당에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1층 주방 전경.

1층 안방.

2층 소청과 전실.

작지만 다양한 공간계획으로 한옥 품격 유지

김장권 대표가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이라는 콘셉트로 채효당을 계획할 때 가장 오랜 시간 고민한 것은 작은 대지의 공간을 과거와 이어지는 현재와 미래의 삶을 담는 유효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은평한옥마을에서 가장 작은 40평 면적의 대지에 2층 한옥을 통해 우리 삶에 일상의 건축으로 한옥이 자신의 몫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채효당은 작은 대지에서는 꿈꿀 수 없었던 한옥을 안채, 별채, 사랑채 등의 공간 구분을 통해 기능과 역할을 부여했다.


채효당은 한옥의 가구법(架構法)으로 건축되었지만, 현재와 미래에도 여전히 유효한 공간으로 오래된 집이 갖고 있는 축적과 자기 성찰을 반영했다. 낮추기와 작음으로 겸손과 의연함을 갖추도록 크기와 높이가 아닌 깊이의 켜를 통해 한옥의 품격을 유지했다. 또 다양한 수납과 형태로 시대성을 담아내려고 했다.


지하층은 가족이 화합하면서 다양한 모임을 할 수 있는 별채 공간으로, 1층은 안방, 자녀방, 주방, 대청 등 안채 공간으로, 2층은 서재와 손님방, 소청 등 사랑채 공간으로 계획했다. 그렇게 해서 작은 한옥이 마을 만들기와 도시 재생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다양한 쓰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마당

외부전경 마당.

채효당-현판을 달다


준공 후 건축주는 현판을 달고 느낀 복잡 미묘한 소감을 「집은 그리움이다」(최효찬·김장권 저)의 본문 292쪽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채효당 현판을 달고 오래 전에 내가 사두었던 풍경을 달았다. 풍경은 밤에도 늘 깨어 있는 물고기가 머리를 부딪쳐 종을 울리는데, 그렇게 깨어 있는 집이 되기를 염원했다. 육중한 종소리가 마음을 잔잔하게 깨어나게 해주는 것 같았다. 풍경소리가 새집을 더욱 생기 있고 행복이 가득한 집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풍경과 함께 현판을 달고 나니 우리 집이 마침내 완성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에 천지 기운이 감돌면서 호흡을 시작한 집이 된 것 같다. 집의 나쁜 기운이 있다면 풍경소리가 모두 몰아내줄 테다.”  

지하층 사랑채 공간 기능.

지하층 채광창.

2층 전실 수납공간.

2층 전경. 공간의 깊이.

2층 전경.

2층 침상과 소청

외부전경.

외부전경. 마당과 풍경.

건축가 소개 | 김장권 건축가/북촌HRC대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고려대학교 건축학과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그 후 건축과 관계되지 않는 사업은 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본격적으로 한옥을 짓기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다. 북촌HRC 대표로 한옥 리모델링, 신축 설계, 시공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시 은평한옥마을 건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200여 채의 한옥을 건축했으며, 한옥 건축가들이 사찰 위주로 짓는 데 반해 대부분 가정집을 리모델링하거나 신축해왔다. 

2008년 제1회 한국 내셔널트러스트 한옥전에 ‘현우재(玄遇齋)’가 선정되었고, 2009년 유네스코 아시아 태평양 문화유산 보존상 디자인·시공 부문(UNESCO ASIA-PACIFIC HERITAGE AWARD Designers, General Contractors)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2011년 대한민국 한옥 공모전 준공 부문 올해의 한옥 대상에 ‘가회동 L주택’, 2012년 대한민국 한옥 공모전 건축 부문 올해의 한옥상에 ‘관훈재’, 2013년 대한민국 한옥 공모전 건축 부문 올해의 한옥상에 ‘#200’이 선정되어 3년 연속 한옥상을 수상했다. 2015년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준공 부문 본상에 ‘일연재와 교월당’, 2018년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준공 부문 본상에 ‘채효당’이 선정되었다. 그 외 주요 작품으로 일우재·만경재·안헌(이상 주택), 건명원(교육기관), 알서림(화랑), e-믿음치과(현대 한옥 치과 1호), 와노和の(일식집), 샤떼뉴(레스토랑), 소담·융(이상 카페), GS홈쇼핑 복합문화센터 등을 건축했다.

황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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