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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아

마당 통하는 집, 아미재(峨嵋齋)

검소하지만 화려한 집

 ‘마당 통하는 집’의 대지는 남서울CC 내 단독주택 단지에 자리하고 있다. 이 대지 위에서 오랜 시간을 두고 한 채 한 채 집들이 지어지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명당자리에, 잘 관리되어진 방범 등의 혜택을 받으며, 호화주택의 범위를 넘는 집들이 지어졌다. 그야말로 고급주택단지다. 건축주는 여기에 조용한 집짓기를 원했다.


최홍종 건축가는 건축주의 요구사항과 단지를 돌아보는 내내 머릿속에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라는 말이 떠올랐다고 한다.

말 그대로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으로 고구려와 신라를 견주어 백제문화를 설명할 때 자주 언급되는 표현이다. 또한 이는 한국 전통미학을 관통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어려운 과제였고, 이러한 생각은 설계 내내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집의 기능과 조형, 구조, 재료, 심지어 공사비 등이 이에 연결됐고, 마침내 치장이 없는 단순한 매스와 하얀색 돌, 사방으로 같은 스케일의 연속된 입면, 적절한 내·외부 기능과 가로와의 열림, 각 공간의 크기 등이 결정됐다.

건축정보 및 자재정보                            

위    치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1-6번지(남서울파크힐 94호) 

지역지구 : 보존녹지지역

용    도 : 단독주택

대지면적 : 1,160㎡

건축면적 : 231.62㎡

건 폐 율 : 19.96%

연 면 적 : 794.89㎡

용 적 률 : 32.76%

규    모 : 지하1층, 지상2층

높    이 : 8m

구    조 :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 머쉬룸크림, 럭스틸, 목무늬 알미늄

설    계 : 최홍종

설계담당 : 전봉수, 박새민, 선혜령

시    공 : ㈜제효건설

구조설계 : 건축동인

기계설계 : 대광ENG

전기설계 : 대광ENG

설계기간 : 2014.11.01~2015.03.26 

시공기간 : 2015.04.10~2016.04.18 

건 축 주 : 안호진

사    진 : ⓒ신경식

건축적 밈(Meme) 설계에 반영

남서울단지는 비슷한 수준 또는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좀 특별한 주거단지다. 공사 내내 도심지에서 그 흔하게 일어나는 민원 한번 없었다고 한다. 인허가 때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자치회에서 설계안을 먼저 검토해 협의했을 뿐 아니라 행정업무까지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더욱 특이한 건 포털에서 제공하는 스트리트 뷰가 없다는 것이다. 각 필지로 연결되는 도로는 사로(社路)로써 공공에게 제공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방범을 위한 보안은 철저했으며, 정기 모임, 동호회 모임 등 그들만의 라이프스타일이 존재했다. 영국의 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문화모방적 유전인자를 밈(meme)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생물의 유전단위인 진(gene)의 개념으로 설명이 안 되는 밈(Meme)은 한 개체에서 다른 지성으로 생각 또는 믿음이 전달되는 모방 가능한 사회적 단위를 말하는데, 지방에 따라 다른 노랫말과 가락으로 복제된 ‘아리랑’은 밈의 대표적 예다. 유행하는 머리모양, 패션 등도 하나의 밈이고 계속 귓가에 맴도는 광고문도 하나의 밈이다. 생물의 유전자처럼 밈도 복제되고 전달된다. 


수많은 문화적 유전자인 밈에서도 유독 건축적 밈은 그 복제성의 장기화와 인간의 삶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측면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남서울주거단지에서 건축은 문화적 밈의 중요한 베이스이다. 이에 따라 최홍종 대표는 한 달에 한번 이웃과 함께하는 가든파티, 이를 위한 마당. 각각의 취미와 교류, 이를 위한 스크린골프·당구대·와인바·그들을 위한 특별한 동선들을 설계에 반영했다.

통하게 하다

350평 큰 땅,  조망 좋은 대지, 자유로운 설계 조건.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주택이 가로와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하는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단지는 1970년대에 개발이 됐다. 문제는 단순한 가로망. 이 집의 시작은 동측 8m도로에서 부터 시작된다. 설계의 고민도 여기서 부터였다고.


많은 고민 끝에 최 대표는 마당을 조망과 향을 동시에 고려한 남서측에 위치시켰고, 동측으로는 길과 직각되는 한 켜를 배치했다. 

이 켜의 1층은 필로티로 덮여진 주차장이 되었고, 상부층은 개구부가 없는 침실매스이다. 떠있는 매스는 마당과 적당한 레벨을 두고 열려 있다. 서측 빈 공간과 조망의 연결통로이기도 하고 동측의 자연환경을 집으로 끌어 들이는 역할도 한다.


제약된 건폐율 때문에 현관 상부는 오픈되고 많은 시설들이 지하로 배치됐다. 또한 집주인의 라이프스타일과 동네의 문화(파티 등을 고려해 마당 또는 지하 멀티룸의 쓰임새)를 염두에 두었다. 가장 전망이 좋은 2층 남서측에 이 집의 주인 서재가 위치하며 이 집의 클라이막스다. 

벽과 담장의 기능 최대화

각각의 벽면에 역할을 부여하자 적절한 내외부 기능이 생겼다.


사이트 주변의 성격은 대단히 명확하다. 동측과 면한 진입도로, 북측엔 새로 지어질 대지, 남측엔 이미 지어진 이웃, 그리고 서측은 좋은 원경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강한 각각의 면과 마주할 새집의 입면에 대한 고민은 당연히 많아졌다.


우선 입면의 연속성을 염두에 두었다. 실내의 반자높이에 해당하는 2.8m를 기준으로 재료는 분리된다. 이 분리된 재료에서 상부는 머쉬룸크림이라는 흰색 돌로 연속성을 확보하고 하부는 열리는 구간. 막히는 담장 등에 따라 자연석 쌍기 및 목재, 럭스틸을 사용했다.

동측과 북측의 벽은 이웃에 대한 프라이버시 확보로 개구부를 최대한 절제해야 했고, 2.8m 높이의 석축이 담장처럼 이웃과 함께한다.


이에 비해 남측과 서측은 상대적으로 열려있다. 향과 조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하 채광을 위한 썬큰은 당연히 건물 깊이가 깊은 북측에 면해 있다.


방향의 성격에 따라 실내의 기능이 적절히 배치되고 이는 외부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집의 성격을 인지하게 된다.

건축가 소개 

최홍종 건축가, 건축동인 건축사사무소 대표. 

최홍종 건축사는 20여 년 동안 도시설계, 주거단지, 주상복합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건축을 좀 더 쉽게 대하는 태도’에 주목했다. 건축을 풀어나가는 건축가는 어렵고 힘든 작업을 거쳐 완성하지만, 그 사용자는 건축이 편하고 쉬워야 한다는 그 만의 철학을 완성 중이다.

이러한 사고를 가지고 최근에는 작고 밀도 높은 단독주택과 기존 도심의 건축에 관심을 갖고 그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최홍종 대표는 명지대에서 학사, 홍익대에서 석·박사과정을 공부했고, 2014년 ‘가회 한경헌’으로 대한민국 한옥대상, 2016년 ‘운중천 이웃집’으로 경기도 건축문화재 금상, 2017년에 ‘아미재’(마당 통하는 집)으로 대한민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나무신문] 황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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