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로 오래오래 행복한 집, 목구조 상가주택 ‘장안헌(長安軒)’
‘오래도록 평안하고 건강한 집’이라는 의미의 ‘장안헌(長安軒)’은 목조로 지은 상가주택이다. 은퇴를 앞둔 건축주는 자신들의 노후는 물론 대를 이어가며 오래도록 평안한 안식처를 짓기를 원했다.
‘노후와 후손’을 위한 수익형 상가주택
건축주는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다. 곧 결혼을 앞둔 자식에게 그동안 거주하고 있던 아파트를 넘겨주고, 본인이 노후를 보낼 주택을 짓기로 한 것.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서 일정한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상가주택을 선택했다. 또 후손들도 이 주택에서 대를 이어 살아가기를 바랐다. 이른바 ‘노후와 후손’을 위한 수익형 상가주택인 셈이다.
경기도 연천군은 토지의 약 95%가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군사접경지다. 이 집을 설계할 당시엔 통일경제특구지정에 대한 기대감과 교통개발 호재 등으로 관심이 뜨거웠다. 아울러 집을 지을 대지는 역세권의 넓은 대로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지역에 대한 기대감에 수익형 상가주택을 구상하기에는 더 없는 적기라고 건축주는 판단했다.
지붕 |
도심 속 작은 건축물의 도시경관에 대한 배려
건축주들은 자기의 집이 다른 주택보다 더 특별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상가주택가를 거닐다 보면 건축가용면적을 최대한 수용해 지어올린 무표정한 박스 형태의 상가주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도시적 맥락을 담아내는 것은 언감생심이고, 주거공간 역시 표정없는 상가공간들과 언뜻 보기에는 구분조차 힘든 게 다반사다.
반면 장안헌은 상가주택 1층 전면부를 건축선에 비해서 상당부분 후퇴해 설정했다. 이는 인접 건축물들과의 연속성을 확보해 도시적 맥락에 순응하는 태도라는 게 설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1층 필로티 공간은 전면 인도의 보행환경과 도시경관에 대한 배려다.
1층 근린생활시설. |
1층 근린생활시설. |
기도실 |
계단 |
내 몸에 맞는 맞춤형 목조주택
건축주는 ‘건강한 집’, ‘따듯하고 쾌적한 집’이라는 당연하고도 소박한 집에 대한 철학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는 목조주택이 갖는 장점들이기도 하다. 건축주와의 긴 대화를 통해 내린 결론은 ‘나를 닮은 주택’, 곧 ‘내 몸에 맞는 맞춤형 주택’이다.
건축주는 노후를 혼자서 지낼 집이면서도 몇 가지 단서들을 달았다. 그 단서들은 작지만 개방감 있는 공간, 바람이 통하고 빛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공간, 비워냄의 여유가 있으면서도 따듯한 공간, 중정과 테라스로 구성하고 끊임없이 외부와 교감하는 공간 등이다.
연천이라는 작은 도시이지만 나름 빽빽한 도심 가로공간에 자리잡은 대지는 어쩌면 이런 단서들을 담애내기엔 장애요소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계획과정은 이런 불편한 요소를 장점으로 치환하는 시간이었다.
기둥보의 중목구조와 경량목구조 벽체로 구성된 내부공간. |
내부공간. |
내부공간 |
현관 |
안방. |
안방. |
연결되고 흐르면서 펼쳐지는 전통공간 차용
튼 ㅁ자 형태의 주거공간 중심에 작은 중정을 두었다. 이 중정을 중심으로 내부 복도와 데크, 툇마루, 전실로 이어지는 동선을 그었다. 중정을 통해 개별공간들이 연결되고 흐르면서 펼쳐지는 전통건축공간의 익숙한 구성을 차용했다.
기둥보의 중목구조와 경량목구조 벽체로 구성된 내부공간, 조율된 빛과 간결한 구조는 내부동선을 통해 흐르는 안내자이자, 내보공간을 은유하는 ‘보이지 않는 질서’라는 게 설계자의 친절한 해설이다.
이러한 질서는 공간의 영역을 나누고 깊이를 더해준다. 2층 안방과 작은방 사이의 외부공간에는 필로티 구조의 작은 정원과 데크를 두었다. 안방과 작은방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채광과 환기를 도와주면서 전면대로부터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해 준다.
중정. |
중정. |
중정. |
중정. |
목구조는 구조인 동시에 천연마감재
경량목구조인 외벽은 연질우레탄단열재로 이뤄진 중단열에 PF보드단열재로 이뤄진 외단열을 더한 이중단열로 구성했다. 이는 최북단인 연천의 기후를 감안해 넉넉한 벽체열관류율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고단열주택은 고기밀, 고성능 창호와 병행하지 않으면 그 성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 한다. 이것이 3중 유리 시스템창호를 적용한 이유다. 다만 고단열, 고기밀 주택은 뜨끈한 바닥과 웃풍에 익숙한 한국인들의 주거문화 정서에 자칫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때문에 목조주택이 온습도조절에 유연한 성질이 있다 하더라도 고단열, 고기밀 주택에 경우엔 적절한 실내공기질 관리를 위한 환기가 필요하다. 이러한 점은 감안해 열회수환기장치(열교환기)를 설치해 에너지소비량을 최소화 했다.
내외부마감으로 전통적 건축재료인 벽돌과 나무를 사용함으로써 긴 호흡을 통해 풍화하며 사람과 교감할 수 있도록 했다.
설계자는 “목구조는 구조이자 천연마감재다. 이는 그 어떤 재료로도 대체할 수 없는 목구조만의 장점이다”고 말했다.
Plan
1층 평면도 |
2층 평면도 |
지붕 평면도 |
건축정보
위치▷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지역/지구▷도시지역, 일반상업지역
용도▷단독주택, 근린생활시설
건축구조▷철근콘크리트조 + 목구조
대지면적▷172㎡(52.03평)
건축면적▷126.49㎡(38.26평)
건폐율▷73.54%
연면적▷207.16㎡(62.66평)
1층 97.66㎡(29.54평)
2층 101.71㎡(30.77평)
다락 7.79㎡(2.35평)
용적률▷115.91%
설계▷건축사사무소 리얼랩도시건축
시공▷KS PNC
사진제공▷리얼랩도시건축(허완 작가)
Plan
자재정보
외부마감▷지붕_컬러강판
벽_청고벽돌, 탄화목루버
바닥_청고벽돌
내부마감▷천장_친환경페인트도장 + 실크벽지
벽_친환경페인트도장 + 실크벽지
바닥_에폭시(근생)/ 강마루(이건 sera)
계단실▷디딤판 자재_T38 오크 집성계단재
계단 난간_T30 오크 집성재
단열재▷지붕_T200 연질우레탄(나등급)
중단열_T100 연질우레탄(나등급)
외단열_ T70 PF보드(가등급, 준불연)
창호▷이건 PVC 시스템창호(로이삼중유리)
현관▷제작 스틸도어(단열도어)
조명▷국제조명
주방기구▷디자인 씨앤디
위생기구▷이 케이 파트너스
난방기구▷콘덴싱 가스보일러(경동나비엔)
에너지설비▷열회수환기(열교환기)(쉘파)
건축가 소개
허길수 리얼랩도시건축 대표
성균관대학교 건축도시디자인대학원을 졸업했다.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등에서 실무를 쌓은 뒤 2015년 건축사사무소 리얼랩 도시건축을 개소했다. 공공건축가로 활동하면서 건축과 지역의 시대적 현안들을 인문,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눈높이로 들여다보고, 전문성과 현장성을 바탕으로 한 건축적 실험들을 실천해오고 있다.
‘전환시대’로부터 요구되는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과 사회가 교차하는 ‘중간자’로서의 영역에 관심 있게 작업하고 있다. 도이헌(禱爾軒) 등으로 4차례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에서 수상한 바 있다. 최근에는 인제 갯골자연휴양림 등을 설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