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도 카피캣이었다?

지난 6월 13일(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에서 애플의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WDC 2016)이 개최 되었습니다. WWDC 2016 키노트에서 애플은 자신들의 4개 OS에 대한 변화를 이야기했습니다. 2시간여의 발표 동안 상당히 새롭고 기대되는 기능들도 있었고 뭔가 실망스러운 부분도 보이더군요. 이번 글에서는 WWDC 2016에서 엿보인 실망스러운 부분, 애플의 카피캣 요소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유독 iOS 10에서 많았던 카피들

애플의 카피 요소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에 우선 디자인이나 UI는 결국 사람들이 좋아하고 편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어디서 본 듯한 기능이나 비슷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는 의미이죠.

애플은 원래 전혀 새로운 것들만 제안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있던 것들의 새로운 조합을 통해 애플스러움을 더하고 그 속에서 사용자의 편리를 제안해왔습니다. 그래도 그 속에 미니멀리즘과 차별되는 UX(사용자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애플스러움을 유지해왔습니다.

이번 WWDC에서 새로운 OS버전이나 기능들을 설명할 때 많이 사용되던 표현은 'All new design'이었습니다. 버전이 바뀌니 디자인을 새롭게 하는 것은 좋은데 이 디자인들과 디자인에 포장된 기능들이 어디서 많이 봐오던 것들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구글포토와 퀼컴의 제로스가 겹쳐보인 '메모리즈'

포토(Photos)의 새로운 기능으로 메모리즈(Memories)가 소개 되었습니다. 지금도 어느 정도 구현되고 있는 기능에서 좀 더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 느낌입니다. 기존에는 얼굴, 장소, 시간에 따른 인덱싱 정도를 제공했다면 메모리즈는 좀 더 사용자 기분에 맞춰 테마를 정해 묶어주는 기능입니다. 연관성 있는 사진들을 묶어 하나의 앨범처럼 제공하고 손쉬운 테마 선택을 통해 앨범을 손쉽게 편집한다는 게 애플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메모리즈를 보는 순간 구글포토가 떠올랐습니다. 구글포토에는 작동 백업된 사진들 속에서 재미있는 효과를 적용해주거나 장소나 시간에 따라 동영상으로 앨범을 정리해주는 어시스턴트 기능이 있습니다. iOS 10의 새로운 기능이라고 소개된 메모리즈는 구글 포토가 먼저 제안한 기능을 좀 더 손 본 정도의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iOS 10에 들어간 메모리즈에는 놓치면 안될 기술이 들어가 있습니다. Object/Scene Recognige 기술입니다. 사진의 사물들을 인식해서 별도의 태그로 구분하는 기술이며 메모리즈의 앨범 추천시 좀 더 다양한 주제들로 묶어낼 수 있는 기술입니다. 바다, 산, 말, 고양이 등의 키워드를 넣으면 키워드가 포함된 사진들을 분류해주는 유용한 기능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Object/Scene Recognige 기술도 이미 퀄컴에서 먼저 선보였고 사용성의 제안도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제로스(Zetothe)로 불리는 퀄컴의 기술은 MWC 2015때부터 선보이기 시작했고 메모리즈에 선보인 느낌처럼 이미지의 분석과 분류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퀄컴과 협의를 했는지?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해서 라이센스에는 문제가 없는지? 궁금증을 남기기는 하지만 어디서 본 듯한 기술이 툭 튀어나오니 기분이 묘해지기는 하더군요.

애플에게만 "All New Design"이었던 '뮤직'

역시나 올 뉴 디자인을 외치며 소개를 시작한 기능은 뮤직(Music)이었습니다. 새롭게 디자인을 변경하고 직관성과 사용성을 개선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유독 관중석이 조용했던 이유가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가입절차가 번거로워 잘 알려지지 않은 구글뮤직을 너무나도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섹션 별로 나누어 서비스를 직관적으로 만든 부분도 구글 뮤직을 상당히 닮아있었지만 UI마저 구글 뮤직을 따라가고 있었다는 점에서 많이 놀랐습니다. 하단에 바를 두고 플레이 정보와 컨트롤을 하다가 바를 눌러 전체화면을 띄우는 방식은 구글 뮤직에서 오래 전부터 사용하던 방식입니다. 그리고 전체적인 UI나 활용방식도 꽤 닮아있습니다.

너무 많은 것들을 섞어놓은 '메시지'

그리고 가장 복잡했고 뒤섞여있던 기능은 메시지(Message) 앱이었습니다. 카톡과 같은 서드파티 IM(Instant Messenger)들을 의식해서인지 메시지앱에 상당한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습니다. 링크와 동영상을 깔끔하게 표현하고 카메라를 이용해서 바로 라이브 영상을 전송하기도 하고 음악도 링크가 됩니다. 거기다 이모티콘과 관련된 기능을 상당히 강화했고 화면 전체의 이펙트, 필기 지원, 숨김 기능 등 상당히 많은 기능들이 추가되었습니다.

물론 이 부분에서 애플만의 독특한 기능들도 있고 애플스럽게 변경된 기능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메시지의 기능을 보는 내도록 스냅챗(Snapchat)과 페이스북 메신저의 기능들이 겹쳐졌습니다. 애플스럽게 포장되었지만 메시지의 재미요소를 더한다는 점과 구현 방식에서 위의 2개 앱들을 많이 따라 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굳이 서드파티들에서도 충분한 기능을 카피해서 메시지앱을 복잡하게 만들었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번에 너무 많은 것들을 집어 넣어 사용자들이 부담없이 학습하고 UX를 이어가던 애플의 장점이 상쇄되고 학습을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 외에도 소소하게 이야기를 해보자면 watOS 3에서의 바뀐 페이스 변경 방식도 안드로이드웨어를 닮아있었고 맵의 변화 반향도 구글에서 이미 제안한 것들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UI의 카피보다 심각한 애플의 변화

WWDC 2016에서는 위와 같이 어디선가 본듯한 UI를 애플스럽게 이야기하는 장면이 유독 많았습니다. 이미 말했지만 디자인과 UI는 사용자들이 편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고 트렌드에 따라 비슷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애플의 키노트에서 보여진 카피들의 포장은 조금 생각을 달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있었던 시절, 미니멀리즘으로 절제되고 사용자들에게 편리한 사용성을 떠올리게 만들었던 애플스러움이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뭔가 복잡해지고 사용자들에게 기능을 학습하라고 강요하기 시작했고 사용자 편의를 제일로 포장해왔던 애플이 기능 중심으로 포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돈을 따르지만 명분으로 사용자를 항상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처럼 보여주었던 애플이 돈을 먼저 따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마치 잡스가 떠나 어려움에 빠졌던 애플 시절을 되돌아보는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WWDC 2016에서 기기간 클립보드를 연동하며 연속성을 강조한 유니버셜 클립보드(Universal Clipborad)가 가장 애플스러운 기능이었다 점을 떠올리며 글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