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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7 혁신은 없다? 숨겨진 혁신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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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7 혁신은 없다? 숨겨진 혁신에

9월 7일(현지시각) 애플의 스페셜 이벤트에서 아이폰7이 발표되었습니다. 10가지 변화 점을 가지고 등장한 아이폰7이지만 역시나 국내 언론 등에서는 '혁신은 없다'고 많이 이야기하더군요. 매번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이야기되는 혁신. 과연 아이폰7에는 혁신이 없었을까요? 천천히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혁신? 조금만 다르게 접근해보면?

아이폰7 혁신은 없다? 숨겨진 혁신에

‘혁신’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한다는 뜻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것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변화와 발전의 기회가 많았던 스마트폰에서 기존에 없던 것들을 새롭게 꺼내어 놓을 때마다 ‘혁신’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기능이나 기술이 평준화 되어가고 있고 사람들의 자극 수용 점도 높아졌습니다. 이제 화면에서 홀로그램을 쏘아 올리거나 종이처럼 접었다 펴는 정도의 변화폭을 보여야 혁신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혁신을 기대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가 만들어내는 편리와 혜택입니다. 혁신이라고 불려왔던 것들은 단번에 느낄 수 있는 편리와 혜택이 쉽게 보이고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를 생각해보면 사람들의 경험과 습관을 바꾸어 놓은 것들이 많습니다.


아이폰7도 이런 표면적인 단어 의미로만 접근한다면 혁신은 없다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조금은 다르게 경험과 습관의 변화라는 관점으로 접근해보면 좀 더 설레는 혁신을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카메라, 천천히 경험하게 될 큰 변화

루머로 대략적인 모습을 알고 있었던 아이폰7임에도 발표를 보면서 몇 번 어썸(awesome)을 외치게 되더군요. 가정 먼저 동공을 열고 귀를 의심했던 순간은 카메라였습니다. 단순한 렌즈의 크기, 센서, OIS 등의 스펙 상향이 아니라 애플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ISP(Image Signal Processor)가 들어갔다는 점입니다. 렌즈를 통해서 받아 들이는 정보를 디지털로 바꾸는 과정에 변화를 주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장 사용자들이 느끼게 되는 변화는 크지 않습니다. 사진을 좀 더 빠르게 찍고 조금 좋아진 결과물을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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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ISP가 들어간 이유로 애플이 작년에 인수한 '링스(LinX)'라는 회사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링스는 어레이 카메라(Array Camera) 기술을 선보였었습니다. 여러 개의 카메라를 통해 입력 받은 정보를 하나로 합쳐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기술입니다. 아이폰7 카메라 설명 중 여러 가지 처리 과정을 거쳐 하나의 사진으로 합친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어레이 카메라가 스쳐갔고 앞으로 체감하게 될 변화들이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어레이 카메라 기술과 ISP가 숨겨진 혁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카메라 화질 향상만이 아니라 점입니다. 피사체에 대한 하나의 정보가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 후 원하는 작업으로 응용할 수 있습니다. 일단 아이폰7플러스에만 적용될 것으로 알려진 스니픽(Sneak Peek) 기능이 바로 그런 응용의 하나입니다. DSLR 등의 카메라에서 렌즈와 조리개로 표현되는 아웃포커싱이 아니라 이미지 프로세스로 만들어내는 아웃포커스 기능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아이폰7플러스의 듀얼 카메라로 찍은 사진 몇 장을 하나로 합성하는 것입니다. 하나는 포커스가 맞는 이미지를 찍고 다른 렌즈는 포커스가 다른 사진들을 촬영한 후 절묘하게 합성해 버리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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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합성에 의한 아웃포커싱 기술은 이미 구글 카메라나 LG 스마트폰에서 시도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렌즈로 몇 장의 사진을 나누어서 찍어야 했고 합성하는 프로세스도 무리가 있어서 실효성은 많이 떨어졌습니다. 아이폰7플러스는 물리적인 카메라 증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ISP가 이미지 처리 과정 속도를 부담되지 않을 정도로 높여줄 것이라고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그냥 찍어도 자연스러운 아웃포커싱이 완성되는 것이죠.

 

거기다 일단 스닉픽 하나만을 내세우고 있지만 아이폰7과 아이폰7플러스에 적용된 기술은 또 다른 활용도 기대하게 만듭니다. 다양한 공간 정보를 가질 수 있으므로 포커스를 변경할 수 있는 이미지나 2장을 겹쳐서 입체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기술 적용도 기대해보게 됩니다. 이 외 필터나 색을 조합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히 다른 경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예상을 해볼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화질의 속도 향상? 아웃포커싱이 되네? 정도겠지만 속으로는 엄청난 변화가 준비된 것입니다. 천천히 물들어가겠지만, 카메라와 관련된 경험에서는 상당히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입니다. 공포영화를 보고 나서 잠들 때 문득 무서운 장면과 생각이 떠오르듯, 시간이 지난 뒤 '이건 정말 혁신이었어!'라고 확인하게 될 변화입니다.

숨어있어서 더 값진 혁신, iOS 10

완전히 새로운 것을 제안하는 게 혁신입니다. 그러나 조금은 반대되는 의미가 필요한 영역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바로 iOS 10입니다. 변화를 만들어야 하지만 너무 급진적인 변화는 피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영역입니다. 혁신적인 변화를 준비해도 오히려 숨기고 점진적으로 바꿔야 하는 영역이죠. 외형적인 디자인에서 사용법의 UI까지 혁신적인 변화가 오히려 독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익숙해진 사용법에서 급진적이고 혁신적인 변화는 새로운 학습을 강요하는 장벽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적정선을 유지하며 변화하기가 더 힘들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이폰7 혁신은 없다? 숨겨진 혁신에

그래서인지 iOS 10에서도 혁신과 변화는 숨겨놓은 느낌입니다. 제가 눈여겨보고 있는 변화는 연속성과 사물인식, 2가지입니다. 우선 연속성을 말하자면 유니버셜 클립보드가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아이폰에서 복사한 내용을 아이맥이나 맥북, 아이패드 등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맥북이나 아이맥에서 복사한 클립을 아이폰에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애플은 이미 메시지와 페이스타임을 이렇게 연속성으로 묶어두었습니다. iOS 10에서는 클립보드의 순서가 된 것이죠. 유니버셜 클립보드는 다른 기능에 비해 좀 더 유용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연속성의 경험에서도 점점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이폰7 혁신은 없다? 숨겨진 혁신에

다음은 iOS 10에 적용될 사물인식 기능입니다. 이미지에서 오브젝트별로 인식해서 자동으로 분류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위의 이미지라면 산, 강, 실외, 낮, 말, 사람, 아이, 어른 정도의 키워드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언제든 검색과 분류가 가능해지는 것이죠. 한 걸음 더 나아가 자동으로 앨범을 만들거나 특정 주제로 변경해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예를 들어 제주도 여행을 다녀와서 사진들을 정리한다면 일단 시간순 앨범을 제안해줄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사람들만 나온 사진이나 풍경만 따로 모아서 앨범을 만들고 싶다면? iOS 10에서는 원하는 키워드만 입력해서 손쉽게 정리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사진만 찍으면 나머지는 아이폰이 해준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iOS 10의 변화가 있지만 위의 2가지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기능으로 사용 경험을 상당히 바꿀 것으로 예상합니다. 눈에 딱 띄어서 ‘혁신이야!’라고 외칠 정도는 아니지만 서서히 길들어져 없어져 봐야 불편함을 느끼게 될지도 모릅니다.

혁신, 애플은 말하지 않는다

아이폰7 혁신은 없다? 숨겨진 혁신에

애플의 발표가 있을 때는 여러 기사에서 항상 '혁신(innovation)'이라는 단어가 눈에 띕니다. 혁신이 있다, 없다. 하지만 정작 애플의 키노트를 살펴보면 혁신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한 적은 없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살아있을 때는 어썸(awesome)이 자주 등장했다면 팀 쿡이 되면서 어메이징(amazing)이 자주 등장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사실 애플에서는 이야기하지도 않는 단어가 왜 항상 반복되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혁신이라는 단어가 자극적이고 기대치를 갖게 한다는 의미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단어에 사로잡혀 생각이 굳어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한 걸음만 물러서서 조금만 다르게 접근해도 충분히 혁신에 가까운 변화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인지하느냐 그냥 길들여지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면 직접 변화를 경험하고 자신만의 혁신 포인트를 찾아보며 갈무리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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