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우에노 지즈코, 미나시타 기류의
비혼인 우에노 지즈코와 기혼이자 엄마인 미나시타 기류가 동시에 건네는 말,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아!”
결혼하지 않는 사회는 낭만과 관계와 사랑이 사라진 사회가 아니라 그저 결혼이 사라져가는 사회다. 나나 이 책을 쓴 두 사회학자가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이 한 마디다. 결혼하지 않아도 정말 괜찮을지, 그래도 결혼 말고는 미래를 그릴 방법이 없는 게 아닐지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이 어떻게 이 한 마디를 향해 가는지 따라가보기를 권한다. 막연하게 들어앉은 불안감이 잦아드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결혼은 언제 할 거야?”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되지.”
“나이 들면 애도 못 낳을 텐데 얼른 결혼해.”
“결혼하고 애를 낳아봐야 인생이 완성되는 거야.”
온갖 결혼 압력에 질린 이들을 위한,
입담 센 두 사회학자의 조언!
몇 년 전까지도 ‘비혼’은 낯선 단어였다. ‘기혼’과 ‘미혼’이라는, 결혼을 당연하게 여기는 표현만 두루 쓰였을 뿐. 그런데 한 언론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1년에서 2016년 사이 SNS상에서 비혼을 언급한 비율이 약 700퍼센트가량 늘어났다. 또 결혼 관련 설문 조사에 ‘결혼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응답자가 55퍼센트를 넘었다. 이쯤 되면 비혼이라는 말이 이미 우리 사회 깊이 스며들어 있다고, 지금을 ‘비혼 시대’라고 해도 무리 없을지 모른다. 그런 우리 시대를 다룬 책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는, 입담 좋은 두 페미니스트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와 미나시타 기류의 대담집이다. 두 사람은 비혼 및 결혼을 둘러싼 사회 변화, 가족관계의 변모, 저출산 문제 등을 넘나들며 풍부한 논의를 펼친다. 기본적으로 두 사람의 생각은 같다. 결혼을 하고 안 하고는 전적으로 개인이 선택할 문제이며, 비혼은 결혼과 마찬가지로 삶의 방식 가운데 하나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와 같은 입장에서 두 사람은 개인 경험과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혼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반박하고, 비혼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지혜를 제공한다. 비혼을 지향하거나 고민하는 사람들, 특히 결혼하라는 압력에 질린 여성들은 두 사회학자의 이야기에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결혼하던 시대는 끝났다, 사실 모두 결혼하는 시대야말로 이상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지적한다. 결혼은 남녀 사이의 사랑, 즉 ‘이성애’만을 정상으로 두고 여자와 남자가 상대방 없이 자립해서 살 수 없게 만들어온 제도라고. 두 저자에 따르면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나, 남자가 돈을 벌어오고 여자가 집안일하며 아이를 돌보는 지금의 결혼 형태는 인류 역사에서 결코 보편적이지 않았다. 그런 사고방식과 결혼 형태는 남성이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 정도의 임금을 받았고 여성에게 일하는 것을 허용치 않았던, 근현대 고도성장기에 만들어진 예외적 사례라는 것이다. 이제는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어 더 이상 남성 혼자 가정을 꾸릴 만큼의 충분한 임금을 받을 수 없으며, 여성의 사회 활동이 활발해지는 등 시대 변화에 따라 결혼이 필수 선택지가 아니게 되었다. 그렇게 비혼이 점차 늘어가는 현실에서 종전의 결혼 관습에 집착하면 여성과 남성 모두 고통 받는다. 결혼하고 아이를 얻어야 자신의 남성성을 인정받는 남성은 그러지 못함에 좌절하고, 좌절 끝에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여성 전체에게 원한을 보인다. 여성은 그런 엉뚱한 원한의 대상이 됨은 물론, 비혼을 선택하면 어딘가 결함이 있는 것으로 간주당하며, 사회에서 성취를 이루더라도 결혼하고 엄마가 되지 않는 이상 제구실 못 하는 사람 취급받는다. 두 저자는 변화된 사회상에 어울리지 않는, 남녀 모두에게 고통만 주는 보수적인 결혼관 및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비판하면서 그런 낡은 틀을 깰 것을 주문한다.
결혼하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오히려 결혼한 사람들에게 이유를 묻고 싶다!
두 사회학자는 말한다. 사람들이 결혼하지 않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우선 한정된 자원을 두고 다투는 경쟁이 심화되면서 성별을 막론하고 제 앞가림하기도 힘들어졌다. 결혼을 하지 않는 것, 부양하거나 돌볼 가족이 없는 것이 누구에게나 유리하다. 특히 여성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저자인 미나시타 기류는 본인 스스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겪었던 고충을 이야기한다. “출산휴가도 받을 수 없어서 원고를 쓰다가 아이를 낳았고, 아이 낳고 딱 사흘 쉬었”다고. 우에노 지즈코가 응답한다. “여학생들이 취직해서 몇 년 지나고 출산이나 육아할 시기가 되면 제게 와서 우는소리를 해요. 남편이 아무것도 안 해준다고. 제가 남편한테 무엇을 요구했느냐고 물어보면 요구하지 않는다고 하죠. 말해봤지만 소용없었다고요.” 국가와 사회가 아이의 육아 부담을 나눠지지 않는 상황에서 남편마저 가사와 육아를 아내에게 전적으로 떠맡기며, 자기 일에만 집중하면 모든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에노 지즈코는 “아내가 체념하는 것을 기본으로 결혼이 유지된다”고 본다. 그는 ‘남자들에게 분노하기 전에 남자들이 장시간 노동해야만 하는 사회구조를 문제 삼아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이렇게 답한다. “사회구조를 논하기 전에 남편이 문제입니다. 사회구조가 문제면 남편과 같이 싸우면 됩니다.” 그러는 한편, 이런 현실에서도 결혼과 출산을 강요하거나 권장하는 이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별 다른 고민 없이 관습과 규범에 따른 게 아니라 온전히 자발적 의지로 결혼하고 출산했는지. 결혼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었는지.
두 페미니스트 사회학자가 전수하는, 비혼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
2017년을 맞이하자마자, 행정자치부에서 만든 ‘대한민국 출산지도’가 큰 논란이 되었다. 시, 군, 구별 가임기 여성이 몇 명인지 볼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그걸 본 많은 사람들이 “여성을 인구 증가를 위한 수단이자 도구” “걸어 다니는 자궁”으로 취급한다며 분노를 표했다. 이 책의 저자들 역시 관료와 정치인을 비롯해 그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비판한다. 그러면서 비혼을 비난하고 결혼을 종용하는 것이 결혼에 대한 보수적 사고뿐 아니라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려는 전략에서 비롯됨을 지적한다. 저자들은 묻는다. 저출산이 왜 비혼 여성의 책임이냐고. 아이를 낳는 순간 경력이 단절 되고, 육아 책임을 개인 여성에게만 지우며, 비혼모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는 사회가 문제 아니냐고. 무엇보다 저자들은 결혼하는 사람과 아이들의 수가 줄면 그에 맞춰 사회를 다시 설계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출산만이 방법이라고 믿는다면, 비혼 여성을 압박할 게 아니라 이민으로 외국인들을 받아들이고, 사회보장의 단위를 가족이 아닌 개인으로 설정하며, 결혼 밖에서 일어나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차별을 없애면 된다. 그것은 저출산 문제를 해소할뿐더러 비혼을 선택한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저자들은 이 같은 사회적 해법과 더불어 개인적 해법도 제시한다. 신뢰할 수 있는 인간관계 같은 사회적 자본을 만들라고. 그렇게 하면 비혼이라고 해서 고독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을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중 하나인 미나시타 기류는 10대 때 다른 저자인 우에노 지즈코의 책을 읽고 삶의 방향성을 잡았다고 말한다. 그처럼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고 여기는 사람들, 결혼과 출산이라는 획일화된 길을 벗어나 좀 더 다양한 삶의 모습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이들은 이 책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논리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민경(《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 저자)